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한 상가 인테리어를 마치고 공사대금 4,800만 원을 받지 못한 업체 대표가 건물주를 설득해 근저당을 잡았습니다. 석 달 뒤 경매 개시 통지를 받고 등기사항증명서를 떼 보니 갑구에 카드사의 가압류가 올라 있었고, 날짜가 근저당과 똑같은 3월 14일이었습니다. 같은 날이면 나란히 나누는 것인지, 누군가 먼저인지부터 궁금해집니다. 답은 날짜 옆에 적힌 숫자에 있습니다. 등기부는 하루를 한 칸으로 보지 않습니다.
날짜가 같으면 순위도 같은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부동산등기법은 같은 부동산에 등기한 권리의 순위를 등기한 순서로 정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여기서 순서는 달력의 날짜가 아닙니다. 오전 10시의 신청과 오후 3시의 신청 사이에는 분명히 앞뒤가 있고, 등기부는 그것을 번호로 남깁니다.
그 번호가 두 종류라는 점이 헷갈림의 출발점입니다. 한 부동산의 등기기록에는 소유권에 관한 사항을 적는 갑구와 그 밖의 권리를 적는 을구가 따로 있습니다. 같은 구 안의 등기끼리는 순위번호로, 갑구와 을구에 나뉜 등기끼리는 접수번호로 앞뒤를 가립니다. 어느 번호를 볼지는 두 등기가 어느 칸에 들어 있는지로 정해집니다.
갑구의 가압류와 을구의 근저당은 무엇을 비교하나
접수번호입니다. 등기부의 각 줄에는 접수 칸이 있고, 거기에 날짜와 함께 제12876호 같은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가압류는 소유자의 처분을 묶는 등기라 갑구에 오르고, 근저당은 소유권 외의 권리라 을구에 오릅니다. 두 칸의 순위번호는 서로 따로 매겨지므로 갑구 5번과 을구 2번을 견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접수번호는 등기소가 사건을 받은 차례대로 하나의 흐름으로 매기기 때문에, 칸이 달라도 곧바로 비교가 됩니다. 신청 정보가 전산에 저장된 순간이 접수이고, 등기관도 이 번호 순서대로 사건을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앞 사례라면 근저당의 접수번호가 제12876호, 가압류가 제12911호였을 때 근저당이 먼저입니다. 반대라면 가압류가 앞섭니다. 을구 안의 근저당 둘끼리라면 이런 대조 없이 1번, 2번의 순위번호만 보면 됩니다.
가압류가 앞선 경우 뒤의 근저당권자는 가압류 채권자보다 먼저 받겠다고 주장하기 어렵고, 실무에서는 두 채권을 금액 비율로 나누어 배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저당이 앞섰다면 근저당권자가 채권최고액 범위에서 먼저 가져가는 구조가 됩니다. 숫자 몇 자리 차이가 배당액을 크게 바꾸는 셈입니다.
| 등기부에서 마주친 모습 | 무엇으로 앞뒤를 보나 | 읽는 요령 |
|---|---|---|
| 을구에 근저당 두 건, 날짜가 같음 | 순위번호 | 1번이 2번보다 앞. 날짜 칸은 보지 않아도 됨 |
| 갑구 가압류와 을구 근저당, 날짜가 같음 | 접수번호 | 제 뒤의 숫자가 작은 쪽이 먼저 접수된 것 |
| 3번 아래에 3-1번이 붙어 있음 | 주등기의 순위 | 3-1번은 3번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음 |
| 가등기 뒤에 본등기가 올라옴 | 가등기의 순위 | 본등기 날짜가 늦어도 가등기 자리로 계산 |
| 전입신고와 근저당 설정이 같은 날 | 대항력 발생일 | 전입의 효력은 다음 날부터라 근저당이 앞섬 |
3-1번처럼 가지 번호가 붙은 등기는
부기등기라고 부릅니다. 이미 있는 등기, 즉 주등기에 딸려 붙는 등기입니다.
근저당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이전등기, 근저당권 위에 다시 질권을 설정하는 등기 같은 것이 이 형태로 기록됩니다. 법은 부기등기의 순위를 주등기의 순위에 따른다고 정합니다. 을구 3번 근저당을 은행이 대부업체에 넘겨 3-1번이 생겼다면, 넘겨받은 쪽은 3-1번이 올라간 날이 아니라 3번 자리에서 순위를 다툽니다.
같은 주등기에 부기등기가 둘 이상 붙었다면 그 둘 사이는 등기한 순서로 봅니다. 3-1번과 3-2번이 있으면 3-1번이 먼저입니다.
