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을 치르는 날짜가 두 달 뒤로 잡혔다거나, 빌려준 돈을 못 받으면 그 땅을 넘겨받기로 약정한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입니다. 매도인이 같은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팔거나 은행에 담보로 내놓아도 등기부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습니다. 이 빈 구간을 메우려고 부동산등기법이 마련해 둔 장치가 가등기입니다. 지금 권리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옮길 자리를 먼저 찍어 두는 등기입니다.
가등기는 무엇을 지켜 주나
순서를 지켜 줍니다.
부동산등기법 제4조 제1항은 같은 부동산에 관하여 등기한 권리의 순위를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등기한 순서에 따르도록 정합니다. 먼저 들어온 등기가 앞에 서는 구조이므로, 계약만 해 두고 등기를 미루면 그 사이에 들어온 제3자가 앞자리를 차지합니다.
제88조는 이 문제를 겨냥합니다. 가등기는 제3조 각 호에 해당하는 권리의 설정, 이전, 변경 또는 소멸의 청구권을 보전하려는 때에 합니다. 아직 권리 자체를 옮길 수 없는 단계에서 옮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힘만 장부에 새겨 두는 것입니다.
청구권이 지금 확정되어 있지 않아도 됩니다. 조문은 시기부나 정지조건부인 경우, 그 밖에 장래에 확정될 것인 경우도 같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어떤 권리에 붙일 수 있나
대상은 제3조가 열거한 여덟 가지입니다. 소유권,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저당권, 권리질권, 채권담보권, 임차권이 그것이고, 가등기는 이 권리들의 변동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를 지킵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것은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입니다. 매매 예약을 해 두고 본계약 체결이나 잔금 지급이 남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빌려준 돈을 담보하려고 붙이는 담보가등기도 같은 형식을 씁니다.
소유권에 관한 것은 갑구, 그 밖의 권리는 을구에 기록되고 가등기 아래 본등기를 할 자리가 비워진 채 남습니다.
상대가 도장을 찍어 주지 않으면
등기는 원칙적으로 권리자와 의무자가 함께 신청합니다. 매도인이 협조를 거부하면 그 자리에서 막히는 구조입니다.
제89조가 두 갈래의 출구를 둡니다. 가등기권리자는 가등기의무자의 승낙이 있거나 가등기를 명하는 법원의 가처분명령이 있을 때에는 단독으로 가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승낙서를 받아 두는 편이 가장 빠릅니다. 계약서에 협력 조항을 넣고 인감증명서를 함께 받아 두면 분쟁이 줄어듭니다.
협조를 얻지 못했다면 제90조로 갑니다. 가등기를 명하는 가처분명령은 부동산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이 가등기권리자의 신청으로 가등기 원인사실의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할 수 있고, 신청을 각하한 결정에는 즉시항고가 열려 있습니다. 그 즉시항고에는 비송사건절차법이 준용됩니다.
소명과 증명
증명은 법관이 확신을 가질 정도로 밝히는 것이고, 소명은 일단 그럴듯하다고 보이게 하는 정도입니다. 제90조가 소명으로 족하다고 한 것은 가등기가 권리를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순서를 잡아 두는 임시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계약서, 계약금 입금 내역, 문자 대화처럼 손에 있는 자료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본등기를 하면 순위가 어디로 가나
여기가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제91조는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한 경우 본등기의 순위는 가등기의 순위에 따른다고 정합니다.
본등기를 오늘 했더라도 그 효력의 자리는 가등기를 넣은 날로 돌아갑니다. 삼월에 가등기를 하고 십일월에 본등기를 마쳤다면 그 소유권이전등기는 삼월의 자리에 놓입니다. 그사이에 다른 등기가 끼어 있었어도 같습니다.
옮겨지는 것은 소유권이 아니라 등기의 차례뿐이라는 점을 짚어 두셔야 합니다.
| 단계 | 무엇을 하나 | 근거 |
|---|---|---|
| 가등기 신청 | 청구권을 보전하려고 자리를 잡습니다 | 제88조 |
| 상대가 거부할 때 | 승낙서 또는 가처분명령으로 단독 신청 | 제89조, 제90조 |
| 본등기 | 순위가 가등기 시점으로 당겨집니다 | 제91조 |
| 중간 등기 정리 | 등기관이 직권으로 지우고 통지합니다 | 제92조 |
| 가등기 말소 | 명의인은 단독, 나머지는 승낙을 받아 | 제93조 |
그 사이에 들어온 등기는 어떻게 되나
순위만 당겨 놓고 끝내면 등기부가 모순된 상태로 남습니다. 앞자리를 빼앗긴 등기가 그대로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92조 제1항이 이 뒤처리를 맡습니다. 등기관은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하였을 때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등기 이후에 된 등기로서 가등기에 의하여 보전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등기를 직권으로 말소해야 합니다.
