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뒷골목 4층 상가 건물의 1층 점포를 보고 왔습니다. 보증금 8천만 원에 월세도 적당하고, 건물주는 친절했습니다. 등기부를 떼어 보니 은행 근저당 하나가 전부라 안심하려던 참에, 중개사가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이 건물 2층부터 4층까지 점포가 다섯 곳인데 그 사람들 보증금은 등기부에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 그 보증금들이 내 앞에 설 수도 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이 숫자를 세무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무서에는 어떤 기록이 남아 있나
상가 임대차의 확정일자는 동 주민센터가 아니라 건물 소재지 관할 세무서장이 부여합니다. 주택과 가장 크게 다른 부분입니다.
세무서장은 확정일자를 줄 때마다 확정일자부라는 장부를 씁니다. 여기에는 상가건물의 소재지,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과 보증금 등이 적힙니다. 결국 같은 건물의 다른 점포가 언제 얼마의 보증금으로 들어왔는지가 세무서 한곳에 모여 있는 셈입니다.
등기부는 등기된 권리만 보여 줍니다. 상가 임차인 대부분은 임대차를 등기하지 않고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으로 대항력을 갖추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존재는 등기부만 봐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직 계약 전인데 남의 보증금을 볼 수 있나
볼 수 있습니다. 조건은 하나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관할 세무서장에게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계약 전 단계에서는 건물주의 동의서가 열쇠입니다.
계약을 마친 임차인처럼 이미 그 건물의 임대차에 이해관계가 생긴 사람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들은 동의 없이도 요청할 수 있고, 세무서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계약 뒤에 알게 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으니, 계약 전 조회가 훨씬 쓸모 있습니다.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의 구체적인 범위와 이해관계인의 범위는 대통령령에 맡겨져 있습니다. 세무서에 가기 전에 전화로 필요한 서류를 물어보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무서에 갈 때 무엇을 챙기나
- 건물주가 서명한 정보 제공 동의서, 가능하면 건물주 신분증 사본
- 요청하는 사람의 신분증
- 조회할 건물의 정확한 지번과 동·호수
- 가계약을 했다면 가계약서나 계약 예정 조건을 적은 메모
동의서 양식은 세무서 민원실에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건물주에게 미리 받아 두려면 조회 목적과 건물 주소, 날짜, 서명이 들어가면 됩니다.
| 어디서 떼나 | 무엇이 보이나 | 이것만으로는 안 보이는 것 |
|---|---|---|
| 등기소, 인터넷등기소의 등기사항증명서 | 소유자, 근저당 채권최고액, 가압류·압류, 등기된 임차권 | 등기하지 않은 상가 임차인들의 보증금 |
| 관할 세무서의 확정일자 정보 | 확정일자를 받은 점포별 부여일, 차임, 보증금 등 |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임차인 |
| 시·군·구청의 건축물대장 | 건물 용도, 위반건축물 표시 여부 | 임대차 관계 |
| 임대인에게 직접 요청하는 서류 | 임대인이 동의해 떼어 주는 납세 관련 서류 등 | 임대인이 내주지 않으면 확인 불가 |
요령은 표의 네 가지를 한자리에 펼쳐 놓고 맞춰 보는 것인데, 세무서 정보는 어디까지나 등기부의 빈칸을 채우는 자료일 뿐 등기부를 대신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받아 온 숫자는 어떻게 읽나
계산은 단순합니다. 건물 값에서 나보다 먼저 받아 갈 돈을 빼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세 20억 원짜리 건물에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12억 원이고, 세무서 기록상 먼저 확정일자를 받은 점포들의 보증금 합계가 5억 원이라고 해 봅시다. 경매는 보통 시세보다 낮게 낙찰되고 비용도 먼저 빠집니다. 남는 몫이 내 보증금 8천만 원을 덮을 수 있는지를 보수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숫자가 빠듯하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협상이 오히려 안전할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 부여일도 눈여겨보십시오. 우선변제의 순서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시점으로 정해지므로, 최근 몇 달 사이에 들어온 점포가 여럿이라면 건물주가 보증금으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계약하고 나서 내 순서는 어떻게 잡나
조회는 남의 순서를 보는 일이고, 내 순서는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 잔금을 치르고 점포를 넘겨받습니다.
- 같은 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합니다.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을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대항력이 생깁니다.
- 임대차계약서에 세무서장의 확정일자를 받습니다. 대항요건에 확정일자까지 갖추어야 경매나 공매 대금에서 뒤 순위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한두 달 뒤 등기부를 다시 떼어 계약 직후 새 근저당이 붙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보증금과 월세를 환산한 금액이 대통령령이 정한 지역별 기준을 넘는 임대차에는 이 법의 일부만 적용됩니다. 대항력 규정은 적용되지만 확정일자에 따른 우선변제 규정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큰 점포라면 기준액부터 확인하고 계약 구조를 짜야 합니다.
이 조회로도 알 수 없는 것은
세무서 장부에 없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점포는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보증금이 작아 확정일자를 챙기지 않았어도 일정 요건을 갖춘 소액 임차인은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먼저 받을 수 있으니, 층마다 영업 중인 점포 수와 기록된 점포 수를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건물주가 밀린 세금도 조회 대상이 아닙니다.
주의
건물주가 동의서를 끝내 써 주지 않는다면 그 자체를 판단 자료로 삼으십시오. 조회를 거부하는 이유를 묻고, 계약을 진행하더라도 보증금 규모를 줄이거나 앞선 임차인 현황을 사실대로 밝혔다는 확인 문구를 계약서에 넣어 두어야 합니다.
정리
상가 건물은 등기부만으로 앞선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알 수 없습니다. 그 기록은 관할 세무서의 확정일자부에 있습니다.
계약 전이라도 건물주의 동의를 받으면 세무서에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보증금 등의 정보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받아 온 숫자를 등기부의 근저당과 합쳐 경매 때 내 보증금이 남는지 따져 본 뒤에 도장을 찍으십시오.
계약 뒤에는 인도, 사업자등록 신청, 확정일자 세 가지로 내 순서를 확보합니다.
참조 조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3조, 제4조, 제5조, 제14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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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인터넷으로도 앞선 임차인 정보를 조회할 수 있나요?
제공 방법과 창구는 세무서마다 안내가 다를 수 있습니다. 관할 세무서 민원실에 먼저 문의해 방문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건물주 동의 없이 옆 점포 사장님께 보증금을 물어보는 것은 괜찮나요?
물어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들은 숫자는 확인된 자료가 아닙니다. 판단은 세무서 기록과 등기부를 기준으로 하십시오.
계약한 뒤에 조회했더니 앞선 보증금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계약을 물릴 수 있나요?
조회 결과만으로 해지할 권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건물주가 계약 전에 사실과 다르게 설명했다면 그 경위를 정리해 대응을 검토해야 합니다.
사업자등록을 늦게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대항력은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을 마친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 그 전에 들어온 근저당이나 가압류는 내 앞 순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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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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