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의 바닷가 마을에서 남의 땅에 지상권을 설정받아 작은 공방 겸 살림집을 지었습니다. 올봄 옆 필지 주인이 경계에서 한 뼘 떨어진 자리에 3층 건물 공사를 시작했고, 공방으로 들어오던 흙길에는 자재를 쌓아 두었습니다. 항의하러 갔더니 땅 주인도 아닌 사람이 무슨 권리로 따지느냐는 말이 돌아옵니다. 민법은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해 땅 주인끼리 쓰는 이웃 규정을 지상권자와 전세권자에게도 끌어다 쓰도록 해 두었습니다.
땅 주인이 아니어도 이웃 규정을 쓸 수 있나
쓸 수 있습니다.
민법 제290조 제1항은 제213조, 제214조, 제216조부터 제244조까지의 규정을 지상권자 사이, 지상권자와 이웃 토지 소유자 사이에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제216조부터 제244조까지는 흔히 상린관계라고 부르는 묶음입니다. 길, 물, 담, 경계 근처 건축, 소음과 진동이 다 여기 들어 있습니다.
제319조는 같은 묶음을 전세권자에게도 열어 둡니다.
법이 이렇게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제로 그 땅을 쓰며 이웃과 부딪히는 사람은 등기부상 소유자가 아니라 지상권자나 전세권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누구와 누구 사이에서 통하나
제319조가 전세권자 사이, 전세권자와 이웃 토지 소유자 사이에 더해 전세권자와 지상권자 사이까지 적어 둔 점이 눈에 띕니다. 한쪽은 지상권으로, 다른 쪽은 전세권으로 땅을 쓰는 이웃끼리도 같은 규칙으로 다툰다는 뜻입니다. 조문이 이름을 든 관계를 표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내 권리 | 상대방 | 근거 |
|---|---|---|
| 지상권자 | 이웃 땅의 지상권자 | 민법 제290조 제1항 |
| 지상권자 | 이웃 땅의 소유자 | 민법 제290조 제1항 |
| 구분지상권자 | 위 두 관계와 같음 | 민법 제290조 제2항 |
| 전세권자 | 이웃의 전세권자·소유자·지상권자 | 민법 제319조 |
준용되는 범위도 넓습니다. 상린관계 묶음뿐 아니라 제213조의 반환 청구와 제214조의 방해제거·예방 청구까지 함께 넘어옵니다.
등기하지 않은 임대차만 가진 사람은 두 조문 어디에도 이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등기사항증명서 을구에 지상권이나 전세권이 등기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가 있다면 그 사본이 이웃에게 내미는 첫 번째 서류가 됩니다.
막힌 흙길은 어떻게 다시 여나
두 갈래로 나눠 봅니다.
길이 이웃 땅 위에 있고 그 길 말고는 큰길로 나갈 방법이 없다면 제219조의 주위토지통행권이 출발점입니다. 통로가 없어 공로에 드나들 수 없거나 비용이 지나치게 드는 경우 주위 토지를 지나갈 수 있고, 필요하면 통로를 낼 수도 있습니다. 대신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골라야 하고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원래 한 필지였던 땅이 나뉘면서 길이 끊긴 경우라면 제220조에 따라 보상 의무 없이 다른 분할자의 땅을 지날 수 있습니다. 분할 이력은 토지대장에서 확인합니다.
자재를 쌓아 통행을 막는 행위 자체는 제214조의 방해제거 청구로 다툽니다. 치워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계속 막을 염려가 있으면 예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계 바로 옆 공사는 멈출 수 있나
시간이 관건입니다.
제242조 제1항은 특별한 관습이 없으면 건물을 지을 때 경계로부터 반 미터 이상 떨어뜨리게 합니다. 이를 어기면 이웃은 건물의 변경이나 철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 단서가 기한을 걸었습니다. 건축에 착수한 뒤 1년이 지나거나 건물이 완성되면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 뼘이 반 미터에 못 미친다면 지금 움직여야 합니다.
주의
착수 후 1년은 이웃이 공사를 시작한 날부터 셉니다. 항의만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다 골조가 다 올라가면 변경이나 철거를 구할 길이 닫히고 돈으로 받는 길만 남습니다. 착공 신고일이나 첫 굴착 사진처럼 시작 시점을 보여 줄 자료를 먼저 확보하십시오.
