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를 준 쪽에서 차임이 몇 달 밀리면 대개 계약 해지와 명도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민법에는 그보다 앞에서 작동하는 장치가 따로 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물건을 압류하는 순간 그 압류에 담보물권과 같은 효력을 붙여 주는 조문입니다. 당사자가 담보 계약을 맺은 적이 없는데도 법이 담보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성격이 독특합니다. 어떤 경우에 무엇이 생기는지를 조문별로 갈라 보겠습니다.
법이 담보를 만들어 준다는 말의 뜻
합의 없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보통 담보물권은 설정 계약이 있어야 생깁니다. 저당권은 등기를, 질권은 목적물의 인도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민법 제648조부터 제650조까지는 임대인이 압류를 한 사실 자체에 질권 또는 저당권과 동일한 효력을 붙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임대인은 물건을 먼저 내주고 차임을 나중에 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보증금이 있어도 연체가 길어지면 모자라고, 그때 다른 채권자들과 같은 자리에서 나눠 받으면 회수가 어렵습니다.
대신 범위가 좁습니다.
건물을 세준 경우에는 무엇이 생기나
질권입니다. 민법 제650조는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인이 임대차에 관한 채권으로 그 건물에 부속한 임차인 소유의 동산을 압류하면 질권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조건이 셋입니다. 먼저 그 동산이 건물에 부속해 있어야 합니다. 임차인의 소유여야 하고, 압류의 근거도 임대차에 관한 채권이어야 합니다.
가게라면 매장에 들여놓은 냉장고와 진열대, 주방 설비가 첫 조건에 가깝습니다. 주차장의 승용차는 건물에 부속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조건이 가장 자주 걸립니다. 리스로 들여온 설비나 본사에서 무상 대여한 기계는 임차인의 것이 아닙니다.
| 조문 | 누가 | 무엇을 압류 | 생기는 효력 |
|---|---|---|---|
| 제648조 | 토지 임대인 | 임차지에 부속하거나 사용의 편익에 제공된 동산, 그 토지의 과실 | 질권과 동일 |
| 제649조 | 토지 임대인 | 그 지상에 있는 임차인 소유의 건물 | 저당권과 동일 |
| 제650조 | 건물 등 공작물 임대인 | 그 건물에 부속한 임차인 소유의 동산 | 질권과 동일 |
토지를 세준 경우에는 왜 두 갈래인가
땅 위에 놓인 것이 두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다릅니다.
제648조는 동산과 과실을 겨냥합니다. 토지임대인이 임대차에 관한 채권에 의하여 임차지에 부속하거나 그 사용의 편익에 공용한 임차인 소유의 동산과 그 토지의 과실을 압류한 때에 질권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농지라면 수확을 앞둔 작물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제649조는 건물을 겨냥합니다. 토지임대인이 변제기를 경과한 최후 2년의 차임채권으로 그 지상의 임차인 소유 건물을 압류하면 저당권과 동일한 효력이 생깁니다.
건물은 등기의 대상이므로 저당권으로, 동산과 과실은 점유로 지배하므로 질권으로 연결한 것입니다.
최후 2년이라는 제한은 무엇을 뜻하나
제649조에만 붙어 있는 조건입니다.
변제기가 지난 차임 가운데 가장 뒤쪽 2년치가 기준이 됩니다. 5년을 밀렸어도 그 전부를 근거로 건물을 잡는 것이 아니라 가장 최근 2년치로만 담보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저당을 잡은 은행이나 그 건물을 산 사람은 등기부를 보고 판단하는데, 밀린 차임이 끝없이 쌓여 앞자리를 차지하면 계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제648조와 제650조는 임대차에 관한 채권이라고만 적혀 기간 제한이 없습니다. 차임뿐 아니라 손해배상처럼 임대차에서 파생된 채권도 근거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임대차에 관한 채권
차임만 가리키는 좁은 개념이 아닙니다. 연체 차임과 그에 붙는 지연손해금, 임차인이 건물을 훼손해 생긴 손해배상채권처럼 그 임대차에서 비롯된 채권을 넓게 포함합니다. 따로 빌려준 돈은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압류는 마음대로 할 수 있나
할 수 없습니다. 여기가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입니다.
조문이 말하는 압류는 집행 절차로서의 압류입니다. 임대인이 스스로 문을 잠그고 물건을 들어내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형사 문제로 번집니다.