당사자가 따로 소송을 걸지 않아도 됩니다. 제2항은 말소한 뒤 그 사실을 지체 없이 말소된 권리의 등기명의인에게 통지하도록 했습니다. 통지서를 받고서야 자기 등기가 사라진 것을 아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등기가 걸린 부동산을 사거나 담보로 잡는 쪽에서는 이 조문이 경고문입니다. 앞선 가등기가 본등기로 이어지는 순간 자기 등기가 직권으로 지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의
등기사항증명서에 가등기가 보이면 그 원인과 날짜를 먼저 읽으십시오. 매매예약인지 담보인지, 언제 들어온 것인지에 따라 위험의 크기가 다릅니다. 가등기가 있는 물건을 매수하실 때는 가등기명의인의 말소 서류를 잔금과 동시에 받는 구조로 계약을 짜는 편이 안전합니다.
가등기를 지우려면
대금을 돌려받았거나 계약이 해제되어 가등기가 더는 필요 없어지는 때가 옵니다.
제93조 제1항은 가등기명의인이 단독으로 가등기의 말소를 신청할 수 있게 합니다. 제2항은 가등기의무자나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자가 가등기명의인의 승낙을 받아 단독으로 말소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승낙을 받지 못하면 결국 재판으로 갑니다.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가등기를 넣을 때 말소 서류를 어떻게 주고받을지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실무에서 순서를 이렇게 잡습니다
- 보전하려는 청구권이 무엇인지 계약서 문언으로 특정합니다.
- 등기사항증명서 전부를 발급해 선순위 권리와 처분제한 등기를 확인합니다.
- 상대의 승낙서와 인감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지 먼저 타진합니다.
- 거부하면 부동산 소재지 관할 지방법원에 가처분명령을 신청합니다.
- 가등기를 마친 뒤 본등기 요건이 갖추어지는 시점을 달력에 적어 둡니다.
- 본등기 신청과 함께 중간 등기의 직권말소 여부를 확인합니다.
신청은 관할 등기소나 인터넷등기소에서 하고 등록면허세와 등기신청수수료가 따로 듭니다.
정리
가등기는 권리를 옮기는 등기가 아니라 옮길 차례를 붙잡아 두는 등기입니다. 제88조가 대상과 범위를 정하고, 상대가 협조하지 않으면 제89조와 제90조로 승낙서나 가처분명령을 얻어 단독으로 신청합니다.
본등기를 하면 제91조에 따라 순위가 가등기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에 끼어든 침해 등기는 제92조에 따라 등기관이 직권으로 지웁니다. 가등기가 얽힌 거래를 앞두고 계신다면 계약서를 쓰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등기부부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3조, 제4조, 제88조, 제89조, 제90조, 제91조, 제92조, 제93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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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계약금만 냈는데 가등기를 할 수 있습니까?
제88조는 청구권이 장래에 확정될 것인 경우에도 가등기를 할 수 있다고 정하므로 매매예약 단계에서도 가능합니다. 다만 매도인이 승낙하지 않으면 제90조의 가처분명령을 받아야 합니다.
가등기가 있는 집을 샀는데 나중에 본등기가 되면 제 등기는 어떻게 됩니까?
제91조에 따라 본등기의 순위가 가등기 시점으로 당겨지고, 제92조 제1항에 따라 그 권리를 침해하는 중간 등기는 등기관이 직권으로 말소합니다. 말소 사실은 제2항에 따라 통지되지만 되돌릴 수는 없으므로 매수 전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가등기를 해 두면 매도인이 집을 팔지 못하게 됩니까?
처분 자체를 막는 효력은 없습니다. 매도인은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지만, 나중에 본등기가 이루어지면 그 매수인의 등기가 직권말소 대상이 되므로 사실상 거래가 어려워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돈을 다 돌려받았는데 가등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제93조 제1항에 따라 가등기명의인이 단독으로 말소를 신청할 수 있고, 제2항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그 승낙을 받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승낙을 거부하면 말소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송으로 해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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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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