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의 1층 점포에서 국밥집을 연 지 2년, 계약 만료를 넉 달 앞두고 건물주가 계약서 특약란을 펼쳐 보입니다. 임차인은 기간 만료 시 계약갱신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한 줄 아래 사장님의 서명이 또렷합니다. 처음 계약할 때 다른 조건에 정신이 팔려 읽고 지나간 문장입니다. 건물주는 약속대로 비워 달라고 합니다. 이 특약이 정말 사장님을 묶는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5조 한 문장에서 출발해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제15조는 무엇을 무효로 하나
조문은 짧습니다.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습니다.
두 겹의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이 법의 어떤 규정과 어긋나야 하고, 그 결과가 임차인 쪽에 불리해야 합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이 조문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한쪽만 보호하는 구조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법과 다른 약정이라도 임차인에게 유리하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한쪽으로만 작동하는 강행규정
같은 법 제9조 제1항이 좋은 예입니다.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1년으로 보지만, 임차인은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법이 정한 기준은 임차인을 지키는 바닥선이고, 그 바닥선을 내려가는 약정만 막힌다는 뜻입니다.
갱신 포기 특약은 어느 규정과 부딪히나
제10조 제1항입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갱신을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최초 기간을 포함해 전체 10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이 권리를 쓸 수 있게 했습니다.
계약을 맺는 날 미리 갱신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적는 것은 이 권리를 통째로 내려놓는 일입니다. 법이 거절 사유를 여덟 가지로 한정해 두었는데, 특약 한 줄로 그 목록 밖에서 거절할 길을 여는 셈입니다. 제15조의 두 조건에 들어맞기 쉬운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런 특약은 서명이 있어도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조문에 충실한 읽기입니다. 처음 계약할 때 임차인은 점포를 얻어야 하는 처지라 특약란의 문장을 고칠 힘이 약합니다. 바로 그 순간의 약속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이 법이 강행규정을 둔 이유입니다.
합의로 나가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
여기서 많이 헷갈립니다.
제10조 제1항 제3호는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를 정당한 거절 사유로 둡니다. 법이 스스로 합의와 보상에 의한 종료를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이는 시점과 대가에 있습니다.
| 구분 | 계약 체결 때 넣은 포기 특약 | 만료 무렵 보상 합의 |
|---|---|---|
| 언제 | 갱신 문제가 생기기 전 | 갱신 여부가 실제로 걸린 때 |
| 대가 | 대개 없음 | 이사 비용, 시설비 등 상당한 보상 |
| 근거 | 법에 없는 거절 사유를 만듦 | 제10조 제1항 제3호 |
| 효력 | 제15조로 다툴 여지가 큼 | 요건을 갖추면 정당한 거절 사유 |
건물주가 지금 보상을 제시하며 새 합의서를 내민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경우에는 보상액이 상당한지를 따지는 협상이 됩니다.
보증금이 큰 계약도 같은가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
제2조 제1항 단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넘는 임대차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다만 제3항이 예외 목록을 두어, 그런 임대차에도 제3조, 제10조 제1항부터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9까지 등은 적용됩니다. 갱신요구권 자체는 보증금 규모와 상관없이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목록에 제15조는 없습니다. 환산한 보증금이 기준을 넘는 점포라면 특약의 효력을 다툴 때 근거를 어떻게 세울지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계약서의 보증금과 월세로 환산액부터 계산해 보십시오.
권리금을 포기한다는 특약은
같은 계약서에 권리금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 때까지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위반하면 손해를 배상하게 합니다. 미리 이 보호를 포기시키는 특약 역시 법의 규정과 어긋나고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권리금은 사정마다 다툼이 복잡합니다. 신규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했는지,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제10조의4 제2항은 주선한 사람이 보증금이나 차임을 낼 자력이 없는 경우, 점포를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쓰지 않은 경우 등을 정당한 사유로 봅니다.
손해배상 청구에도 시한이 있습니다. 임대차가 끝난 날부터 3년입니다.
서명한 사장님이 지금 할 일
- 만료일을 확인하고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갱신 요구를 내용증명으로 보냅니다.
- 보증금과 월세로 환산보증금을 계산해 제2조의 기준 안인지 밖인지 확인합니다.
- 연체, 무단 전대, 파손처럼 제10조 제1항의 거절 사유로 잡힐 일이 없었는지 점검합니다.
- 건물주가 보상을 제시하면 금액과 지급 시기를 서면으로 받아 둡니다.
- 권리금 회수를 생각한다면 만료 6개월 전부터 신규임차인을 주선한 기록을 남깁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특약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갱신 요구 기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기간이 지나면 특약의 효력을 다툴 실익도 함께 줄어듭니다. 무효를 주장할 생각이라면 먼저 요구부터 해 두어야 합니다.
정리
계약 때 미리 넣은 갱신 포기 특약은 제10조 제1항의 갱신요구권을 법에 없는 방식으로 막는 약정이어서 제15조에 따라 효력을 다툴 여지가 큽니다. 임차인에게 유리한 특약은 그대로 남는다는 점도 같은 조문에서 나옵니다. 특약이 힘을 잃는다고 점포를 쓸 권리까지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반면 만료 무렵 상당한 보상을 받고 합의하는 것은 법이 인정한 정당한 사유입니다. 보증금 규모와 거절 사유 유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계약서와 차임 내역을 들고 변호사와 함께 갱신 요구 시점부터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9조, 제10조, 제10조의4, 제1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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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특약에 서명했는데도 갱신을 요구할 수 있나요?
갱신요구권을 미리 포기시키는 특약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이어서 효력을 다툴 여지가 큽니다. 다만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라는 행사 기간은 지켜야 합니다.
건물주가 이사비를 줄 테니 나가 달라고 합니다.
서로 합의하고 임대인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는 법이 정한 정당한 거절 사유입니다. 보상 금액과 지급 시기를 서면으로 정리한 뒤에 결정하십시오.
보증금이 커서 법 적용이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보증금액을 넘는 임대차에도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보호 규정 등은 적용됩니다. 다만 강행규정 조문은 그 예외 목록에 없으므로 특약을 다투는 근거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계약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적었는데 효력이 있나요?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1년으로 봅니다. 다만 임차인은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같은 법이 임차인에게만 선택권을 준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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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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