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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지식인2026년 10월 15일조회 0

당사자끼리 합의로 법에 없는 물권을 새로 만들 수 있나요?

Q. 질문 내용

친구가 가진 김해의 밭 절반을 제가 20년 동안 먼저 쓰고, 대신 해마다 사용료를 내는 우선사용권을 갖기로 둘이 합의했습니다. 이걸 등기부에 올려서 나중에 친구가 땅을 팔아도 제 권리가 유지되게 하고 싶은데, 둘이 합의만 하면 이런 권리를 새로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본인 사안은 계약으로 정한 권리가 물권이 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률이나 관습법이 인정하지 않는 물권은 당사자가 합의해도 만들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약속이 두 사람 사이의 계약으로서 효력까지 잃는 것은 아니며, 이미 있는 물권을 빌려 비슷한 효과를 낼 길이 있습니다.

■ 민법 제185조가 문을 닫아 두었습니다

조문은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흔히 물권법정주의라고 부릅니다. 물권은 계약 당사자뿐 아니라 그 땅을 사는 사람, 돈을 빌려주는 은행처럼 모든 사람에게 주장하는 권리입니다. 누구나 마음대로 새 종류를 만들 수 있다면 땅을 사려는 사람은 등기부를 보고도 어떤 부담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종류와 내용을 법이 미리 정해 두고 그 틀 안에서만 고르게 한 것입니다.

■ 등기부도 정해진 칸만 받아 줍니다

부동산등기법 제3조는 등기할 수 있는 권리를 ① 소유권 ② 지상권 ③ 지역권 ④ 전세권 ⑤ 저당권 ⑥ 권리질권 ⑦ 채권담보권 ⑧ 임차권으로 열거합니다. 두 분이 만든 우선사용권이라는 이름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그런 이름으로 신청서를 내면 제29조 제2호의 사건이 등기할 것이 아닌 경우에 해당해 각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 물권은 제186조에 따라 등기해야 효력이 생기므로, 등기할 수 없는 권리는 물권처럼 행세할 방법이 없습니다.

■ 그렇다고 약속이 휴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권이 되지 못할 뿐, 두 분 사이의 계약은 계약으로 남습니다. 친구분이 약속을 어기면 계약 위반을 이유로 이행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3자입니다. 친구분이 땅을 팔거나 상속이 일어나면 새 주인은 그 약속에 묶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서에 땅을 넘길 때 새 소유자에게 이 약정을 승계시키기로 하는 조항을 넣어 두면 어느 정도 보완은 되지만, 등기된 물권만큼 단단하지는 않습니다.

■ 비슷한 효과는 이미 있는 물권으로 냅니다

원하시는 내용이 그 땅의 일부를 오래 쓰는 것이라면 목적에 맞는 물권을 고르면 됩니다. ① 건물이나 공작물을 소유하려면 지상권 ② 길을 내거나 물을 끌어오는 식으로 내 땅의 편의를 위해 옆 땅을 쓰려면 지역권 ③ 돈을 맡기고 건물이나 땅을 쓰려면 전세권 ④ 차임을 내고 빌리는 관계라면 임차권 등기가 후보입니다. 각 권리의 등기사항에는 존속기간이나 범위처럼 약정을 담을 수 있는 칸이 있어서, 두 분이 원하는 조건 상당 부분을 그 안에 적어 넣을 수 있습니다.

■ 관습법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좁습니다

제185조가 관습법을 함께 적은 것은 오랜 관행이 사회에서 법처럼 받아들여진 권리를 인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실무에서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처럼 오래 굳어진 몇 가지가 거론되는 정도입니다. 두 분이 최근에 합의한 내용은 여기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금 하실 일은 계약서 초안에서 원하는 권리 내용을 항목별로 적고, 그것을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임차권 가운데 어느 틀에 담을지 정하는 것입니다. 등기 문안까지 함께 정해야 하니 부동산 등기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에게 초안을 보여 주고 검토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85조, 제186조 · 부동산등기법 제3조, 제2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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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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