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 명의의 아파트가 어느 날 동생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어머니 모르게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동생은 명의를 옮긴 지 2주 만에 그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 2천만 원을 빌렸습니다. 형은 1년 넘게 소송한 끝에 동생 명의의 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판결을 받아 냈습니다. 그런데 판결문을 들고 간 등기소에서 뜻밖의 말을 듣습니다. 은행의 승낙서가 없으면 지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판결까지 받았는데 왜 지워지지 않나
판결이 동생에게만 효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등기법 제57조 제1항은 등기의 말소를 신청하는 경우에 그 말소에 대하여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있을 때에는 제3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동생 명의의 이전등기를 지우면 그 위에 올라선 은행의 근저당이 설 땅을 잃습니다. 은행이 바로 그 제3자에 해당합니다.
동생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다고 은행이 그 결과에 묶이지는 않습니다. 은행은 그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었습니다. 자기 권리가 사라지는 일에 한 번도 의견을 낼 기회가 없었던 사람에게 결과를 떠안길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조문의 뜻입니다.
그래서 판결문과 함께 은행의 승낙서, 또는 승낙을 대신할 재판서가 있어야 등기관이 말소를 실행합니다.
승낙을 받으면 은행 근저당은 어떻게 되나
함께 지워집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제3자의 승낙을 받아 등기를 말소할 때 그 제3자 명의의 등기는 등기관이 직권으로 말소하도록 했습니다. 형이 은행 근저당 말소를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동생 명의의 이전등기가 지워지는 순간 그 위에 얹힌 근저당도 같이 정리됩니다.
은행이 선뜻 승낙해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승낙하는 순간 담보가 사라지고, 남는 것은 동생을 상대로 한 대출금 채권뿐이기 때문입니다. 은행 입장에서 스스로 승낙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결국 대부분은 은행을 상대로 한 두 번째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은행을 상대로 무엇을 구하나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판결, 또는 근저당 설정등기를 말소하라는 판결입니다. 어느 쪽이든 판결이 확정되면 승낙이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깁니다.
이 소송에서 은행은 대개 이렇게 맞섭니다. 등기부를 확인했고 동생이 소유자로 되어 있었으며, 서류도 정상이었으니 우리는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법은 등기를 믿었다는 사실만으로 권리를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위조 서류로 넘어간 소유권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고, 그 위에 설정된 근저당도 원칙적으로 같은 운명을 따릅니다.
은행이 선의였고 과실이 없었다는 사정은 동생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이유는 되지만 어머니의 소유권을 막을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이 점에서 원인무효의 등기는 분명한 결론으로 갑니다.
은행이 버틸 수 있는 경우도 있나
있습니다. 명의가 넘어간 경위가 위조가 아닐 때입니다.
민법은 몇몇 장면에서 선의의 제3자를 따로 보호합니다. 서로 짜고 한 허위의 의사표시가 무효여도 그 무효를 선의의 제3자에게 주장하지 못하고, 사기나 강박을 이유로 취소해도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합니다. 계약을 해제해도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합니다.
| 명의가 넘어간 경위 | 은행이 몰랐을 때 | 말소 전망 |
|---|---|---|
| 서류 위조, 무권대리 | 보호받지 못함 | 은행 상대 소송으로 말소 가능성 높음 |
| 가족끼리 짜고 한 명의 이전 | 보호받음 | 근저당이 남을 수 있음 |
| 속아서 넘겨준 뒤 취소 | 보호받음 | 근저당이 남을 수 있음 |
| 매매 후 잔금 미지급으로 해제 | 보호받음 | 근저당을 떠안고 돌려받음 |
어머니가 세금 문제로 동생에게 잠시 명의를 넘겨 둔 것이었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은행은 승낙할 의무가 없고, 어머니는 근저당이 붙은 채로 아파트를 돌려받게 됩니다. 은행이 그 사정을 알았다는 점은 형 쪽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처음 소송 때 무엇을 했어야 했나
은행을 함께 피고로 넣는 것입니다.
