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땅이나 건물의 등기부를 떼어 보면 수십 년 전에 설정된 근저당이나 가등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돈은 이미 다 갚았고 권리자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주소를 찾아가 보면 이미 다른 사람이 살고 있고, 법인이라면 간판조차 없습니다. 팔거나 대출을 받으려면 지워야 하는데 상대가 없어 신청서에 도장을 받을 수 없습니다. 부동산등기법은 이런 경우를 위해 별도의 통로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왜 혼자서는 지우지 못하나
출발점은 신청 구조입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1항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가 공동으로 신청한다고 정합니다.
말소등기에서 이익을 얻는 쪽은 소유자이고, 권리를 잃는 쪽이 근저당권자나 가등기권리자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서야 신청이 성립합니다. 상대가 협조하지 않으면 그 자리가 비고 신청은 각하됩니다.
혼자 설 수 있는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같은 조는 소유권보존등기와 그 말소, 상속이나 법인 합병 같은 포괄승계, 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에 따른 등기, 부동산 표시나 등기명의인 표시의 변경을 단독신청 대상으로 열거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소재불명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소재불명일 때 열리는 문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조문이 부동산등기법 제56조입니다.
제1항은 등기권리자가 등기의무자의 소재불명으로 공동으로 말소를 신청할 수 없을 때 민사소송법에 따라 공시최고를 신청할 수 있게 합니다. 제2항은 제권판결이 있으면 등기권리자가 그 사실을 증명하여 단독으로 말소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합니다.
두 항이 한 줄로 이어집니다. 법원을 거쳐 상대의 권리를 실효시킨 뒤, 그 판결을 들고 등기소로 가는 구조입니다.
공시최고와 제권판결
공시최고는 권리를 주장할 사람을 법원 게시와 공고로 불러내어 일정한 기간 안에 신고하라고 최고하는 절차입니다. 그 기간이 지나도록 신고가 없으면 법원이 권리의 실효를 선언하는데, 이 재판을 제권판결이라고 합니다.
소재불명은 어떻게 증명하나
여기서 대부분의 시간이 듭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말만으로는 절차가 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라면 주민등록표 초본으로 마지막 주소 변동을 확인하고, 그 주소로 보낸 우편물이 반송된 기록을 모읍니다. 등기부에 적힌 주소가 옛 지번인 경우에는 도로명주소 전환 자료까지 맞춰 봅니다. 상대가 이미 사망했다면 방향이 달라져 상속인을 찾아 상대해야 합니다.
법인이라면 법인등기사항증명서로 해산이나 청산 여부, 대표자 변경 이력을 확인합니다. 청산이 끝난 법인은 다시 별도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 등기사항증명서에 적힌 권리자의 이름, 주소, 등록번호를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 주민등록표 초본이나 법인등기사항증명서로 현재 상태를 확인합니다.
- 등기된 주소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반송 봉투를 원본으로 보관합니다.
- 피담보채권이 이미 소멸했다는 자료를 함께 갖춥니다.
- 말소 이후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이 있는지 등기부에서 확인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다른 조문들
같은 장에 놓인 조문들이 서로 다른 상황을 맡고 있어, 어느 칸에 들어가는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 조문 | 언제 쓰나 | 무엇이 필요한가 |
|---|---|---|
| 제23조 제4항 | 상대는 있으나 협조하지 않을 때 | 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 |
| 제55조 | 사망이나 해산으로 권리가 소멸한다는 약정이 등기된 때 | 사망이나 해산 사실의 증명 |
| 제56조 | 상대를 찾을 수 없을 때 | 공시최고를 거친 제권판결 |
| 제58조 | 등기관이 마친 뒤 흠을 발견한 때 | 1개월 이내의 이의 기간 통지 |
표의 마지막 줄은 당사자가 여는 절차가 아닙니다. 제58조는 등기관이 신청을 받을 수 없는 사건이거나 권한 없는 사람의 신청임을 뒤늦게 발견한 경우, 관계인에게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이의를 진술하라고 통지하고 그 기간에 이의가 없으면 직권으로 지우도록 한 규정입니다. 주소를 알 수 없으면 게시장 게시나 공고로 갈음합니다.