유체동산을 압류하려면 확정판결이나 지급명령 같은 집행권원이 있어야 합니다. 민사집행법 제189조 제1항은 채무자가 점유하는 유체동산의 압류를 집행관이 그 물건을 점유함으로써 한다고 정하고, 운반이 곤란한 때에는 봉인 등으로 압류물임을 명확히 해 채무자에게 보관시킬 수 있게 합니다.
순서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연체 차임의 금액과 기간을 확정합니다.
- 지급명령이나 소 제기로 집행권원을 확보합니다.
- 집행문을 부여받고 송달증명원을 발급받습니다.
- 물건 소재지 관할 법원에 유체동산 압류를 신청합니다.
- 집행관과 일정을 잡아 현장에서 목록을 작성합니다.
여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물건이 빠질 것 같으면 가압류를 먼저 검토하십시오.
압류할 수 없는 물건은 무엇인가
압류하지 못하는 물건의 목록이 민사집행법 제195조에 따로 있습니다.
첫 번째는 채무자와 함께 사는 친족의 생활에 필요한 의복과 침구, 가구, 부엌기구 그 밖의 생활필수품입니다. 두 번째는 2개월간의 식료품과 연료, 조명재료입니다. 세 번째는 1개월간의 생계비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전입니다.
직업과 관련해서도 보호가 있습니다. 자기의 노동으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제복과 도구, 생활이나 직무에 필요한 도장과 문패, 간판이 빠집니다.
주거용이라면 살림살이 대부분이 첫 항목에 걸려 실익이 크게 줄어듭니다.
주의
임차인이 없는 사이에 잠금장치를 바꾸거나 짐을 창고로 옮기는 행위는 압류가 아닙니다. 점유를 침탈한 것으로 평가되어 임차인이 회수를 구할 수 있고, 별도의 형사 책임 문제도 생깁니다. 밀린 차임이 아무리 커도 집행 절차를 거치셔야 합니다.
적용되지 않는 임대차도 있나
있습니다. 민법 제653조는 제650조를 비롯한 여러 조문이 일시사용하기 위한 임대차나 전대차인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며칠 빌린 행사장처럼 성격이 뚜렷한 경우가 여기 들어가지만, 제649조는 그 목록에 없습니다.
계약을 끝내는 길도 있습니다. 민법 제640조는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차에서 차임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면 임대인이 해지할 수 있게 하고, 제641조는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에 이를 준용합니다.
두 길은 함께 검토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민법 제648조와 제650조는 압류에 질권과 같은 효력을, 제649조는 저당권과 같은 효력을 붙입니다. 당사자의 합의 없이 생기는 담보라는 점에서 예외적인 장치입니다.
다만 범위가 좁습니다. 목적물이 임차인의 소유여야 하고, 제649조에는 최후 2년이라는 제한이 붙으며, 일시사용 임대차에는 제650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서 말하는 압류는 집행 절차이지 임대인이 직접 하는 조치가 아닙니다. 연체가 길어지고 있다면 그 물건이 누구의 소유인지부터 확인해 보시고, 변호사와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640조, 제641조, 제648조, 제649조, 제650조, 제653조 · 민사집행법 제189조, 제195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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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세입자가 두 달치를 밀렸습니다. 가게 물건을 제가 보관해도 됩니까?
하실 수 없습니다. 민법 제650조가 말하는 압류는 집행관이 진행하는 절차이고, 임대인이 직접 물건을 옮기면 점유를 침탈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집행권원을 먼저 확보하셔야 합니다.
매장 설비가 리스 회사 소유라고 합니다.
제650조는 임차인 소유의 동산을 대상으로 하므로 리스 물건은 빠집니다. 압류 전에 리스계약서와 자산 명세를 확인하십시오. 소유자를 먼저 가려 두셔야 헛걸음을 줄입니다.
땅을 빌려준 지 6년인데 4년치 차임이 밀렸습니다.
민법 제649조는 변제기를 경과한 최후 2년의 차임채권을 근거로 지상 건물을 압류한 경우에 저당권과 같은 효력을 인정합니다. 나머지 기간의 채권이 없어지지는 않으나 이 조문의 근거로는 쓰이지 않으므로 다른 재산에 대한 집행을 함께 검토하십시오.
주거용 원룸인데 압류할 만한 것이 있을까요?
민사집행법 제195조가 생활에 필요한 의복과 침구, 가구, 부엌기구를 압류에서 제외하므로 실익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방법과 민법 제640조에 따른 해지를 먼저 따져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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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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