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맡기고 들어가는 방식은 같아 보여도 등기부에 전세권을 올린 경우와 확정일자만 받아 둔 경우는 적용되는 조문이 다릅니다. 기간을 몇 해까지 정할 수 있는지, 통지를 놓치면 계약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값을 고칠 수 있는지가 모두 갈립니다. 민법이 전세권을 위해 따로 마련해 둔 기간 규정과 금액 규정을 한자리에 놓고 보시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등기부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열 해를 넘겨 약정하면 어떻게 되나
잘려 나갑니다.
민법 제312조 제1항은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10년을 넘지 못한다고 정하고, 당사자의 약정기간이 10년을 넘는 때에는 이를 10년으로 단축한다고 덧붙입니다. 계약서에 15년이라고 적어도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10년으로 줄어들 뿐입니다.
등기 실무에서도 초과 기간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오래 살 생각으로 긴 기간을 적어 두는 것보다, 열 해를 채운 뒤 어떻게 이어 갈지를 계약서에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실효가 있습니다. 갱신 조항을 한 줄 넣어 두시면 충분합니다.
건물이라면 최소 한 해는 보장되나
바닥선이 따로 있습니다. 제312조 제2항은 건물에 대한 전세권의 존속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때에는 이를 1년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여섯 달만 살겠다고 써 놓았더라도 건물이라면 한 해로 늘어납니다. 다만 이 규정은 토지 전세권에는 붙지 않습니다. 대상이 무엇인지부터 보셔야 합니다.
주택에 들어가는 분이라면 비교 대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1항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를 2년으로 보되, 임차인은 짧게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같은 집을 두고도 어느 제도를 택했느냐에 따라 최소 보장 기간이 한 해와 두 해로 갈립니다.
| 구분 | 민법상 전세권 | 주택임대차 |
|---|---|---|
| 최장 기간 | 10년 (제312조 제1항) | 제한 없음 |
| 최소 기간 | 건물은 1년 (제312조 제2항) | 2년 (제4조 제1항) |
| 갱신 후 기간 | 갱신일부터 10년 이내 | 2년 (제6조 제2항) |
| 증액 상한 |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 20분의 1 (제7조 제2항) |
| 공시 방법 | 등기부 기재 | 주민등록과 확정일자 |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정할 수 있나
제312조 제3항이 길을 열어 둡니다. 전세권의 설정은 이를 갱신할 수 있고, 그 기간은 갱신한 날로부터 10년을 넘지 못합니다.
상한이 한 번으로 소진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열 해를 채웠더라도 다시 합의하면 또 열 해까지 쓸 수 있습니다.
갱신은 등기해야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만 주고받고 등기를 미루면 효과가 반쪽이 됩니다. 변경등기 신청까지 한 묶음으로 처리하십시오.
통지를 놓치면 계약이 살아난다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사고가 나는 지점입니다.
제312조 제4항은 건물의 전세권설정자가 존속기간 만료 전 6월부터 1월까지 사이에 전세권자에게 갱신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의 전세권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전세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창이 열려 있는 기간은 다섯 달입니다. 만기 여섯 달 전보다 일찍 보낸 통지도, 만기 한 달을 남기고 보낸 통지도 이 조항이 요구하는 시기에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살아난 전세권에는 기간이 붙지 않습니다. 같은 항 후단이 이 경우 존속기간을 그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적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확인할 것
- 등기사항증명서에 적힌 전세권의 존속기간 만료일
- 만료일에서 여섯 달 전과 한 달 전 사이의 날짜 두 개
- 통지를 내용증명으로 보낼지, 수령 사실을 어떻게 남길지
- 갱신 합의를 했다면 변경등기까지 마쳤는지
- 기간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넘어갔는지 여부
기간을 정하지 않은 전세권은 어떻게 끝내나
제313조에 출구가 있습니다. 약정 기간이 없는 전세권이라면 어느 쪽이든 언제든지 상대방에게 전세권의 소멸을 통고할 수 있습니다.