지우면 손해 보는 사람이 있을 때
절차의 마지막 관문이 여기입니다. 부동산등기법 제57조 제1항은 말소를 신청할 때 그 말소에 대하여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있으면 그 제3자의 승낙을 받도록 합니다.
지우려는 근저당을 목적으로 다시 권리를 잡은 사람이 대표적입니다. 승낙을 받아 말소가 이루어지면 제2항에 따라 그 제3자 명의의 등기는 등기관이 직권으로 지웁니다.
승낙을 거절하면 그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따로 내야 하므로, 절차가 길어지는 대표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확인할 것
· 등기부의 권리자 표시가 현재의 인적사항과 어떻게 다른지
· 피담보채권이 변제나 시효로 이미 소멸했는지
· 상대가 사망했는지, 법인이라면 청산까지 끝났는지
· 말소에 이해관계를 갖는 제3자가 등기부에 있는지
· 매매 일정이 잡혀 있다면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지
어떤 순서로 진행하나
- 등기사항증명서를 말소사항까지 포함해 발급받고 권리의 내용을 특정합니다.
- 권리자의 현재 상태를 주민등록이나 법인등기로 확인합니다.
- 등기된 주소로 통지를 보내 반송 자료를 확보합니다.
- 피담보채권이 소멸했다는 자료를 정리합니다.
- 관할 법원에 공시최고를 신청합니다.
- 제권판결을 받은 뒤 그 판결로 단독 말소를 신청합니다.
- 이해관계인이 있으면 승낙서를 함께 제출합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비용만 나갑니다. 상대의 소재가 실제로는 확인되는 사안이라면 공시최고가 아니라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받는 쪽이 빠릅니다. 조사를 앞에 두는 이유입니다.
주의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을 성급하게 내리면 절차 전체가 헛돕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주소가 나오는 사안에서 공시최고를 냈다가 기각되는 경우가 있고, 상대가 사망한 사실을 모른 채 진행하면 상속인을 빠뜨리게 됩니다. 조사 단계에 시간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정리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1항이 공동신청을 원칙으로 세워 둔 탓에, 상대를 찾을 수 없으면 말소가 막힙니다. 제56조는 그 막힌 길을 여는 조문으로, 민사소송법에 따른 공시최고를 거쳐 제권판결을 받으면 그 사실을 증명해 단독으로 말소를 신청할 수 있게 합니다.
실제로 오래 걸리는 부분은 법원이 아니라 조사와 서류입니다. 상대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채권이 소멸했다는 자료를 갖추며 제57조의 이해관계인까지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매나 대출 일정이 걸려 있다면 일정을 잡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경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55조, 제56조, 제57조, 제58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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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20년 전 근저당인데 은행이 아니라 개인 이름으로 되어 있고 연락이 안 됩니다.
개인 권리자라면 먼저 주민등록표 초본으로 주소 변동을 확인하고 등기된 주소로 통지를 보내 반송 자료를 남기십시오. 그래도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공시최고를 신청해 제권판결을 받은 뒤 단독으로 말소를 신청하는 경로로 갑니다.
돈은 다 갚았다는 영수증이 있는데 그것만으로 지울 수 없습니까?
변제 사실은 채권이 소멸했다는 근거일 뿐이고, 등기를 지우는 행위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상대가 협조하면 함께 신청하면 되고, 협조하지 않으면 판결을, 찾을 수 없으면 제권판결을 받아야 하므로 영수증은 그 절차에서 쓰는 자료가 됩니다.
권리자가 이미 사망했다면 공시최고를 하면 됩니까?
사망이 확인되면 소재불명과는 다른 사안이 됩니다. 상속인을 찾아 상대해야 하므로 제적등본과 가족관계 자료로 상속인을 확정하는 작업이 먼저이고, 상속인의 소재까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 다시 절차를 검토합니다.
그 근저당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권리를 잡아 두었다고 합니다.
부동산등기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그 제3자의 승낙이 있어야 말소가 이루어집니다. 승낙을 받아 지우면 제2항에 따라 그 사람 명의의 등기는 등기관이 직권으로 함께 지우며, 승낙을 거절하면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따로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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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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