채권최고액을 올리는 변경등기는 조금 다릅니다. 권리의 변경등기가 부기로 되려면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의 승낙이 있어야 하고, 승낙을 받지 못하면 부기가 아닌 새 주등기로 올라갑니다. 늘어난 부분은 뒤에 들어온 권리보다 앞설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가등기가 먼저 있었다면 계산이 바뀌나
바뀝니다. 그것도 크게 바뀝니다.
소유권이전청구권을 보전하려고 가등기를 해 둔 사람이 나중에 본등기를 하면, 본등기의 순위는 가등기의 순위를 따릅니다. 가등기가 1월에, 본등기가 9월에 이루어졌다면 그 사이에 들어온 가압류나 근저당은 본등기보다 뒤로 밀립니다. 등기관은 본등기를 한 뒤 가등기로 보전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중간 등기를 직권으로 말소하고, 말소된 권리의 명의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합니다.
오래된 가등기가 남은 부동산이라면 내 근저당이 1순위처럼 보여도 통째로 지워질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셈입니다.
같은 날 전입한 세입자는 근저당보다 앞서나
세입자에게 가장 뼈아픈 장면이 여기서 나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집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때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등기는 접수한 때부터 효력이 생깁니다. 잔금을 치르고 같은 날 전입신고를 했는데 집주인이 그날 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설정했다면, 근저당은 당일에, 세입자의 대항력은 다음 날 0시에 생기므로 근저당이 앞섭니다.
주의
이사 당일 전입신고를 했다고 안심하기 이르습니다. 계약서에 잔금일 다음 날까지 새 담보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고, 잔금 직전과 전입 다음 날에 등기부를 한 번씩 열람해 새로 붙은 줄이 없는지 확인하십시오.
우선변제권은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함께 갖춰야 생기므로, 확정일자도 같은 이유로 일찍 받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순위가 잘못 계산된 배당표를 받았다면
배당기일에 직접 나가야 합니다. 민사집행법은 기일에 출석한 채권자가 자기 이해에 관계되는 범위에서 다른 채권자의 채권이나 순위에 이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 등기사항증명서를 말소사항 포함으로 새로 떼어 접수번호와 순위번호를 한 줄씩 옮겨 적습니다.
- 법원에 비치된 배당표 원안을 열람해 자기 채권이 몇 번째에 놓였는지 대조합니다.
- 배당기일에 출석해 순위에 대한 이의를 진술하고 조서에 남깁니다.
- 배당기일부터 1주 이내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고, 소를 낸 증명을 집행법원에 제출합니다.
마지막 단계를 놓치면 이의는 취하된 것으로 봅니다. 날짜를 달력에 먼저 적어 두십시오.
정리
같은 날 올라간 등기라도 앞뒤는 반드시 있습니다. 같은 칸 안이면 순위번호, 갑구와 을구로 갈라져 있으면 접수번호를 보면 됩니다. 날짜 칸만 보고 동순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가지 번호가 붙은 부기등기는 본래 줄의 자리를 이어받고, 가등기에 기초한 본등기는 가등기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세입자의 대항력은 전입 다음 날에 생기므로 같은 날 설정된 근저당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경매 통지를 받았거나 담보를 잡기 전이라면, 전부 증명서를 떼어 번호부터 대조하고 계산이 맞지 않을 때는 배당기일 전에 변호사와 함께 순위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4조, 제5조, 제6조, 제11조, 제15조, 제52조, 제91조, 제92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조의2 · 민사집행법 제151조, 제154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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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인터넷등기소에서 뗀 등기부에 접수번호가 안 보입니다.
열람 화면의 요약 형식에는 일부 칸이 생략될 수 있습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선택하면 각 줄의 접수 칸에 날짜와 번호가 함께 나옵니다.
가압류가 근저당보다 한 번호 앞서면 근저당은 한 푼도 못 받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압류가 앞선 경우 실무에서는 두 채권을 금액 비율로 나누는 경우가 많으므로, 배당표 원안을 열람해 실제 계산 방식을 확인하십시오.
근저당권을 넘겨받았는데 제 이름의 부기등기 날짜가 늦습니다.
부기등기의 순위는 주등기를 따르므로 넘겨받은 날짜가 늦어도 원래 근저당의 자리에서 순위를 다툽니다. 다만 같은 주등기에 다른 부기등기가 먼저 붙어 있다면 그 둘 사이는 등기 순서로 정해집니다.
전입신고를 잔금 전날 미리 해 두면 되지 않나요?
대항력은 집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쳐야 생기므로, 실제로 입주하지 않은 상태의 전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잔금일에 새 담보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두는 편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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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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