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기간 칸이 비어 있는 임대차가 있습니다. 창고 한 켠을 구두로 빌린 경우, 계약이 끝났는데 아무 말 없이 눌러앉아 시간이 흐른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계약은 언제 끝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끝내는 방법도 따로 있어야 합니다. 민법 제635조가 그 방법입니다. 누구든 언제든 해지를 통고할 수 있지만, 통고했다고 그날 끝나지는 않습니다. 임대인이 통고하면 여섯 달, 임차인이 통고하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 숫자가 어디서 오고 어디까지 미치는지 조문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기간을 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끝내나
통고입니다.
제635조 제1항은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사유가 필요 없습니다. 상대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어도 통고 자체는 언제나 가능합니다.
대신 제2항이 시간을 붙입니다. 상대방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정해진 기간이 지나야 해지의 효력이 생깁니다.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은 임대인이 통고한 경우 6월, 임차인이 통고한 경우 1월이고, 동산은 5일입니다. 통고는 끝을 알리는 행위이고, 끝은 그 뒤에 옵니다.
나가야 하는 쪽은 새 자리를 찾고 짐을 옮겨야 하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 누가 통고하나 | 대상 | 효력 발생까지 | 근거 |
|---|---|---|---|
| 임대인 | 토지·건물·공작물 | 통고 도달 뒤 6월 | 민법 제635조 제2항 제1호 |
| 임차인 | 토지·건물·공작물 | 통고 도달 뒤 1월 | 민법 제635조 제2항 제1호 |
| 누구든 | 동산 | 통고 도달 뒤 5일 | 민법 제635조 제2항 제2호 |
| 임차인 | 묵시 갱신된 주택 | 통고 도달 뒤 3개월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
| 임차인 | 묵시 갱신된 상가 | 통고 도달 뒤 3개월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5항 |
기간을 정했는데도 이 조문이 쓰이는 때
두 갈래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636조입니다.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있어도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그 기간 안에 해지할 권리를 보류한 때에는 제635조를 준용합니다. 계약서에 언제든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두었다면, 그 조항을 쓸 때에도 여섯 달과 한 달의 시간이 그대로 따라붙는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제639조 제1항의 묵시의 갱신입니다. 기간이 끝났는데 임차인이 계속 쓰고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하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 갱신된 계약에는 기간이 없는 것으로 다루어져 제635조에 따라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고 같은 항 단서가 정합니다. 계약이 끝난 줄 알았는데 여섯 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여기서 생깁니다.
제639조 제2항도 놓치기 쉽습니다. 묵시 갱신이 되면 전 임대차에 대해 제3자가 제공한 담보는 기간 만료로 소멸합니다.
통고는 언제 도달한 것으로 보나
숫자를 세는 출발점이 도달한 날입니다. 보낸 날이 아닙니다.
제111조 제1항은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우편함에 들어간 날, 문자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날이 기준이고, 실제로 읽었는지는 별개입니다. 그래서 내용증명이나 배달 기록이 남는 방법을 쓰셔야 여섯 달의 시작점을 다툴 여지가 줄어듭니다.
제543조 제2항은 해지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통고를 보낸 뒤 마음이 바뀌어도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보내기 전에 날짜를 계산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해지통고
기간을 정하지 않은 임대차에서 한쪽이 상대방에게 계약을 끝내겠다고 알리는 의사표시입니다. 통고가 도달한 날부터 민법 제635조 제2항이 정한 기간이 지나면 계약이 장래를 향해 종료됩니다.
여섯 달 동안 계약은 어떤 상태인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제550조는 해지한 때 계약이 장래에 대하여 효력을 잃는다고 정합니다. 통고가 도달했다고 임차인이 바로 나가야 하는 것도, 차임을 안 내도 되는 것도 아닙니다. 효력이 생기는 날까지는 차임을 내야 하고 임대인도 목적물을 쓸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제551조에 따라 기다리는 동안 상대가 의무를 어겼다면 그 손해는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주택과 상가라면 특별법이 먼저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1항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주택임대차를 2년으로 보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은 상가를 1년으로 보므로, 그 범위에서는 애초에 기간 없는 임대차가 되지 않습니다.
