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명품 시계를 맡기고 300만원을 빌렸습니다. 갚기로 한 날이 지난 지 열흘 됐는데, 돈 빌려준 쪽에서 날짜가 지났으니 시계를 팔아 버리겠다고 합니다. 시계는 산 지 얼마 안 돼서 빌린 돈보다 훨씬 비쌉니다. 날짜가 지나면 정말 바로 팔아도 되는 건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본인 사안은 동산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린 질권 관계에서 변제기가 지났을 때 담보물이 어떤 절차로 처분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갚을 날이 지났다고 시계가 그날 바로 팔리지는 않습니다. 민법은 질권자가 경매를 하거나 법원에 청구해 감정가로 변제에 충당하는 두 가지 길만 열어 두었고, 그 전에 시계를 가져가 버리기로 미리 약속하는 것은 금지합니다.
■ 시계를 맡기고 돈을 빌린 것은 무슨 관계입니까
민법 제329조의 동산질권입니다. 돈을 빌려준 쪽이 담보로 받은 물건을 점유하고, 그 물건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자기 돈을 받을 권리를 갖는 구조입니다. 질권은 물건을 넘겨주어야 효력이 생기고(제330조), 돈을 빌려준 쪽이 빌린 쪽에게 물건을 다시 맡겨 두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제332조). 그래서 시계는 빌려준 쪽 금고에 들어가 있고,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그쪽이 시계를 돌려주지 않고 붙들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335조의 유치적 효력입니다.
■ 시계가 담보하는 빚의 범위는 어디까지입니까
원금만이 아닙니다. 민법 제334조는 질권이 원본, 이자, 위약금, 질권 실행의 비용, 질물 보존의 비용, 그리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까지 담보한다고 정합니다.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에 따릅니다. 시계를 돌려받으려면 300만원만 내밀어서는 부족하고, 변제기까지의 이자와 그 뒤의 지연 이자, 보관에 든 비용까지 계산해서 함께 갚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자를 주기로 했으면서 이율을 정하지 않았다면 민법 제379조의 법정이율인 연 5%가 적용됩니다.
■ 갚을 날이 지나면 어떤 절차가 시작됩니까
민법 제338조가 두 가지 방법을 정해 두었습니다. ① 경매입니다. 질권자는 채권의 변제를 받기 위해 질물을 경매할 수 있습니다. 유체동산을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 실행 경매는 민사집행법 제271조에 따라 채권자가 그 물건을 집행관에게 제출하면 개시됩니다. 법원이 관여하는 절차이므로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습니다. ② 간이변제충당입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질권자가 감정인의 평가에 따라 시계를 직접 변제에 충당하겠다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질권자는 미리 채무자와 질권설정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질권자가 혼자 결정해서 그날 중고 시장에 내놓는 방식은 조문에 없습니다.
■ 계약서에 못 갚으면 시계는 가게 것이 된다고 써 있는데요
민법 제339조가 그런 약정을 금지합니다. 질권설정자는 변제기 전의 계약으로 질권자에게 변제에 갈음하여 질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거나 법률이 정한 방법에 의하지 않고 질물을 처분할 것을 약정하지 못합니다. 유질계약 금지입니다. 시계 값이 빚보다 훨씬 큰데 빚 대신 시계를 통째로 넘기는 결과를 막기 위한 조문입니다. 다만 상법에는 상행위로 생긴 채무를 담보하는 질권에 대해 이 금지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가 있습니다. 영업으로 돈을 빌려주는 업자와 맺은 계약이라면 그 예외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계약서의 당사자와 조항 문구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 시계를 판 돈이 빚보다 많거나 적으면 어떻게 됩니까
경매 대금이 빚과 비용을 넘으면 남는 돈은 돌려받습니다. 반대로 모자라면 민법 제340조에 따라 질권자는 그 부족한 부분에 한하여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계를 잃는다고 빚이 전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간이변제충당의 경우에도 감정가와 채권액의 차액을 정산하게 됩니다. 시계가 보관 중에 망가지거나 없어졌다면 질권자가 보관 책임을 지는지가 따로 문제되고, 질물이 멸실되어 설정자가 받을 보험금 같은 것이 있으면 질권은 그 금전에도 미칩니다(제342조).
■ 지금 당장 무엇을 하면 됩니까
네 가지입니다. ① 계약서와 보관증에서 원금, 이율, 변제기, 못 갚을 때의 처분 조항을 확인하십시오. ② 열흘 정도 지난 상황이라면 원금과 이자, 보관 비용을 계산해 변제를 제안하십시오. 갚으면 질권은 소멸하고 시계를 돌려받습니다. ③ 당장 어렵다면 변제기를 미루는 서면 합의를 받아 두십시오. ④ 통지 없이 시계가 이미 팔렸다면 제338조와 제339조 위반을 들어 시계 가액에서 빚을 뺀 차액을 손해로 청구할 수 있으니, 구입 영수증과 보증서, 시세 자료를 모아 두십시오.
참조 조문
민법 제329조, 제330조, 제332조, 제334조, 제335조, 제338조, 제339조, 제340조, 제342조, 제379조 · 민사집행법 제271조, 제27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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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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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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