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근린상가를 지으며 대출을 받을 때 은행 요구로 건물을 담보신탁에 넣었던 사장님이 마지막 원리금을 갚았습니다. 신탁회사에 전화했더니 해지 서류를 보내 줄 테니 등기는 그쪽에서 알아서 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등기사항증명서 갑구에는 여전히 신탁회사 이름과 신탁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습니다. 내 건물을 되찾는 등기인데 왜 신탁회사 도장이 필요한지, 신탁이라는 표시는 누가 지우는지 헷갈립니다. 부동산등기법 제87조가 이 질문의 답을 나눠서 적어 두었습니다.
신탁이 끝나도 등기부에 무엇이 남아 있나
두 겹이 남아 있습니다.
하나는 소유권입니다. 신탁을 설정하면 건물의 소유권은 등기부상 수탁자, 곧 신탁회사에게 넘어갑니다. 다른 하나는 신탁등기입니다. 이 건물이 신탁재산이라는 표시와 함께 신탁원부 번호, 거래할 때의 주의사항이 등기기록에 붙어 있습니다.
대출 완제 확인서는 신탁이 끝났다는 근거일 뿐, 그 한 장으로 등기부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대출을 갚았다고 이 두 겹이 저절로 벗겨지지도 않습니다. 신탁이 끝났다는 것은 계약 관계의 이야기이고, 등기부는 신청이 들어와야 움직입니다. 그래서 신탁 종료 뒤에는 소유권을 되돌리는 등기와 신탁 표시를 지우는 등기가 함께 필요합니다.
두 등기를 따로 낼 수는 없나
제87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속한 권리가 이전·변경·소멸되어 신탁재산이 아니게 된 경우 신탁등기의 말소신청을 그 권리의 이전등기, 변경등기 또는 말소등기의 신청과 동시에 하도록 정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신탁종료로 권리가 이전되거나 소멸된 경우에도 제1항을 준용합니다.
담보신탁이 끝나 건물이 원래 주인에게 돌아오는 장면이 바로 제2항의 경우입니다.
동시에 하도록 묶은 이유는 어긋난 상태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소유권은 이미 위탁자에게 돌아왔는데 신탁 표시가 남아 있으면 거래 상대가 처분 권한을 오해합니다. 반대로 신탁 표시만 먼저 지워지면 신탁회사 명의의 건물이 신탁재산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어느 쪽이든 등기부를 믿고 거래한 사람이 다칩니다.
신탁 표시를 지우는 일은 누가 하나
여기서 두 등기의 신청인이 갈립니다.
신탁등기의 말소는 제87조 제3항에 따라 수탁자가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탁 표시는 수탁자가 관리하던 재산에 붙은 꼬리표이므로 그 사람이 혼자 떼어 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반면 소유권을 되돌리는 이전등기는 일반 원칙을 따릅니다. 제23조 제1항은 등기를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가 공동으로 신청하도록 정했습니다. 건물을 돌려받는 위탁자가 권리자, 명의를 내주는 신탁회사가 의무자입니다. 결국 신탁 표시를 지우는 쪽은 혼자 할 수 있어도, 동시에 내야 하는 이전등기 때문에 신탁회사의 협조가 빠질 수 없습니다.
신탁회사가 해지 서류만 보내고 등기는 알아서 하라고 한 것은 이 협조를 서면으로 대신하겠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보내온 서류에 등기의무자로서 필요한 것이 다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신탁회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제87조 제4항은 신탁등기 말소신청에 제82조 제2항과 제3항을 준용합니다. 그 결과 수익자나 위탁자가 수탁자를 대위해 신탁등기의 말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대위로 등기를 하면 등기관은 제28조 제2항에 따라 대위자의 성명, 주소, 대위원인을 기록합니다.
다만 대위로 해결되는 것은 신탁 표시 쪽뿐입니다. 소유권 이전까지 거부당하면 다른 길을 밟아야 합니다.
- 신탁계약서와 신탁원부를 떼어 종료 사유가 생겼는지 확인합니다.
- 대출 완제 확인서 등 종료를 증명할 자료를 갖춰 신탁회사에 서면으로 이행을 요구합니다.
-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냅니다.
-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제23조 제4항에 따라 위탁자가 단독으로 이전등기를 신청합니다.
- 같은 접수에서 신탁등기 말소를 대위로 함께 신청합니다.
신탁회사가 보수나 비용 정산이 끝나지 않았다며 서류를 늦추는 일도 생깁니다. 그럴 때는 신탁계약상 종료 조건과 정산 조항을 먼저 따져야 하므로 변호사와 함께 계약서를 검토하시는 편이 빠릅니다. 계약서 한 줄이 결론을 바꿉니다.
신탁 중에 팔린 건물은 무엇이 다른가
신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탁회사가 건물을 제삼자에게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양형 신탁이나 공매 처분이 그런 예입니다.
이때도 제87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순간 그 건물은 신탁재산에서 빠지므로, 이전등기와 신탁등기 말소가 한 번에 접수되어야 합니다.
매수인이 잔금 전에 확인할 것
· 매도인 명의가 신탁회사인지, 신탁회사 명의라면 처분 권한이 원부에 있는지
· 이전등기 신청서에 신탁등기 말소가 함께 들어가는지
· 수탁자가 여럿이면 합유로 등기되어 전원이 함께 움직이는지
· 등기 완료 뒤 갑구에 신탁 표시가 남아 있지 않은지
수탁자가 여러 명이라면 제84조 제1항에 따라 신탁재산이 합유라는 뜻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합유 재산은 처분할 때 수탁자 전원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그중 한 회사와만 계약하면 나중에 등기가 막힐 수 있습니다.
정리
신탁이 끝난 부동산은 소유권 이전과 신탁등기 말소를 동시에 신청해야 합니다. 신탁 표시를 지우는 일은 수탁자가 혼자 할 수 있고, 수익자나 위탁자가 대위로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유권을 되돌리는 등기에는 원칙대로 신탁회사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협조가 끊기면 판결을 받아 단독으로 신청하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대출을 다 갚은 날 바로 신탁회사에 등기 서류 일체를 요청하고, 받아 든 서류가 이전등기와 말소등기 모두에 충분한지 확인해 두십시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28조, 제82조, 제84조, 제87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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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대출을 다 갚으면 신탁은 자동으로 끝나나요?
신탁계약에서 정한 종료 사유가 생겨야 끝납니다. 담보신탁은 대개 피담보채무 변제를 종료 사유로 두지만, 계약서와 신탁원부의 종료 조항을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신탁 말소만 먼저 해 두고 이전등기는 나중에 해도 되나요?
신탁종료로 권리가 이전되는 경우에는 신탁등기 말소를 이전등기와 동시에 신청해야 합니다. 따로 떼어 내면 접수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탁자가 사망한 뒤 신탁이 끝났습니다. 누가 신청하나요?
신탁계약에서 정한 귀속권리자가 있으면 그 사람이, 없으면 상속인이 권리자로 나서게 됩니다. 상속관계 서류와 신탁원부를 함께 준비해 관할 등기소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신탁 말소 등기를 하면 누가 비용을 내나요?
비용 분담은 신탁계약에서 정한 바를 따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계약에 정함이 없다면 신탁회사와 서면으로 분담을 정한 뒤 진행하시는 편이 다툼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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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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