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기신 집을 형제끼리 나누기로 하고 매수인까지 구해 두었는데, 법무사 사무실에서 먼저 상속등기를 하셔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당황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속은 등기 없이도 효력이 생긴다고 들었는데 왜 또 등기를 하라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민법은 취득하는 국면과 처분하는 국면을 나누어 놓았고, 그 경계가 조문 한 줄의 단서에 들어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예외이고 어디부터 원칙으로 돌아오는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부동산 물권의 원칙은 무엇인가
등기입니다. 예외가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잔금을 치렀더라도 등기가 되기 전에는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원칙이 겨냥하는 대상은 매매와 증여, 교환처럼 당사자의 의사로 권리를 옮기는 경우입니다. 조문에 한정이 붙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잔금을 다 낸 매수인도 등기 전에는 아직 소유자가 아닙니다.
등기 없이 얻는 경우는 어떤 것들인가
민법 제187조 본문이 다섯 갈래를 적었습니다.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 물권의 취득입니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당사자가 합의해 권리를 옮기는 구조가 아니라 법이나 국가의 행위가 권리 변동을 만들어 낸다는 점입니다. 사망한 사실, 수용 재결, 법원의 재판, 경매에서의 대금 납부가 그 계기입니다.
이런 경우까지 등기를 요구하면 권리자가 없는 공백이 생깁니다. 상속인이 등기를 마칠 때까지 그 집에 주인이 없다고 하면 관리도 세금도 처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법이 등기를 기다리지 않고 권리를 옮겨 놓았습니다.
| 취득 원인 | 권리가 옮겨지는 시점 | 처분 전 등기 |
|---|---|---|
| 매매, 증여 | 등기한 때 | 애초에 등기가 요건 |
| 상속 | 피상속인이 사망한 때 | 필요 |
| 공용징수 | 수용 개시일 | 필요 |
| 경매 | 매각대금을 다 낸 때 | 필요 |
| 판결 | 판결이 확정된 때 | 필요 |
단서가 무엇을 막고 있나
처분입니다. 제187조는 본문 뒤에 그러나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를 처분하지 못한다는 문장을 달았습니다.
권리는 이미 내 것이 되었지만, 그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면 그때는 등기를 먼저 해야 한다는 구조입니다. 얻는 국면에서는 예외를 허용하고 내보내는 국면에서는 원칙으로 돌아오게 한 것입니다.
이유는 등기부를 보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등기부에 여전히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이 적혀 있는데 자녀가 곧바로 매수인 앞으로 이전등기를 해 버리면, 그 사이의 권리 변동이 기록에서 사라집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근거로 권리를 가졌는지를 이어서 읽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상속등기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를 합니다. 등기부에 두 줄이 남습니다.
처분
소유권을 넘기는 것뿐 아니라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전세권을 주는 것처럼 물권을 새로 만들어 내보내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상속받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할 때도 같은 벽에 부딪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어떤 판결이 여기 들어가나
조문은 판결이라고만 적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판결이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이해입니다.
권리 관계를 새로 만들어 내는 판결, 예컨대 공유물분할을 명하는 판결이 여기에 가깝습니다. 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라고 명하는 판결은 상대에게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이므로 그 판결만으로 권리가 옮겨지지 않습니다. 판결을 근거로 등기를 마쳐야 비로소 소유자가 됩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승소 판결문을 들고 그대로 매도 계약을 진행했다가 등기가 막히는 일이 생깁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은 등기 절차의 이행이나 인수를 명하는 판결에 의한 등기를 승소한 등기권리자나 등기의무자가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하고, 공유물을 분할하는 판결에 의한 등기는 어느 쪽이든 단독 신청할 수 있게 합니다.
경매로 받은 집은 언제부터 내 것인가
대금을 다 낸 날입니다. 민사집행법 제135조가 대금을 완납한 그 시점을 권리 취득 시기로 못 박아 두었습니다.
