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계약서는 대부분 중개사무소의 표준 서식으로 작성되고, 당사자는 마지막에 서명만 합니다. 그런데 분쟁이 생겼을 때 법원이 들여다보는 것은 인쇄된 문구가 아니라 손으로 적어 넣은 특약사항입니다. 잔금 전에 하자가 나왔을 때, 대출이 막혔을 때, 세입자가 나가지 않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계약서의 기본 구성부터 매수인과 매도인이 각각 넣어야 할 특약, 그리고 특약의 한계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말로 한 약속은 적힌 만큼만 힘을 가집니다.
계약서에는 무엇이 들어가나
매매계약서에는 정해진 뼈대가 있습니다. 당사자, 부동산의 표시, 매매대금과 지급 일정, 소유권 이전 시기, 계약 해제와 위약금, 그리고 특약사항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맨 앞의 표시입니다.
부동산의 표시는 등기부와 한 글자씩 대조해야 합니다. 지번과 면적이 등기부와 어긋나면, 나중에 어느 부동산을 사고판 것인지부터 다투게 됩니다.
표시가 맞다고 해서 권리 관계까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등기부의 갑구와 을구를 나눠 보고, 소유자가 누구인지와 어떤 권리가 걸려 있는지를 따로 짚어야 합니다.
인쇄된 조항만으로 왜 부족한가
인쇄된 조항에는 계약금 배액상환, 잔금일 소유권 이전, 현 상태 매매 같은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어느 계약에나 들어가는 문장들입니다. 문제는 이 문구들이 일반적인 상황만 상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에만 있는 사정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 빈자리가 특약의 자리입니다.
특약은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합의한 내용이므로 인쇄 조항보다 앞섭니다. 민법 제105조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당사자가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강행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한, 법이 정한 것과 다르게 책임을 나누는 것도 가능합니다.
매수인은 무엇을 넣어야 하나
매수인이 놓치면 곧바로 손해로 이어지는 항목은 세 갈래입니다. 대출, 하자, 그리고 권리 관계입니다.
| 상황 | 특약에 적을 내용 |
|---|---|
| 잔금을 대출로 치를 때 | 대출이 승인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 한도가 줄어든 경우의 처리도 함께 |
| 하자가 걱정될 때 | 누수, 균열, 보일러 고장을 매도인이 잔금 전까지 수리한다 |
| 잔금 뒤 하자가 나왔을 때 | 일정 기간 안에 발견된 중대한 하자를 누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
| 근저당이나 가압류가 있을 때 | 잔금일에 말소한다, 잔금일까지 새로운 권리를 설정하지 않는다 |
| 세입자가 있을 때 | 명도 시기와 보증금 처리 방법 |
대출 특약이 없으면 승인이 나지 않아도 계약금을 잃습니다. 승인 자체는 되었는데 금액이 모자란 경우가 더 흔하므로, 한도가 줄었을 때의 처리를 함께 적어 두어야 합니다.
하자는 문구 하나로 갈립니다. 현 상태 매매라는 인쇄 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80조는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 매도인이 지는 책임을 정하고 있는데, 그 범위를 특약이 다시 그리는 셈입니다. 그래서 수리의 주체와 시기를 못 박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권리 관계 특약은 계약 이후를 겨냥합니다. 계약할 때 깨끗했던 등기부에 잔금 전 근저당이 새로 붙는 사례가 실제로 있기 때문입니다. 잔금일까지 새로운 권리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한 줄이 그 위험을 막습니다.
매도인은 무엇을 넣어야 하나
매도인 쪽에도 적어 둘 것이 있습니다. 잔금이 늦어질 때의 지연이자와 해제 요건을 정해 두지 않으면, 기다리는 동안 생긴 손해를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 잔금 지연 시의 지연이자와 계약 해제 요건
- 명도 시기가 잔금일과 다를 때 그 기간의 관리비와 사용료 부담
- 남기고 가는 부속물과 가져가는 물건의 목록
- 양도소득세 부담에 관한 정리
부속물 목록은 사소해 보이지만 인도 당일에 가장 자주 다툽니다. 에어컨과 붙박이장이 대표적입니다. 목록으로 적어 두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명도 시기와 잔금일이 어긋나는 계약도 적지 않습니다. 매도인이 며칠 더 살다 나가기로 했다면 그 기간의 관리비와 사용료를 누가 낼지 적어 두어야 하고, 예정보다 늦어질 때의 책임도 함께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계약금을 걸었는데 마음이 바뀌면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추정됩니다.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그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에서 빠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민법 제565조가 정한 내용입니다. 다만 당사자 한쪽이 이행에 착수한 뒤에는 이 길이 막히므로, 중도금이 건네지면 해약금 해제는 더 이상 되지 않습니다.
이 구조를 바꾸고 싶다면 특약으로 적습니다. 계약금을 낸 뒤에는 해제하지 못한다고 정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해제할 수 있는 사유를 넓혀 둘 수도 있습니다.
