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상가 한 채를 큰아들에게 신탁해 관리를 맡기고, 임대료는 막내딸이 받도록 계약을 맺었습니다. 큰아들은 모인 임대료로 근처 오피스텔 한 호실을 더 샀습니다. 그런데 등기부를 떼어 보니 소유자 칸에 큰아들 이름만 있고 신탁이라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빠에게 돈을 받을 사람이 이 호실을 압류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걱정이 앞섭니다. 부동산등기법은 이런 때 수익자가 수탁자를 건너뛰고 직접 신탁등기를 신청할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신탁등기는 원래 누구 몫인가
수탁자의 일입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7항은 신탁재산에 속하는 부동산의 신탁등기를 수탁자가 단독으로 신청하도록 정합니다. 제82조 제1항은 시점까지 묶었습니다. 신탁등기는 그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설정, 보존, 이전, 변경 등기를 신청할 때 동시에 해야 합니다.
오피스텔을 살 때라면 매매로 인한 이전등기와 신탁등기가 한 번에 들어갔어야 했다는 뜻입니다. 큰아들이 개인 매매처럼 이전등기만 접수했다면 수탁자 스스로 바로잡을 시점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렇다고 그 호실이 큰아들 개인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신탁법은 신탁재산의 관리나 처분, 운용으로 수탁자가 얻은 재산도 신탁재산에 속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임대료로 산 호실이라면 신탁재산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등기부만 보는 사람에게는 큰아들 개인 재산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탁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누가 나서나
제82조 제2항이 답입니다. 수익자나 위탁자는 수탁자를 대위하여 신탁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같은 항 뒷문장이 중요합니다. 이 경우 제1항은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전등기와 동시에 내야 한다는 제한이 풀리므로, 이미 큰아들 명의로 이전등기가 끝난 뒤라도 따로 신탁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는 막내딸이 수익자, 어머니가 위탁자입니다. 둘 중 누구라도 신청인이 될 수 있습니다. 큰아들의 동의서나 도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미루면 무엇을 잃나
신탁법은 등기할 수 있는 재산권에 대해 신탁등기를 해야 그 재산이 신탁재산이라는 사실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탁법은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호를 압류한 채권자 앞에서 내세우려면 등기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등기가 없는 동안 큰아들의 개인 채권자가 오피스텔을 압류하면 이 호실이 사실은 신탁재산이라는 주장을 펴기가 어려워집니다.
압류는 하루 만에도 들어옵니다.
큰아들이 급히 팔거나 담보로 넣어 버리는 경우도 같습니다. 사는 사람과 돈을 빌려주는 은행은 등기부를 믿고 거래합니다. 신탁 표시가 없으면 그들에게 이 부동산은 큰아들 개인의 재산으로 보일 뿐입니다.
주의
수탁자 개인에게 세금 체납이나 사업 부채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때는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신탁재산으로 부동산을 새로 취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등기부부터 확인하고 신탁 표시가 없으면 바로 대위 신청을 준비하십시오.
신청하면 등기부에 무엇이 남나
두 군데에 흔적이 남습니다.
하나는 대위 사실입니다. 제82조 제3항은 제28조 제2항을 준용하므로, 등기관은 대위자의 성명, 주소, 대위원인을 기록합니다. 누가 왜 수탁자 대신 신청했는지가 공개된 장부에 남는 셈입니다.
다른 하나는 신탁원부입니다. 제81조는 신탁등기를 할 때 신탁원부를 작성하고, 등기기록에는 그 번호와 신탁재산 거래에 관한 주의사항을 적도록 했습니다. 신탁원부는 등기기록의 일부로 봅니다. 그래서 신청할 때 신탁계약의 내용을 원부에 옮길 수 있을 만큼 갖추어 내야 합니다. 계약서가 허술하면 원부도 허술해지고, 나중에 수탁자의 권한 범위를 두고 다툴 때 근거가 약해집니다.
| 신탁원부의 주요 기록사항 | 사례에서 들어갈 내용 |
|---|---|
| 위탁자·수탁자·수익자의 성명과 주소 | 어머니, 큰아들, 막내딸 |
| 신탁의 목적 | 상가와 그 수익의 관리 |
| 관리·처분·운용 방법 | 임대, 수익으로 부동산 취득 등 계약서상 권한 |
| 수익권의 발생·소멸 조건 | 계약서에 조건이 있으면 그 내용 |
| 신탁종료의 사유 | 기간 만료, 위탁자 사망 등 약정한 사유 |
대위 신청은 어떤 순서로 하나
- 신탁계약서 원본이나 사본을 확보해 수익자 또는 위탁자라는 지위를 입증할 자료로 삼습니다.
- 오피스텔 매수 자금이 신탁재산에서 나왔다는 통장 거래내역과 매매계약서를 모읍니다.
- 해당 호실의 등기사항증명서를 발급받아 현재 명의와 다른 권리를 확인합니다.
- 신청서에 대위원인을 구체적으로 적고, 신탁원부 작성에 필요한 정보를 함께 제출합니다.
- 관할 등기소에 접수한 뒤 완료되면 등기사항증명서에 신탁 표시가 올라갔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서류가 많아 보이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이 부동산이 신탁재산이라는 점을 등기관이 서류만 보고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신청이 각하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제29조는 각하 사유를 열거합니다. 대위 신청에서 자주 걸리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신청인이 수익자나 위탁자라는 점을 보여 주지 못하면 신청할 권한이 없는 자의 신청이 됩니다. 필요한 첨부정보를 빠뜨려도 각하됩니다. 신청정보와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정보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같습니다.
고칠 수 있는 잘못이라면 길이 남아 있습니다. 등기관이 보정을 명한 날의 다음 날까지 고치면 각하되지 않습니다.
기한이 짧으니 접수할 때 연락처를 정확히 적고, 보정 연락을 받으면 그날 바로 서류를 들고 가십시오.
한 가지 덧붙입니다. 같은 대위 규정은 신탁이 끝날 때도 쓰입니다. 제87조 제4항이 신탁등기의 말소 신청에 제82조 제2항과 제3항을 준용하기 때문에, 수탁자가 종료 뒤에도 손을 놓고 있으면 수익자나 위탁자가 대위로 말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정리
신탁등기는 수탁자가 권리 이전과 동시에 신청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수익자와 위탁자는 수탁자를 대위해 따로 신청할 수 있고, 이때는 동시 신청 제한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신탁등기가 없는 동안 그 부동산은 등기부상 수탁자 개인 재산과 구별되지 않습니다. 신탁재산으로 취득한 부동산을 확인했다면 계약서와 자금 흐름 자료를 정리해 변호사와 함께 신청서를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28조, 제29조, 제81조, 제82조, 제87조 · 신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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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수탁자인 형제가 반대하는데도 신청할 수 있나요?
대위 신청은 수탁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익자나 위탁자라는 지위와 그 부동산이 신탁재산이라는 사실을 서류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전등기가 이미 끝났는데 지금 신탁등기만 따로 해도 되나요?
수탁자가 직접 신청할 때는 이전등기와 동시에 해야 하지만, 수익자나 위탁자가 대위로 신청할 때는 그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전등기 뒤라도 따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대위로 신청하면 제 이름이 등기부에 남나요?
대위 신청에 따라 등기를 하면 대위자의 성명, 주소, 대위원인이 기록됩니다. 등기부를 열람하는 사람은 누가 신청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신탁이 끝났는데 수탁자가 말소를 안 해 줍니다.
신탁등기 말소에도 대위 신청 규정이 준용되므로 수익자나 위탁자가 대위로 말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탁 종료 사유를 증명하는 서류를 먼저 갖추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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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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