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한 지 12년이 지난 상가 건물의 관리단 회의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수리비 분담을 정하려고 서류를 모으던 중이었습니다. 관리소장이 날마다 출근하는 1층 사무실이 등기부를 떼어 보니 분양을 맡았던 시행사 이름의 호실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시행사가 그 방을 팔거나 담보로 넣으면 관리사무실을 비워 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방을 모두의 몫으로 돌리는 일은 규약을 만드는 단계와 등기를 올리는 단계가 따로 움직입니다.
관리사무실이 왜 남의 호실로 남아 있나
집합건물에는 두 종류의 공용부분이 있습니다.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처럼 구조상 혼자 쓸 수 없는 곳은 처음부터 공용입니다. 반면 관리사무실, 경비실, 입주자 회의실은 벽과 문으로 독립되어 있어 따로 사고팔 수 있는 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1호부터 124호까지 분양한 상가에서 관리사무실이 125호라는 번호를 따로 받았다고 해 봅시다. 분양 당시 시행사가 이 방을 공용으로 정해 두지 않으면, 건물 보존등기를 하면서 다른 호실과 똑같이 전유부분으로 등기됩니다. 그 뒤 관리단이 그 방을 계속 써 왔더라도 등기부의 주인은 바뀌지 않습니다.
규약상 공용부분
독립된 방으로 쓸 수 있는 건물부분이나 부속건물을 구분소유자들이 규약으로 공용부분이라고 정한 것을 말합니다. 집합건물법이 이 길을 열어 두었고, 그렇게 정했다는 뜻은 등기로 남겨야 합니다.
사용 실태와 서류가 어긋난 상태입니다. 이 간극이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등기보다 규약이 먼저인 이유는
순서가 뒤바뀌면 안 됩니다.
부동산등기법 제47조 제1항이 말하는 등기는 집합건물법에 따라 공용부분으로 정해졌다는 뜻을 적는 등기입니다. 등기가 공용부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규약으로 이미 정해진 사실을 공시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신청서에는 공용부분으로 정한 규약을 붙여야 합니다.
규약을 새로 정하거나 바꾸려면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와 의결권 각각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그 결정이 특정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면 그 사람의 승낙도 따로 받아야 합니다. 관리사무실 호실의 명의자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자기 재산이 공용으로 돌아가는 셈이니 명의자의 승낙 없이 결의만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습니다.
등기를 해 두지 않으면 그 호실을 새로 사들인 제삼자에게 공용부분이라고 맞서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규약에서 멈추면 절반만 한 셈입니다.
등기 신청은 누구 이름으로 하나
제47조 제1항은 이 등기를 소유권의 등기명의인이 신청하도록 정했습니다. 관리단 대표나 관리소장이 낼 수 있는 서류가 아닙니다.
명의인이 아닌 사람이 접수하면 등기관은 제29조 제3호의 신청할 권한이 없는 자에 해당한다며 각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시행사나 현재 명의자의 협조가 열쇠입니다. 협조 약속을 말로만 받아 두면 담당자가 바뀌는 순간 사라지므로, 규약 결의 때 승낙서와 함께 등기 신청에 협력한다는 문구를 서면으로 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명의자가 이미 해산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청산 절차를 밟는 사람이 누구인지, 상속인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명의자가 끝내 거부한다면 결의 당시 받은 승낙과 합의 내용을 근거로 소송을 검토하게 되는데,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갈리므로 변호사와 함께 따져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근저당이 잡혀 있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같은 항의 뒷문장이 조건을 하나 더 붙였습니다. 공용부분으로 바꿀 건물에 소유권 외의 권리에 관한 등기가 있으면 그 권리자의 승낙이 있어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용부분이 되면 그 방은 따로 팔 수 있는 재산이 아니게 되고, 그 방을 담보로 잡은 은행은 경매로 돈을 회수할 길을 잃습니다. 은행이 순순히 도장을 찍어 줄 리 없습니다. 대개는 채무 상환이나 대체 담보를 요구하고, 그 협상이 끝나야 승낙서가 나옵니다.