등기는 그 뒤에 법원의 촉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등기가 아직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대금을 완납한 시점부터 소유자입니다. 화재보험을 언제부터 들어야 하는지, 세금이 누구에게 부과되는지가 이 시점으로 갈립니다.
점유를 넘겨받는 문제는 또 다릅니다. 같은 법 제136조 제1항은 납부 후 6월 이내의 신청을 조건으로 법원이 채무자와 소유자, 점유자에게 인도를 명할 수 있게 합니다. 점유자가 매수인에게 맞설 수 있는 권원을 가진 때는 예외입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별도의 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상속등기는 어떻게 신청하나
혼자 갈 수 있습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1항은 등기를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가 공동으로 신청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3항이 상속과 법인의 합병,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포괄승계에 따른 등기는 등기권리자가 단독으로 신청하게 합니다.
돌아가신 분의 협조를 받을 길이 없으니 당연한 설계입니다. 같은 법 제27조는 등기원인이 발생한 뒤에 상속이나 포괄승계가 있는 경우에 상속인이 그 등기를 신청할 수 있게 하여, 아버지가 생전에 사 두고 등기를 마치지 못한 집의 처리 통로를 열어 둡니다.
준비물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 피상속인의 제적등본과 가족관계등록사항별 증명서를 모읍니다.
- 상속인 전원의 기본증명서와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습니다.
- 협의분할로 나눈다면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전원이 인감으로 날인합니다.
- 각자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합니다.
- 취득세를 신고하고 납부한 뒤 영수증을 받습니다.
- 부동산 소재지 관할 등기소에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서류가 빠지면 부동산등기법 제29조 제9호에 따라 각하될 수 있습니다. 같은 조 단서가 보정 기회를 주므로 연락을 받으면 즉시 보완하십시오.
주의
매수인과 잔금 일정을 먼저 잡아 두고 상속등기를 시작하면 일정이 어긋나기 쉽습니다. 상속인 중 한 명이라도 해외에 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으면 협의서 작성부터 막힙니다. 계약 전에 상속인 범위와 서류 수집에 걸릴 기간을 먼저 확인하십시오.
정리
민법 제186조가 원칙을 세우고 제187조가 예외를 둡니다. 상속과 공용징수, 판결, 경매, 그 밖에 법률의 규정에 따른 취득은 등기 없이도 효력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 권리를 팔거나 담보로 내놓으려면 제187조 단서에 따라 먼저 자기 앞으로 등기를 마쳐야 합니다. 등기부가 권리의 이동을 빠짐없이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려받은 집을 정리하실 계획이라면 매수인을 구하기 전에 상속인 범위부터 확정하시고, 협의가 쉽지 않을 것 같으면 계약 일정을 잡기 전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86조, 제187조 ·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27조, 제29조 · 민사집행법 제135조, 제13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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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속등기를 하지 않고 바로 매수인 앞으로 넘길 수는 없습니까?
민법 제187조 단서가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처분하지 못한다고 정하므로 그대로 넘기는 것은 어렵습니다. 상속등기를 먼저 마쳐 등기부에 상속인 이름이 오른 뒤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를 하는 순서로 진행하셔야 합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제 제 집입니까?
그 판결은 상대에게 등기 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내용이므로 판결만으로 권리가 옮겨지지는 않습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에 따라 승소한 쪽이 단독으로 등기를 신청할 수 있으니, 확정증명원을 받아 등기를 마치셔야 소유자가 됩니다.
낙찰받고 대금을 냈는데 등기가 아직 안 되었습니다.
완납한 시점에 권리를 얻는다고 민사집행법 제135조가 정하므로 이미 소유자입니다. 다만 점유까지 넘겨받으려면 제136조 제1항의 인도명령을 기한 안에 신청하는 편이 낫고, 그 기간이 지나면 별도의 소송이 필요해집니다.
상속인 중 한 명이 협의에 응하지 않습니다.
협의분할이 되지 않으면 법정상속분대로 공동 명의의 상속등기를 먼저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뒤에 공유물분할이나 상속재산분할 절차를 밟게 되므로,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세금과 일정까지 따져 변호사와 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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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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