효력이 바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그 통고를 수령한 날로부터 6월이 경과하여야 전세권이 소멸합니다. 법정갱신으로 기간 없는 상태가 된 뒤 집을 팔 계획이 잡혔다면, 매매 일정보다 반년 이상 앞서 통고를 보내 두어야 계산이 맞습니다.
전세금 액수를 나중에 고칠 수 있나
제312조의2가 그 근거입니다. 목적 부동산에 붙는 조세와 공과금 기타 부담이 달라졌거나 경제사정의 변동이 있어 전세금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 당사자는 앞으로에 대하여 올리거나 내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열려 있는 권리입니다.
시세가 내렸다면 전세권자 쪽에서 감액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만 쓰는 조문이 아닙니다.
다만 방향에 따라 제약이 다릅니다. 같은 조 단서는 증액의 경우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감액에는 이런 상한이 붙지 않습니다. 임대차 쪽을 견주어 보시면 차이가 더 또렷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는 증액 상한을 20분의 1로 두고, 한 번 올린 뒤 1년 안에는 다시 올려 달라고 하지 못하게 막아 두었습니다.
주의
증감청구는 앞으로의 기간에만 미칩니다. 이미 흘러간 달의 차액을 거슬러 올라가 정산해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청구한다고 곧바로 금액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재판으로 확정해야 합니다. 증액분을 등기에 반영하려면 전세권변경등기를 따로 신청해야 하고, 그 사이에 후순위 권리가 들어와 있으면 순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간이 끝났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전세권에는 임대차에 없는 무기가 하나 있습니다. 제318조는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금의 반환을 지체한 때 전세권자가 민사집행법이 정한 바에 의하여 목적물의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따로 소송을 걸어 판결을 받지 않아도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등기를 해 둔 실익이 드러납니다.
물론 순서는 지켜야 합니다. 제317조가 목적물 인도와 말소등기 서류 교부를 전세금 반환과 동시이행 관계로 묶어 두었으므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 먼저 갖추어 두셔야 지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정리
전세권의 기간은 위아래로 묶여 있습니다. 제312조 제1항이 열 해를 상한으로 두고, 제2항이 건물에 한 해라는 바닥을 깔며, 제3항이 갱신할 때마다 다시 열 해까지 허용합니다.
제4항의 법정갱신은 통지 시기를 놓친 설정자에게 곧바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그 결과 기간 없는 전세권이 되면 제313조의 통고와 여섯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해집니다. 금액은 제312조의2로 조정하되 증액에만 비율 상한이 붙습니다.
만기가 가까워졌다면 달력에 통지 가능 구간부터 표시해 두십시오. 갱신과 증감을 함께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등기 반영까지 포함해 변호사와 순서를 짜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12조, 제312조의2, 제313조, 제317조, 제318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6조, 제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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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에 전세 기간을 20년으로 적었습니다.
민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그 약정은 10년으로 단축됩니다.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으므로 열 해가 지난 뒤 같은 조 제3항의 갱신으로 이어 가시면 되고, 갱신 기간도 갱신한 날부터 10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
만기 두 달 전에 갱신을 거절한다고 통지했는데 효력이 있습니까?
제312조 제4항은 만료 전 6월부터 1월까지 사이의 통지를 요구하므로 두 달 전 통지는 그 구간 안에 있습니다. 반면 일곱 달 전이나 보름 전에 보낸 통지는 구간을 벗어나 법정갱신을 막지 못합니다.
법정갱신된 전세권은 언제까지 유지됩니까?
제312조 제4항 후단에 따라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보므로 만기가 따로 없습니다. 끝내려면 제313조에 따라 소멸을 통고하고 상대방이 수령한 날로부터 6월이 지나야 합니다.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했는데 상대가 응하지 않습니다.
제312조의2는 앞으로의 기간에 대한 청구권을 줄 뿐 일방적으로 금액을 바꾸는 힘까지 주지는 않습니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재판으로 상당한 금액을 확정해야 하고, 증액에는 같은 조 단서의 비율 제한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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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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