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잔금을 치르던 날, 매도인이 웃으며 한마디를 보탰습니다. 관할 등기소에 처남이 등기관으로 있으니 이전등기는 금방 끝날 거라는 말이었습니다. 매수인은 반가운 마음보다 불안이 앞섰습니다. 아는 사람이 처리하면 서류를 덜 꼼꼼히 보지는 않을까,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은 이런 장면을 미리 내다보고 등기관의 손을 묶어 두었습니다. 부동산등기법 제12조가 그 장치입니다.
등기관의 가족이 신청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제12조 제1항은 등기관 자신, 배우자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이 등기신청인인 때를 따로 다룹니다. 법은 이들을 묶어 배우자등이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등기관은 혼자 등기를 할 수 없습니다. 그 등기소에서 소유권등기를 한 성년자로서 등기관의 배우자등이 아닌 사람 2명 이상이 참여해야 등기를 마칠 수 있습니다. 참여인이 없으면 등기 자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조문의 문언입니다.
친족의 범위는 민법에서 가져옵니다. 제767조는 배우자, 혈족, 인척을 친족으로 정했습니다. 4촌이라는 선은 혈족과 인척 모두에 적용됩니다.
| 등기관과의 관계 | 예시 | 제12조 대상 |
|---|---|---|
| 배우자 | 남편, 아내 | 해당 |
| 4촌 이내 혈족 | 부모, 자녀, 형제자매, 삼촌, 이모, 사촌 | 해당 |
| 4촌 이내 인척 | 처남, 시누이, 장인·장모, 사위, 며느리 | 해당 |
| 5촌 이상 | 당숙, 재종 형제 | 해당하지 않음 |
| 이미 끝난 관계 | 이혼한 전 배우자, 그 형제 | 여전히 해당 |
참여인은 아무나 세울 수 있나
아닙니다. 조문이 붙인 조건이 네 가지입니다.
- 그 등기소에서 소유권등기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성년자여야 합니다.
- 등기관의 배우자나 4촌 이내 친족이 아니어야 합니다.
- 인원은 2명 이상이어야 합니다.
첫 번째 조건이 핵심입니다. 그 등기소 관할 안에 자기 이름으로 소유권을 등기해 본 사람이라면 등기 실무와 지역 사정을 어느 정도 안다고 본 것입니다. 외부의 눈을 들여 처리 과정을 지켜보게 하는 구조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등기관에게 조서를 작성하고 참여인과 함께 기명날인이나 서명을 하도록 했습니다. 누가 지켜봤는지가 기록으로 남습니다.
이혼했거나 관계가 끝났다면 상관없지 않나
상관이 있습니다.
제12조 제1항 마지막 문장은 배우자등의 관계가 끝난 후에도 같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혼한 전 배우자와 그 가족, 파양으로 입양 관계가 끝난 사람도 이 제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이해관계까지 깨끗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산분할이 걸린 부동산처럼 오히려 이해가 더 첨예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은 관계가 남아 있는지를 하나하나 따지기보다 한 번 생긴 관계는 끝까지 제한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이 문장이 힘을 쓰는 장면은 재산을 정리하는 등기입니다. 이혼 뒤 재산분할로 아파트 명의를 넘기는 등기, 전 배우자 쪽 부모의 상속 정리에 얽힌 등기가 그 예입니다. 이런 사건이 전 배우자가 근무하는 등기소로 접수되면 참여 절차가 붙는다는 점을 미리 알고 일정을 잡으셔야 합니다. 잔금일이나 대출 실행일에 맞춰 바로 끝날 것이라고 기대하면 일정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법무사가 대신 내도 제한이 걸리나
걸립니다. 조문은 신청인을 기준으로 삼았고, 대리인이 누구인지는 묻지 않습니다.
등기는 원칙적으로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가 함께 신청합니다. 위 상가처럼 매도인 쪽이 등기관의 인척이라면 매도인이 등기의무자로서 신청인이 되므로 법무사가 서류를 냈더라도 제12조의 상황입니다. 매수인 쪽이 친족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청하는 쪽에서는 접수할 때 등기관과의 관계를 숨기지 않고 알리는 편이 좋습니다. 참여인을 어떻게 구할지, 다른 담당자가 맡을 수 있는지는 등기소가 내부 절차에 따라 판단합니다. 관계를 감췄다가 뒤늦게 드러나면 등기의 공정성을 두고 불필요한 다툼이 생깁니다.
처리가 의심스러우면 무엇을 할 수 있나
먼저 누가 처리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제11조 제4항은 등기사무를 처리한 등기관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조치를 하도록 정했습니다.
등기관의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관할 지방법원의 판단을 받는 다음 순서를 밟습니다.
- 처분을 한 등기관이 속한 등기소에 이의신청서를 내거나 전산으로 이의신청정보를 보냅니다(제100조, 제101조).
- 등기관은 이유 없다고 보면 3일 이내에 의견을 붙여 관할 지방법원으로 보냅니다(제103조).
- 법원은 결정 전에 가등기나 이의가 있다는 뜻의 부기등기를 명할 수 있습니다(제106조).
- 법원 결정에 불복하면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라 항고합니다(제105조).
주의
이의신청에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습니다(제104조). 또 새로운 사실이나 새로운 증거를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제102조). 처분 당시 자료만으로 다투게 되므로 접수 서류 사본을 처음부터 챙겨 두십시오.
정리
등기관 본인이나 배우자, 4촌 이내 친족이 신청인이면 그 등기소에서 소유권등기를 한 성년자 2명 이상이 참여하지 않는 한 등기를 마칠 수 없습니다. 이혼 등으로 관계가 끝난 뒤에도 같습니다.
아는 사람이 처리한다는 말은 빨라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절차가 하나 더 붙는다는 뜻입니다. 거래 상대방이 등기관과 가까운 사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처리 경과를 확인하고, 석연치 않은 점이 있으면 이의 절차를 변호사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11조, 제12조, 제100조~제106조 · 민법 제767조, 제777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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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등기관의 사촌 형이 매수인인데 매도인인 제가 따로 할 일이 있나요?
신청인 한쪽이 등기관의 4촌 이내 친족이면 제12조의 참여 절차가 붙습니다. 매도인이 직접 할 일은 많지 않지만, 접수 뒤 처리 경과와 완료 통지를 챙겨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여인이 없으면 등기가 아예 안 되나요?
조문은 참여인 2명 이상이 없으면 그 등기관이 등기를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실제로 어떻게 진행할지는 등기소가 정하므로 접수할 때 관계를 미리 알리고 안내를 받으십시오.
전자신청으로 내면 이 제한을 피할 수 있나요?
신청 방법과 상관없이 신청인이 등기관의 배우자등이면 같은 제한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방식을 바꿔 피하려 하기보다 처음부터 절차를 갖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미 끝난 등기가 제12조를 어긴 것 같습니다.
처리 등기관과 조서 작성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의신청은 처분 당시 자료로만 판단하므로 등기 신청서와 부속서류 열람부터 진행하시고 대응 방향을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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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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