입주하고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벽을 타고 내려오는 결로, 겨울마다 갈라지는 바닥, 비만 오면 스며드는 물. 도급으로 지은 건물에 하자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의 근거가 민법 제667조 이하의 수급인의 담보책임입니다.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도급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 보수와 함께 또는 보수에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물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하자인지입니다. 부산에서 건설·부동산 분쟁을 다루어 온 변호사의 시각으로 이 책임의 구조와 기간의 규칙을 정리합니다.
세 가지 청구권 - 보수, 손해배상, 해제
하자 앞에서 도급인이 쥔 카드는 셋입니다. 첫째는 하자보수청구로, 상당한 기간을 정해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다만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데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보수를 청구하지 못하고 손해배상으로 해결합니다. 둘째는 손해배상청구입니다. 보수와 함께 청구할 수도 있고, 보수에 갈음해 청구할 수도 있으며, 실무에서는 감정을 통해 산정된 보수비 상당액을 배상으로 구하는 형태가 가장 흔하게 쓰입니다. 셋째는 계약 해제이지만,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에 대해서는 하자로 인한 해제가 제한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미 지어진 건물을 허물어 원상으로 돌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지나친 낭비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자가 중대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예외적 사안이라면 다른 구제 수단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결국 건축 하자 분쟁은 대부분 보수 아니면 돈의 문제로 수렴하며,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하자의 규모와 보수 가능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간의 규칙 - 1년, 5년, 10년
실무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것이 이 기간의 계산입니다. 제670조는 하자보수, 손해배상, 해제의 청구를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1년 내에 하도록 정합니다. 그러나 이 원칙에는 중요한 특칙이 있습니다. 제671조는 토지·건물 기타 공작물의 수급인은 목적물이나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하여 인도 후 5년간 담보 책임을 지고, 석조·연와조·금속 등으로 조성된 견고한 건물이라면 그 기간이 10년이라고 정합니다. 콘크리트 구조의 아파트나 상가라면 10년의 기간이 적용되는 것이 통상의 해석입니다. 여기에 집합건물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이 공종별로 별도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정하고 있어, 실제 사건에서는 민법과 특별법의 기간을 함께 놓고 어느 조문이 더 유리한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기간을 잘못 계산해 권리를 잃는 일이 실무에서 가장 안타까운 실패입니다. 인도일이 언제인지, 어느 조문의 기간이 적용되는지부터 확정하고 사건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자의 판단 - 무엇이 하자인가
하자란 계약에서 정한 내용이나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판단의 기준은 설계도서와 시방서, 관계 법령의 기준, 그리고 거래 관념입니다. 균열, 누수, 결로, 마감의 불량, 설비의 미작동이 전형이고, 계약과 다른 자재를 쓴 변경 시공도 하자로 평가됩니다. 반면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노후나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 또는 지시에 기인한 하자는 원칙적으로 수급인의 책임이 아닙니다. 다만 수급인이 그 재료나 지시가 부적당함을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책임을 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공 과정에서 오간 지시와 협의의 기록이 나중에 책임의 소재를 가르는 결정적 자료가 되고, 공사 중의 사진과 감리 보고서가 사건의 핵심 증거로 등장하게 됩니다. 설계도서와 실제 시공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준비의 첫 단계입니다.
소송의 실제 - 감정이 승부를 정한다
건축 하자 사건의 중심에는 언제나 하자감정이 있습니다.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이 현장을 조사해 하자의 존부와 원인,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산정하고, 판결의 금액은 대체로 그 감정 결과 위에서 정해집니다. 그래서 감정 신청서에 어떤 항목을 어떻게 특정하느냐가 결과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하자 목록을 부위별로 정리하고 각 항목마다 사진과 발생 시점을 붙여 두는 사전 작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감정 항목에서 빠진 하자는 판결에서도 빠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감정 비용이 적지 않으므로 청구 규모와 비용을 비교해 소송 실익을 먼저 계산해야 하고, 여러 세대가 함께 겪는 공동주택 하자라면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단체 소송이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다만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청구 주체가 다르므로 소 제기 전에 정리가 필요합니다.
예방과 대응 - 인도 전후에 해야 할 일
가장 좋은 대응은 인도 전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준공 검수 단계에서 하자를 목록으로 정리해 시공자의 확인을 받고, 미시공과 변경 시공을 그때 지적해 두는 것입니다. 인도 후라면 하자를 발견할 때마다 날짜와 사진으로 기록하고 서면으로 보수를 요구해 그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구두로 여러 번 요청했다는 주장은 소송에서 거의 힘을 갖지 못합니다. 하자보수보증금이나 하자보수보증서가 있다면 그 청구 절차를 함께 검토하고, 보증 기간이 끝나기 전에 청구를 마치는 일정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건물의 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원인 규명이 어려워지고 책임의 경계도 흐려집니다. 발견한 그날 기록하는 습관이 결국 가장 강력한 권리 보전 수단입니다. 사진 한 장의 날짜가 몇 년 뒤 수천만 원의 판결을 만들어 내는 것을 실무에서 반복해서 보게 됩니다.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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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입주한 지 3년 됐는데 이제 하자를 물을 수 있나요?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법 제671조는 건물 등 공작물의 하자에 대해 인도 후 5년, 견고한 구조라면 10년의 담보책임을 정하고 있어 3년은 그 기간 안입니다. 다만 개별 공종별로 특별법의 기간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하자 항목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시공사가 하자가 아니라 노후라고 주장합니다.
하자와 노후의 구별은 감정으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생 시점과 진행 경과를 보여주는 날짜별 사진이 결정적 자료가 되므로, 처음 발견한 시점부터의 기록을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아파트 여러 세대에 같은 하자가 있습니다. 각자 소송해야 하나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단체 소송이 일반적이고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입니다. 감정 비용을 나눌 수 있고 공용부분 하자를 일괄해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구분에 따라 청구 주체가 달라지므로 초기에 정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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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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