위약금 조항도 거의 늘 들어갑니다. 계약을 어기면 계약금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문구인데,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실제 손해를 증명하지 않고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398조는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 손해가 예정액보다 크다면 그 초과분은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무엇이 다른가
세입자가 있으면 계약의 성격부터 달라집니다. 민법 제618조가 정한 임대차를 그대로 넘겨받을 것인지, 아니면 비운 상태로 받을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승계하기로 했다면 보증금은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고 임차인에게 알립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라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집주인이 바뀌어도 그대로 살 수 있고, 새 소유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잇습니다.
명도 조건이라면 퇴거 시기와 늦어질 때의 책임을 적습니다. 같은 법 제6조의3이 정한 계약갱신요구권이 행사될 가능성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하면 명도 약속 자체가 지켜지기 어려워집니다.
소유자가 바뀐 사실은 임차인에게 문서로 알려 두십시오. 통지가 빠지면 보증금 반환을 둘러싸고 다툼이 생깁니다.
적기만 하면 다 효력이 있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강행규정에 반하는 특약은 무효입니다. 임차인의 대항력을 배제하는 약정이 대표적입니다. 민법 제584조는 담보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을 두었더라도, 매도인이 알면서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한쪽에 지나치게 불리해 균형을 잃은 특약도 효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적어 넣는다고 다 힘을 갖지는 않는 것입니다.
주의
알고 있는 하자를 숨긴 채 현 상태 매매 문구로 책임을 면하려는 시도는 통하지 않습니다.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면책 특약이 있어도 책임이 남습니다.
문구는 어떻게 적어야 하나
특약은 구조를 갖춰 적어야 합니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하고,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가 한 덩어리로 들어가야 비로소 의무가 됩니다. 협의한다, 노력한다 같은 표현은 의무를 만들지 못합니다.
- 주체를 적습니다. 매도인인지 매수인인지 분명히 합니다.
- 기한을 적습니다. 잔금일처럼 특정할 수 있는 날로 씁니다.
- 할 일을 적습니다. 말소, 수리, 명도처럼 행위로 씁니다.
- 어겼을 때의 결과를 적습니다. 해제, 지연이자, 대금 공제 중에서 정합니다.
날짜와 금액은 숫자로 적고, 조건은 하나씩 나눠 씁니다. 한 문장에 여러 조건을 밀어 넣으면 해석이 갈립니다.
중개사가 말로 해 준 설명은 계약서에 옮겨 적지 않으면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는 중개대상물의 확인과 설명을, 제26조는 거래계약서의 작성을 정하고 있으므로 중요한 설명은 확인설명서와 특약 양쪽에 남겨 두십시오. 잘못된 설명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같은 법 제30조에 따라 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그것으로 계약 내용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계약한 뒤에 조건을 바꿀 때도 방식은 같습니다. 양쪽이 서명한 변경 합의서를 쓰고 원 계약서와 함께 보관합니다. 문자나 통화로 바꾼 조건은 나중에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서명 전에 확인할 것
· 등기부를 당일 다시 발급받아 권리 변동이 없는지
· 매도인의 신분증과 등기부 명의가 일치하는지
· 대리인이 나왔다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이 있는지
· 계약금을 반드시 등기 명의인 본인 계좌로 보내는지
정리
인쇄된 조항은 일반적인 상황만 다룹니다. 이 사건의 사정은 특약에 적힌 만큼만 효력이 있고, 특약은 인쇄 조항에 앞서되 강행규정에 반하면 무효입니다.
매수인은 대출 불승인 해제, 하자 수리, 권리 말소와 명도를 적고, 매도인은 잔금 지연과 부속물 범위를 적습니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하는지 한 줄로 적어 두는 것이 분쟁의 절반을 막습니다. 특약이 아무리 촘촘해도 상대가 소유자가 아니면 소용이 없으니, 서명 직전에 등기부를 한 번 더 확인하십시오.
참조 조문
민법 제105조, 제398조, 제565조, 제568조, 제580조, 제584조, 제618조 ·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26조, 제30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6조의3 ·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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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중개사가 말로 약속한 내용도 효력이 있나요?
구두 약속은 증명이 어려워 사실상 효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내용은 확인설명서와 특약사항에 적어야 계약의 내용이 됩니다.
대출이 안 나오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대출 불승인 시 해제와 계약금 반환 특약이 있어야 돌려받습니다. 특약이 없으면 매수인의 사정으로 보아 계약금을 잃을 수 있습니다.
현 상태로 매매한다는 문구가 있으면 하자 책임을 못 묻나요?
경미한 하자는 제한될 수 있지만 매도인이 알면서 고지하지 않은 하자나 중대한 하자는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자 수리 특약을 따로 넣는 것이 안전합니다.
계약 후에 잔금일을 미루기로 했는데 문자로만 남겼습니다.
문자도 증거는 되지만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양쪽이 서명한 변경 합의서를 작성해 원 계약서와 함께 보관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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