| 을구에 있는 등기 | 승낙 필요 여부 | 현실적인 처리 |
|---|---|---|
| 아무 것도 없음 | 필요 없음 | 명의인 신청서와 규약만으로 진행 |
| 근저당권 | 근저당권자 승낙 필요 | 상환 후 말소하거나 승낙서 확보 |
| 전세권·임차권 | 그 권리자 승낙 필요 | 보증금 반환 조건을 함께 정리 |
| 여러 권리가 겹침 | 전원 승낙 필요 |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접수 보류 |
을구를 확인하지 않고 규약부터 통과시키면 여기서 몇 달씩 멈춥니다.
준비는 어떤 순서로 하나
- 관리사무실 호실의 등기사항증명서를 떼어 갑구의 명의자와 을구의 권리를 확인합니다.
- 호수와 면적을 특정한 공용부분 지정 조항을 넣어 규약안을 만듭니다.
- 관리단집회를 열어 4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고 의사록을 남깁니다.
- 호실 명의자의 승낙서와 등기 협력 확인서를 받습니다.
- 을구 권리자의 승낙서를 받거나 그 등기를 먼저 말소합니다.
- 명의자 이름으로 신청서를 냅니다. 제2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대리인이 법무사나 변호사면 사무원을 보내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서류에 흠이 있어도 바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제29조 단서에 따라 등기관이 보정을 명한 날의 다음 날까지 고치면 각하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하루 남짓한 여유이니 승낙서 원본과 인감 관련 서류는 접수 전에 다시 맞춰 두십시오.
나중에 규약을 없애면 그 방은 어떻게 되나
관리 방식이 바뀌어 사무실을 외부 업체 공간으로 옮기는 일도 생깁니다. 규약을 폐지하면 그 방은 다시 누군가의 단독 소유가 됩니다.
제47조 제2항은 이때 공용부분의 취득자가 지체 없이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하도록 정했습니다. 이전등기가 아니라 보존등기인 점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공용부분으로 있는 동안에는 따로 소유권을 적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소유권을 세우는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주의
폐지 결의만 하고 보존등기를 미루면 취득자는 그 방을 팔거나 담보로 넣을 수 없습니다. 폐지 결의에서 누가 어떤 대가를 내고 그 방을 갖는지까지 함께 정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정리
관리사무실이 개인 명의로 남아 있다면 규약으로 공용부분을 정하고, 그 뜻을 등기로 올리는 두 단계를 모두 밟아야 합니다.
등기는 명의자 본인이 신청하고, 근저당 같은 권리가 걸려 있으면 그 권리자의 승낙까지 갖춰야 합니다. 결의 전에 등기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시간을 가장 많이 아끼는 길입니다. 명의자가 협조하지 않거나 담보 정리가 얽혀 있다면 관리단 차원에서 변호사와 함께 일정을 짜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24조, 제29조, 제47조 ·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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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관리단 대표 이름으로 공용부분 등기를 신청할 수 있나요?
할 수 없습니다. 법은 그 호실의 소유권 등기명의인이 신청하도록 정하고 있어서, 관리단 명의로 내면 권한 없는 신청으로 각하될 수 있습니다. 명의자의 신청서와 승낙서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규약만 통과시키고 등기는 나중에 해도 되나요?
내부적으로는 규약이 효력을 갖더라도, 그 호실이 제삼자에게 넘어가면 공용부분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의 직후 명의자 협조를 받아 바로 신청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호실에 가압류가 걸려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가압류는 소유권 외의 권리라기보다 처분을 막는 등기여서 다루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채권자와의 정리 없이 진행하면 분쟁이 커질 수 있으니 등기부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검토받으시기 바랍니다.
공용부분이 되면 관리비와 세금은 어떻게 바뀌나요?
그 방은 구분소유자 모두의 몫이 되므로 관리비와 유지비는 규약이 정한 비율에 따라 나누게 됩니다. 세금 처리는 관할 관청의 판단이 필요하니 결의 전에 세무 담당 창구에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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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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