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형제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땅이 아니라 남의 땅 위에 창고를 둘 수 있는 지상권이었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6개월쯤 지나자 막내는 자기 몫을 정리해 현금으로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낡은 창고를 헐고 새로 짓자고 했고, 땅 주인은 지료가 두 번이나 밀렸다며 내용증명을 보내 왔습니다. 소유권이 아닌 권리를 여럿이 함께 가졌을 때 누가 무엇을 혼자 정할 수 있는지는 민법 제278조 한 줄에서 출발합니다.
소유권이 아닌데도 공유가 되나
됩니다. 민법 제278조는 공동소유에 관한 규정을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준용한다고 정했습니다. 지상권, 전세권, 저당권처럼 소유권이 아닌 권리도 여럿이 함께 가지면 공유·합유·총유의 틀로 다룬다는 뜻입니다. 이를 준공동소유라고 부릅니다.
어느 틀에 들어가는지는 함께 가진 사람들의 관계가 정합니다.
| 구분 | 어떤 관계일 때 | 내 몫 처분 | 나눠 달라는 청구 |
|---|---|---|---|
| 준공유 | 상속인끼리, 함께 사들인 사람끼리 | 혼자 할 수 있음 | 할 수 있음 |
| 준합유 | 동업 계약으로 조합을 이룬 경우 | 전원 동의 필요 | 할 수 없음 |
| 준총유 | 종중, 교회처럼 법인 아닌 사단 | 지분 개념 없음 | 사원총회 결의로 처리 |
조문 뒷부분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그것을 따르라고 덧붙입니다. 아래에서는 가장 흔한 준공유를 중심으로 봅니다.
내 몫만 따로 넘길 수 있나
넘길 수 있습니다. 제263조는 공유자가 그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고 정했고, 지상권 자체도 제282조에 따라 양도가 자유로운 권리입니다. 막내가 자기 지분을 제삼자에게 팔겠다고 하면 다른 형제가 막을 근거는 약합니다.
지분이 얼마인지는 등기부에서 확인합니다. 부동산등기법 제48조 제4항은 권리자가 2명 이상이면 권리자별 지분을 기록하고, 합유라면 그 뜻을 적도록 정했습니다. 지분이 적혀 있지 않으면 제262조 제2항에 따라 균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준합유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제273조 제1항은 합유자가 전원의 동의 없이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동업으로 지상권을 취득해 두었다면 계약서와 등기부의 합유 표시부터 다시 보셔야 합니다.
창고를 헐고 다시 짓는 일은 누가 정하나
공유 규정은 행위를 세 갈래로 나눕니다. 각 갈래마다 필요한 동의의 크기가 다릅니다.
- 처분·변경: 제264조에 따라 다른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지상권 전체를 넘기거나 포기하는 일, 설정계약의 존속기간이나 지료를 바꾸는 협상이 여기에 가깝습니다.
- 관리: 제265조 본문에 따라 지분의 과반수로 정합니다. 땅을 어떤 방식으로 쓸지, 관리를 누구에게 맡길지가 대표적입니다.
- 보존: 같은 조 단서에 따라 각자 혼자 할 수 있습니다. 허락 없이 들어와 자재를 쌓아 둔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 그 예입니다.
창고 재건축은 지상권의 내용을 넘어서 건물 소유 관계까지 바뀌는 일이어서 한 사람의 판단으로 밀어붙이기 어렵습니다. 어디까지가 관리이고 어디부터가 변경인지는 경계가 늘 분명하지 않으므로, 큰 공사는 전원 서면 동의를 받아 두는 편이 뒤탈이 없습니다.
지료가 밀리면 누가 책임지나
형제끼리의 관계와 땅 주인과의 관계를 나눠 봐야 합니다.
내부에서는 제266조 제1항이 기준입니다. 공유자는 지분의 비율로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를 부담합니다. 한 사람이 1년 이상 자기 몫을 내지 않으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다른 공유자가 상당한 가액으로 그 지분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는 제287조가 무겁게 작동합니다.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땅 주인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체납이 모두의 권리를 흔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주의
땅 주인에게 각자 얼마씩 책임지는지는 설정계약 문구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밀린 지료가 쌓이기 전에 한 사람이 먼저 내고 나머지에게 지분만큼 돌려받는 방식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더는 함께 못 하겠다면 어떻게 끝내나
제268조 제1항은 공유자가 언제든 분할을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5년 안의 기간으로 분할하지 않기로 약정할 수 있고, 갱신해도 갱신한 날부터 5년을 넘지 못합니다.
분할을 꺼내기 전에 볼 것
· 등기부 을구의 존속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 공유자 사이에 분할 금지 약정을 한 적이 있는지
· 밀린 지료와 그 분담 내역
· 창고 건물의 명의와 지분이 지상권 지분과 같은지
협의가 되지 않으면 제269조에 따라 법원에 분할을 청구합니다. 지상권을 현물로 쪼개기 어렵거나 쪼개면 값이 크게 떨어질 염려가 있으면 법원은 경매를 명해 대금을 나누는 방법을 택할 수 있습니다.
지분을 그냥 내려놓는 길도 있습니다. 제267조는 공유자가 지분을 포기하면 그 지분이 다른 공유자에게 각 지분의 비율로 귀속된다고 정했습니다. 다만 포기 전에 밀린 지료 분담이 정리되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다툼이 남습니다.
정리
여럿이 함께 가진 지상권은 제278조를 거쳐 공유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지분 처분은 자유롭고, 처분·변경은 전원, 관리는 과반수, 보존은 각자가 할 수 있습니다.
지료는 지분대로 나누되 체납이 2년 치에 이르면 모두의 권리가 위태로워집니다. 등기부의 지분 표시와 설정계약서를 먼저 확인하시고, 형제나 동업자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면 분할 청구나 지분 매수 같은 출구를 변호사와 함께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62조~제269조, 제273조, 제278조, 제282조, 제287조 · 부동산등기법 제4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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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공유 지상권 지분에 저당을 잡혀도 되나요?
지분은 각자 처분할 수 있으므로 자기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저당권이 실행되면 낯선 사람이 공유자로 들어오게 되므로 다른 공유자와 미리 상의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지상권 존속기간이 끝나 가면 갱신은 누가 요구하나요?
갱신 요구는 지상권 전체의 운명을 정하는 일이어서 공유자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간 만료 전에 지분권자들이 의견을 모아 땅 주인에게 서면으로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등기부에 지분이 안 적혀 있으면 어떻게 나누나요?
지분 표시가 없으면 공유자의 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출자 비율이 다르다면 그 근거 자료를 모아 경정등기를 검토하셔야 합니다.
동업으로 산 지상권인데 한 명이 빠지겠다고 합니다.
조합체로 취득했다면 합유로 보아 전원 동의 없이 지분을 처분할 수 없고 분할 청구도 막혀 있습니다. 탈퇴 정산은 동업 계약과 조합 규정에 따라 따로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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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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