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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9월 27일조회 2

내 땅인 줄 알고 거둔 열매와 들인 비용

남의 땅인 줄 모른 채 여러 해 농사를 지었다거나, 자기 건물이라 믿고 지붕을 새로 얹은 뒤에야 등기부에 다른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사건은 물건을 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거둔 수확과 받아 온 월세가 누구 몫인지, 들어간 수리비는 누가 부담하는지가 고스란히 남기 때문입니다. 민법은 내주는 쪽과 돌려받는 쪽 사이의 이 정산을 세 조문에 묶어 두었습니다.

물건만 돌려주면 끝나지 않는 까닭

소유자로 확인받은 쪽은 물건만 되찾으면 된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물건이 여러 해 남의 손에 있었다면 그사이에 값이 오갔습니다. 과수원이라면 해마다 열매가 났고 상가라면 차임이 들어왔습니다. 반대로 쥐고 있던 쪽은 재산세를 냈고 보일러가 터지면 갈아 끼웠습니다.

민법 제201조부터 제203조까지가 그 셈을 맡습니다. 내주는 사람을 점유자, 돌려받는 사람을 회복자라 부르고 둘 사이의 계산 방식을 나누어 담았습니다.

가르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자기에게 권리가 없다는 사정을 알았는지 몰랐는지가 전부를 바꿉니다.

몰랐다면 열매를 가져도 되나

제201조 제1항은 선의의 점유자에게 점유물의 과실을 취득하게 합니다.

민법에서 과실은 잘못이 아니라 물건에서 나오는 수익을 가리킵니다. 나무에 열리는 감과 논에서 나는 쌀처럼 물건 자체가 낳는 것이 있고, 차임이나 이자처럼 물건을 빌려준 대가로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둘 다 이 조문의 대상입니다.

선의는 마음씨가 곱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수익을 거둘 자격이 자기에게 있다고 믿었던 상태를 말합니다. 상속받은 땅이라 믿고 밭을 부쳤다면 그 수확은 돌려줄 대상이 아닙니다.

이 규정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집니다.

알게 된 순간부터 계산이 바뀐다

제201조 제2항은 방향을 반대로 돌립니다. 악의의 점유자는 수취한 과실을 반환해야 하고, 이미 써 버렸거나 자기 잘못으로 상하게 했거나 거두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대가를 보상해야 합니다.

받은 것만 토해 내면 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거둘 수 있었는데 내버려 두어 썩힌 몫까지 값으로 물어야 하므로 실제 부담은 훨씬 커집니다. 제3항은 폭력을 쓰거나 몰래 숨어 들어가 차지한 사람에게도 같은 규정을 적용합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악의가 되는지가 돈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제197조 제2항이 그 시점을 정해 두었는데, 본권에 관한 소에서 진 점유자는 그 소가 제기된 때부터 악의였던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판결이 확정된 날이 기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소송이 삼사 년 이어졌다면 그 기간의 차임이 통째로 반환 대상에 들어옵니다. 소장을 받은 날부터는 셈이 달라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건이 상하거나 없어졌다면

제202조가 이 국면을 맡습니다. 점유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물건이 멸실되거나 훼손되었을 때 악의의 점유자는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고, 선의의 점유자는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만 배상합니다.

다만 한 갈래가 더 있습니다.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자는 선의였더라도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합니다. 빌려 쓰는 사람처럼 남의 물건임을 전제로 쥐고 있던 경우가 여기 들어갑니다.

항목선의 점유자악의 점유자
거둔 수확과 차임가집니다 (제201조 제1항)돌려줍니다 (제201조 제2항)
거두지 못한 수익책임 없습니다대가를 보상합니다
멸실과 훼손현존이익 한도 (제202조)손해 전부
통상의 필요비과실을 가졌다면 청구 불가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익비증가액이 남아 있으면 청구같습니다 (제203조 제2항)

들인 돈은 어디까지 받아 내나

제203조 제1항이 출발점입니다. 점유물을 반환할 때 점유자는 그 물건을 보존하려고 지출한 금액, 곧 필요비의 상환을 회복자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점유자가 과실을 취득한 경우에는 통상의 필요비를 청구하지 못합니다. 열매를 가져갔으면 그 나무에 준 물값과 거름값은 스스로 감당하라는 취지입니다. 태풍에 무너진 축대를 다시 쌓은 것처럼 통상의 범위를 넘는 지출은 이 단서에 걸리지 않습니다.