동생과 은행을 한 소송에서 상대로 삼아 이전등기 말소와 근저당 말소를 함께 구하면 판결 한 번으로 등기부가 정리됩니다. 따로 하면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듭니다. 첫 판결 뒤 은행 소송을 새로 시작하면 다시 1년이 걸릴 수 있고, 그사이 동생이 연체하면 은행이 경매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해관계인이 더 늘어나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명의가 잘못 넘어간 사실을 안 날 바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두면, 그 뒤에 동생이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추가로 담보를 잡혀도 그 사람들이 우리 쪽 판결을 막지 못합니다.
- 등기사항증명서를 떼어 을구에 누가 어떤 권리를 올렸는지 모두 적습니다.
- 명의 이전에 쓰인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발급 기록을 확보합니다.
- 처분금지가처분을 먼저 신청해 추가 거래를 막습니다.
- 동생과 근저당권자 전부를 피고로 삼아 본안 소송을 냅니다.
- 위조가 명백하다면 형사 고소를 함께 검토합니다.
지우지 않고 되돌리는 방법은 없나
있기는 합니다.
실무에서는 동생 명의를 지우는 대신 진정한 소유자에게 명의를 다시 옮겨 오는 이전등기 방식이 쓰이기도 합니다. 말소가 아니라 이전이므로 이 조문의 승낙 요건이 걸리지 않습니다. 은행과 다투는 소송 없이도 명의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대신 한계가 뚜렷합니다. 은행의 근저당은 그대로 남습니다. 소유권은 돌아오지만 1억 2천만 원짜리 담보가 붙은 집을 돌려받는 셈이어서, 근저당 문제는 결국 따로 풀어야 합니다. 급하게 명의부터 되찾아야 할 사정이 있을 때 고를 만한 길입니다.
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곳
지워진 등기를 되살리는 회복등기, 등기관이 잘못 적은 내용을 바로잡는 경정등기에도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있으면 그 사람의 승낙이 필요합니다.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의 권리를 그 사람 모르게 바꿀 수 없다는 원칙이 여러 조문에 걸쳐 흐릅니다.
정리
잘못 넘어간 소유권등기를 지우려면 그 위에 권리를 올린 은행의 승낙이 필요합니다. 명의자를 상대로 이긴 판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은행이 승낙하지 않으면 은행을 상대로 한 판결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위조처럼 처음부터 무효인 이전이라면 은행은 선의였어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반면 가족끼리 짜고 넘긴 명의라면 근저당을 떠안을 수 있습니다.
이미 판결을 받고 등기소에서 막히셨다면 판결문, 등기부, 대출 시점 자료를 모아 은행 상대 소송의 전망부터 변호사와 함께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32조, 제57조, 제59조 · 민법 제108조, 제110조, 제186조, 제548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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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은행이 대출금 일부만 갚으면 승낙해 주겠다고 합니다.
원인무효의 등기라면 은행이 승낙할 의무를 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곧바로 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소송 기간과 비용을 따져 합의가 나은지 비교해 볼 수는 있으니 조건을 서면으로 받아 두십시오.
동생이 대출을 연체해 은행이 경매를 신청했습니다.
경매가 진행되면 낙찰로 권리관계가 더 복잡해집니다. 소유권 다툼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과 함께 경매 절차를 멈추는 방법을 서둘러 검토하셔야 합니다.
처분금지가처분을 늦게 했는데 그사이 전세 계약이 들어왔습니다.
가처분 전에 들어온 권리자는 별도로 다투어야 할 수 있습니다. 전세권 등기인지, 주택임대차 대항력만 갖춘 것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므로 등기부와 전입 시점을 확인하십시오.
은행에 손해를 끼친 동생은 어떻게 되나요?
근저당이 말소되면 은행은 동생에게 대출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구하게 됩니다. 위조가 있었다면 형사 책임 문제도 생기므로, 가족 사이 사정을 고려해 대응 순서를 정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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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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