창문도 봐야 합니다. 제243조는 경계에서 2미터 안쪽에 이웃 집 안이 들여다보이는 창이나 마루를 내면 가림 시설을 하도록 정했습니다. 공방 쪽으로 큰 창이 계획되어 있다면 이 조문을 근거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소음과 진동, 처마 물은 어디까지 참아야 하나
제217조 제1항은 토지 소유자에게 매연, 열기체, 음향, 진동 같은 것으로 이웃의 토지 사용을 방해하거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를 지웁니다. 지상권자도 이 조문을 이웃 땅 주인에게 들이댈 수 있습니다.
다만 제2항은 그것이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정도라면 참아야 한다고 정합니다. 공사 소음이 낮 시간에 일정 기간 이어지는 정도와, 새벽부터 밤까지 진동이 계속되는 정도는 다르게 평가됩니다. 소음 측정 앱 기록이라도 날짜와 시간을 남겨 두십시오.
완공 뒤 지붕 빗물이 공방 마당으로 바로 떨어진다면 제225조가 근거가 됩니다. 처마물이 이웃에 직접 떨어지지 않도록 시설할 의무입니다.
지상권자가 거꾸로 이웃 땅을 써야 할 때는
규정은 양쪽으로 작동합니다.
공방의 담을 고치려면 옆 땅에 사다리를 세워야 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지상권자가 청구하는 쪽이 됩니다. 제216조는 경계 근처에서 담이나 건물을 쌓거나 고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이웃 토지 사용을 청구할 수 있게 하되, 이웃 사람의 승낙 없이는 주거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웃이 손해를 입으면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도관이나 전선을 이웃 땅 밑으로 지나가게 해야 한다면 제218조를 봅니다. 그 땅을 통과하지 않으면 시설할 수 없거나 비용이 과다한 경우에 한해,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으로 시설하고 요청이 있으면 보상합니다. 나중에 사정이 바뀌면 이웃은 시설의 변경을 청구할 수 있고, 그 비용은 시설한 쪽이 냅니다.
권리를 주장하는 쪽이 의무도 함께 진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협상이 쉬워집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
- 등기사항증명서를 떼어 지상권 또는 전세권 등기와 그 범위를 확인합니다.
- 경계 측량 성과도나 지적도를 준비해 공사 위치가 반 미터 기준에 걸리는지 봅니다.
- 막힌 길, 공사 위치, 소음 상황을 날짜가 남는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 근거 조문을 적어 내용증명으로 시정을 요구합니다.
- 공사가 계속되면 착수 1년이 지나기 전에 법원에 공사 중지를 구하는 절차를 검토합니다.
정리
제290조와 제319조 덕분에 지상권자와 전세권자도 길, 경계, 소음, 물에 관한 이웃 규정을 소유자처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방해 제거와 예방 청구도 함께 쓸 수 있습니다.
경계 근처 건축은 착수 1년이나 완공이라는 시한이 있어 늦으면 손해배상만 남습니다. 등기사항증명서와 측량 자료, 현장 기록을 갖춰 변호사와 함께 대응 시점을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14조, 제216조, 제217조, 제218조, 제219조, 제220조, 제225조, 제242조, 제243조, 제290조, 제31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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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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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전세권이 아니라 일반 월세 계약인데도 주장할 수 있나요?
민법 제290조와 제319조가 이름을 든 것은 지상권자와 전세권자입니다. 등기하지 않은 임대차라면 이 준용 규정에 바로 기대기 어려우므로 임대인인 소유자를 통해 대응하는 방법을 함께 검토하십시오.
이웃 건물이 이미 완공됐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못 하나요?
경계에서 반 미터 기준을 어긴 건물이라도 완성된 뒤에는 변경이나 철거 대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사 시작 시점과 완공 시점을 확인할 자료를 모아 두십시오.
통행권을 인정받으면 돈을 내야 하나요?
주위토지통행권자는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다만 한 필지가 분할되면서 길이 끊긴 경우에는 다른 분할자의 토지를 지나는 데 보상 의무가 없습니다.
공사 소음은 어느 정도부터 다툴 수 있나요?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정도라면 참아야 합니다. 시간대, 기간, 강도를 기록해 그 범위를 넘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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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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