세 든 사람이 다시 세를 놓았다면
제638조가 별도의 통지를 요구합니다. 해지의 통고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 그 물건이 적법하게 전대되었을 때에는 임대인이 전차인에게 그 사유를 통지하지 않으면 해지로써 전차인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임차인에게만 통고하고 끝내면 실제로 쓰고 있는 전차인은 여전히 버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2항은 전차인이 통지를 받은 때 제635조 제2항을 준용하도록 했습니다. 전차인에게도 도달일부터 같은 기간이 따로 흐릅니다.
임차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는 제637조가 맡습니다. 기간 약정이 있어도 임대인이나 파산관재인은 제635조에 따라 해지를 통고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로 기간을 줄일 수 있나
임차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는 안 됩니다.
제652조는 제635조에 위반하는 약정으로 임차인이나 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합니다. 임대인이 통고하면 한 달 뒤 나간다는 조항은 여섯 달을 한 달로 줄인 것이므로 그 부분이 무효가 됩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통고하면 열흘 뒤 끝난다는 조항은 임차인에게 유리하므로 살아남을 여지가 있습니다.
- 계약서에 기간 칸이 비어 있는지, 아니면 기간이 끝난 뒤 묵시 갱신 상태인지 확인합니다.
- 주택이나 상가라면 특별법의 간주 기간이 먼저 적용되는지 봅니다.
- 통고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도달일을 기록합니다.
- 도달일부터 여섯 달 또는 한 달을 달력에 적어 둡니다.
- 전차인이 있다면 전차인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따로 통지합니다.
- 효력 발생일까지 차임과 유지 의무를 그대로 이행합니다.
주의
통고를 보냈다고 잠금장치를 바꾸거나 짐을 내놓으면 안 됩니다. 효력이 생기기 전에는 계약이 살아 있고, 생긴 뒤에도 스스로 힘을 써서 내보내는 행위는 별도의 책임을 부릅니다. 나가지 않으면 명도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정리
민법 제635조는 기간 없는 임대차를 사유 없이 끝낼 수 있게 하되, 임대인의 통고는 도달 뒤 6월, 임차인의 통고는 1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기도록 했습니다. 제636조의 해지권 보류와 제639조의 묵시 갱신에서도 같은 시간이 적용됩니다.
도달일이 출발점이고, 그때까지 계약은 제550조에 따라 살아 있으며, 제652조가 임차인에게 불리한 단축을 막습니다. 전차인이 있으면 제638조에 따라 따로 통지해야 합니다. 통고를 보내기 전에 달력과 계약서를 함께 놓고 변호사와 날짜를 맞추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11조, 제543조, 제550조, 제551조, 제635조, 제636조, 제637조, 제638조, 제639조, 제652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6조의2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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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계약 기간이 끝난 지 1년째인데 집주인이 당장 나가라고 합니다.
기간이 끝난 뒤 이의 없이 계속 써 왔다면 제639조 제1항의 묵시 갱신 상태이고, 임대인의 해지 통고는 도달 뒤 6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깁니다. 다만 주택이나 상가라면 특별법의 간주 기간이 먼저 적용됩니다.
임차인인데 빨리 나가고 싶습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제635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통고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날부터 1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 그때까지의 차임은 내셔야 합니다.
계약서에 임대인이 통고하면 1개월 뒤 종료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제652조는 제635조에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을 무효로 합니다. 6월을 1개월로 줄인 부분은 효력이 없고 원래의 6월이 적용됩니다.
세입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대를 했습니다. 세입자에게만 통고하면 됩니까?
적법한 전대라면 제638조 제1항에 따라 전차인에게도 사유를 통지해야 해지로 대항할 수 있습니다. 전차인에게는 통지 도달일부터 기간이 따로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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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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