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를 정리할 때 임차인이 회수하려는 마지막 자산이 권리금입니다. 자리를 만들고 자리를 잡고 단골을 모으는 데 들인 시간과 비용의 값이지만, 오랫동안 법의 보호 바깥에 놓여 있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가 비로소 그 자리를 메웠습니다.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이를 어겨 손해가 생기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다만 조문에는 방해로 보는 네 가지 행위와, 방해가 아니라고 보는 예외들이 촘촘하게 짜여 있습니다. 부산에서 상가 분쟁을 다루어 온 변호사의 시각으로 이 조문의 지형과 실무의 다툼을 분석합니다.
방해가 되는 네 가지 행위
제1항은 금지되는 행위를 네 가지로 열거합니다.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임대인이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주변 시세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그리고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것은 세 번째와 네 번째입니다. 임대인이 노골적으로 거절하는 대신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계약을 무산시키는 방식이 흔하게 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저히 고액인지의 판단이 사건의 중심 쟁점이 되고, 감정을 통해 인근 시세와 비교하는 절차가 이어지며, 주변 상가의 차임과 보증금 자료, 종전 계약 조건과의 비교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임대인이 신규임차인 후보와 나눈 대화의 기록도 방해 행위를 보여주는 자료로 자주 제출됩니다.
정당한 사유 - 임대인의 방패
제2항은 계약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는 경우를 정합니다.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임대차 목적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이미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자주 문제되는 것이 1년 6개월 규정입니다. 건물을 비워 두겠다는 임대인의 계획이 진정한 것인지, 실제로 그렇게 사용되었는지가 사후에 그대로 검증되며, 말과 달리 곧바로 새 임차인을 들였다면 정당한 사유가 부정되어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대인 측에서는 계획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자료를, 임차인 측에서는 그 계획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후의 사실을 각각 준비하게 됩니다.
제10조와의 연결 - 갱신 거절 사유의 그림자
제1항 단서는 중요한 연결 고리를 둡니다. 제10조 제1항 각 호의 갱신 거절 사유, 곧 3기의 차임 연체나 무단 전대, 고의·중과실에 의한 파손 등이 있으면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차임을 세 번 밀린 사실이 있는 임차인은 갱신요구권만 잃는 것이 아니라 권리금 회수의 기회까지 함께 잃는다는 뜻입니다. 상담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이 바로 여기입니다. 몇 해 전의 짧은 연체가 수천만 원의 권리금 회수를 막는 사건이 실제로 드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10년의 갱신요구권이 소진된 임차인에게도 권리금 보호는 별도로 작동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므로, 계약이 끝났다고 해서 권리금까지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두 제도는 요건과 효과가 다른 별개의 보호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손해배상의 계산 - 상한이 정해진 배상
임대인이 제1항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다면 배상 책임을 집니다. 다만 제3항은 배상액의 상한을 명시합니다.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합니다. 그래서 소송에서는 종료 당시의 권리금 시가를 산정하는 감정이 필수적으로 따라붙고, 그 감정 결과가 판결 금액을 사실상 결정하게 됩니다. 청구권의 행사에도 시간 제한이 있어,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권리금을 받지 못한 채 가게를 정리하고 몇 년을 보내다 뒤늦게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때는 이미 청구의 문이 닫힌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회수하지 못한 권리금이 있다면 종료일을 기준으로 남은 기간부터 계산해 보아야 합니다.
실전의 순서 - 임차인과 임대인이 각각 해야 할 일
임차인이라면 종료 6개월 전부터의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규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했다는 사실이 보호의 전제이므로, 후보자를 구해 임대인에게 정식으로 소개하고 그 과정을 서면과 메시지로 빠짐없이 남겨야 합니다. 구두로 소개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주선 사실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고, 임대인이 제시한 조건과 거절의 언사를 녹취나 문자로 확보해 두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준비 과정입니다. 대화 녹음은 당사자 사이의 것이라면 적법하게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라면 반대로 거절의 근거를 조문에 맞추어 준비해야 합니다. 신규임차인의 자력에 관한 객관적 자료, 재건축이나 직접 사용의 구체적 계획, 종전 연체의 기록이 그것입니다. 근거 없이 거절부터 하는 대응이 가장 큰 배상 위험을 만듭니다. 어느 쪽이든 이 조문의 다툼은 종료 6개월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 언제나 유리하게 흘러갑니다. 계약 만료를 앞둔 상가라면, 오늘이 이미 그 기간 안일 수 있습니다. 준비 없이 맞은 만료일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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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10년을 다 채워 갱신요구권이 없는데 권리금도 못 받나요?
아닙니다. 판례는 갱신요구권이 소진된 임차인에게도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계약 종료가 예정되어 있더라도 신규임차인 주선 절차를 밟아 권리금 회수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터무니없이 높은 차임을 요구해 계약이 무산됐습니다.
주변 시세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제10조의4가 금지하는 방해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인근 상가의 임대 조건 자료와 종전 계약 조건을 확보해 비교 자료를 만드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권리금 소송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하며,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배상액도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종료 당시 시가 중 낮은 금액이 상한이므로, 감정을 염두에 둔 자료 정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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