제2항은 개량에 쓴 돈을 다룹니다. 유익비는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경우에만, 그것도 지출한 금액과 증가액 가운데 회복자가 고르는 쪽으로 돌아옵니다. 선택권이 돈을 쓴 사람에게 없다는 점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대목입니다.

공사비 이천만 원을 들였는데 감정 결과 값이 팔백만 원 올랐다면 회복자는 팔백만 원을 고릅니다.

필요비와 유익비
필요비는 물건을 지금 상태로 유지하는 데 드는 돈입니다. 지붕 방수, 보일러 교체, 재산세와 같은 공과금이 여기 들어갑니다. 유익비는 물건의 값 자체를 올리는 데 쓴 돈으로 진입로 포장, 담장 신설, 바닥 마감 교체가 대표적입니다. 임대차 관계라면 이 정산은 제203조가 아니라 민법 제626조로 처리됩니다.

법원이 갚을 시간을 미뤄 줄 수 있다

제203조 제3항에 짧은 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유익비를 물어 주어야 하는 국면에서 법원은 회복자의 청구에 따라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습니다.

큰돈을 한꺼번에 마련하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한 규정입니다. 점유자 쪽에서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수 시점이 밀리므로 다툴 실익이 생깁니다.

신청하지 않으면 법원이 붙여 주지 않습니다.

무엇을 모아 두어야 하나

이 분쟁은 영수증 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점유를 시작한 시점과 경위를 보여 주는 계약서, 상속 서류, 대금 입금 내역
  • 해마다 거둔 수확량과 받은 차임을 알 수 있는 장부, 계좌 거래 내역
  • 수리와 개량에 쓴 돈의 세금계산서, 카드 전표, 공사 도급계약서
  • 공사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사진과 촬영 일자
  • 재산세와 공과금의 납부자 명의, 소장 부본을 받은 날짜

유익비는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지금 증명해야 하므로 감정이 따라붙습니다. 공사 직후의 사진 한 장이 감정인의 판단을 바꾸기도 합니다.

확인할 것
· 언제부터 권리 없음을 알았다고 볼 수 있는지, 그 경계가 되는 날짜
· 본권에 관한 소가 법원에 접수된 날
· 지출 항목이 필요비인지 유익비인지의 구분
· 개량으로 늘어난 값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

정리

점유자와 회복자의 정산은 선의와 악의의 경계에서 갈립니다. 몰랐던 기간의 수확과 차임은 점유자 몫으로 남지만, 본권에 관한 소에서 지면 그 소가 제기된 때부터 악의로 취급되어 이후의 수익이 반환 대상이 됩니다. 물건이 상한 경우의 배상 범위도 같은 기준으로 나뉩니다.

쓴 돈 쪽은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필요비는 원칙적으로 돌려받되 과실을 가져갔다면 통상의 몫을 뺀 나머지만 청구할 수 있고, 유익비는 값이 오른 부분이 남아 있을 때 회복자가 고르는 금액으로 정해집니다. 액수가 크다면 자료를 정리한 뒤 변호사와 함께 청구 범위를 잡으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97조, 제201조, 제202조, 제203조, 제62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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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등기부를 확인하지 않고 십 년을 농사지었습니다. 수확한 것을 다 돌려줘야 합니까?

자기에게 거둘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면 제201조 제1항에 따라 그 기간의 수확은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소유자가 소를 제기해 지면 제197조 제2항에 따라 그 시점부터 악의로 취급됩니다.

보일러를 새로 놓고 지붕 방수 공사를 했습니다. 이 돈은 받을 수 있습니까?

보존을 위한 지출이므로 필요비에 해당하고 제203조 제1항으로 청구합니다. 다만 그 기간에 차임이나 수확을 가져갔다면 통상의 필요비는 청구하지 못하므로, 통상의 범위를 넘는 부분을 따로 특정해 주장하셔야 합니다.

진입로를 포장하는 데 삼천만 원을 썼는데 감정가는 천만 원만 올랐습니다.

유익비는 제203조 제2항에 따라 가액의 증가가 현존하는 한도에서만 인정되고, 지출액과 증가액 가운데 회복자가 선택합니다. 이 경우 천만 원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증가액 감정에 대응할 자료를 준비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관리하던 창고가 불에 탔습니다. 배상 범위는 어떻게 됩니까?

제202조에 따라 선의의 점유자는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악의의 점유자는 손해 전부를 배상합니다. 소유의 의사 없이 점유한 경우에는 선의여도 전부를 배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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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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