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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10월 21일조회 0

수리비 못 받은 세입자가 집을 비우지 않을 때

지난 1월 한파에 보일러 배관이 터졌습니다. 집주인은 해외 출장 중이라며 알아서 고치라고 했고, 세입자는 교체 공사에 210만 원을 썼습니다. 영수증을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계약 끝날 때 정산하자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만기가 왔습니다. 집주인은 보증금에서 밀린 관리비를 빼고 돌려주겠다면서 수리비 이야기는 꺼내지 않습니다. 세입자는 그 돈을 받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이 버티기가 법적으로 어디까지 통하는지는 유치권이라는 제도를 알아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보일러 수리비는 원래 누가 내는 돈인가

집주인 몫입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계약 기간 동안 집을 사용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진다고 정합니다. 난방이 되지 않는 집은 겨울에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그 의무를 세입자가 대신 이행했다면 제626조 제1항에 따라 들어간 돈을 돌려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돈을 필요비라고 부릅니다. 집을 지키는 데 든 비용이라 쓴 즉시 청구할 수 있고, 계약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가치를 높인 공사비와는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그러니 계약 끝날 때 정산하자는 집주인의 말은 세입자가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는 제안이 아닙니다.

그 돈을 받을 때까지 집을 붙잡을 수 있나

요건을 갖추면 가능합니다.

민법 제320조 제1항은 남의 물건을 점유한 사람이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가지고 있고 변제기가 왔다면, 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을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것이 유치권입니다. 계약이 있어야 생기는 권리가 아니라 법이 직접 주는 권리라서, 집주인과 따로 약속하지 않았어도 성립합니다.

유치권 요건(민법 제320조)보일러를 고친 세입자에게 대입하면
남의 물건을 점유하고 있을 것집주인 소유의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음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일 것그 집의 보존을 위해 쓴 필요비 상환채권
채권의 변제기가 왔을 것필요비는 지출한 때부터 바로 청구할 수 있음
점유가 불법행위로 시작되지 않았을 것계약에 따라 들어와 산 경우라면 문제되지 않음

표에서 보듯 필요비는 요건에 잘 들어맞는 채권입니다. 그 집을 보존하려고 쓴 돈이니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고, 지출 즉시 청구할 수 있으니 변제기도 이미 왔습니다.

보증금도 같은 장면에서 버팀목이 됩니다. 보증금 반환과 집을 비워 주는 일은 서로 맞물려 이행하는 관계여서,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그것만으로 인도를 미룰 수 있습니다. 유치권이 따로 의미를 갖는 것은 보증금은 정산됐는데 수리비만 남은 경우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유치권이 생기지 않나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첫째, 제320조 제2항은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계약 기간 중에 정상적으로 살면서 고친 경우라면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반대로 계약이 해지되어 비워 줘야 할 상태에서 들어가 공사를 하고 그 비용을 내세우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둘째, 계약서의 특약입니다. 수리비를 세입자가 부담한다거나 비용 상환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적어 두었다면, 유치권의 출발점인 채권 자체가 없어집니다. 필요비 상환에 관한 규정은 민법이 임차인 보호를 위해 무효로 정한 강행규정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셋째, 금액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견적서, 이체 내역, 교체 전후 사진이 없으면 붙잡을 근거가 되는 채권액부터 다툼이 됩니다.

붙잡고 있는 동안 계속 살아도 되나

여기서 조심해야 합니다.

제324조는 유치권자가 물건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점유해야 하고, 채무자의 승낙 없이 사용하거나 남에게 빌려주거나 담보로 제공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예외입니다. 이를 어기면 집주인은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집을 비워 두면 배관이 얼고 습기가 차기 쉬우니, 계속 거주하는 것이 보존에 필요한 사용이라고 볼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산 기간 동안의 월세 상당액은 따로 정산 문제가 남을 수 있습니다. 210만 원을 받으려고 버티다 그 이상의 사용료를 물게 되는 일도 생깁니다. 다른 사람에게 방을 내주는 것은 분명히 금지되는 행동입니다.

집주인은 어떻게 이 상태를 풀 수 있나

집주인에게도 빠져나갈 길이 있습니다.

  1. 수리비 전액을 갚습니다. 제321조에 따라 유치권자는 채권 전부를 받을 때까지 집 전체를 붙잡을 수 있으므로, 일부만 갚아서는 풀리지 않습니다.
  2.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고 유치권 소멸을 청구합니다. 제327조가 정한 방법으로, 수리비에 맞먹는 금액을 맡기는 식입니다.
  3. 세입자가 집을 사용·대여해 제324조를 어겼다면 소멸을 청구합니다.
  4. 세입자가 스스로 점유를 넘기면 제328조에 따라 유치권은 저절로 소멸합니다.

세입자 쪽에서도 제322조에 따라 집을 경매에 부칠 길이 열려 있지만, 210만 원 때문에 경매를 진행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의
유치권은 점유를 잃으면 사라집니다. 짐 일부를 남겨 두고 열쇠를 넘기거나, 집주인 요구에 밀려 잠시 비워 주는 순간 붙잡을 근거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나갈지 버틸지는 수리비를 받는 방법을 먼저 정한 뒤에 결정하십시오.

버티는 사이 놓치기 쉬운 기한은

집을 붙잡고 있어도 시간은 흐릅니다.

제326조는 유치권을 행사해도 채권의 소멸시효는 멈추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 청구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수리비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응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소액 사건 소송으로 채권을 확정해 두어야 합니다.

집을 넘겨준 뒤라면 기한이 더 짧아집니다. 제654조가 준용하는 제617조에 따라 비용 상환은 집주인이 집을 돌려받은 날부터 6개월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협상이 길어지면 이 날짜를 먼저 달력에 표시해 두십시오.

정리

세입자가 대신 낸 보일러 수리비 같은 필요비는 그 집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어서 유치권의 요건을 갖추기 쉽습니다. 계약에 따라 살던 중 지출했고, 특약으로 포기하지 않았으며, 금액을 증명할 수 있다면 받을 때까지 집을 비우지 않을 근거가 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버티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사용 이익 정산, 소멸시효, 점유 상실로 인한 소멸까지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집주인이 명도를 요구해 오고 있다면 영수증과 계약서를 정리해 변호사와 함께 유치권을 주장할지, 채권부터 확정할지 순서를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20조, 제321조, 제322조, 제324조, 제326조, 제327조, 제328조, 제617조, 제623조, 제626조, 제65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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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보증금을 아직 못 받았는데도 유치권을 따로 주장해야 하나요?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그 반환과 인도가 맞물리는 관계라 그것만으로 인도를 미룰 수 있습니다. 유치권은 보증금이 정산된 뒤에도 수리비가 남는 경우에 특히 의미가 있으니, 두 근거를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도배나 장판을 새로 한 비용도 같은가요?

집을 보존하는 데 꼭 필요했던 수리인지, 보기 좋게 바꾼 것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낡아서 쓰기 어려운 상태를 고친 것이라면 필요비로 주장할 여지가 있지만, 취향에 맞춘 교체라면 필요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집주인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합니다.

계약에 따라 들어와 살던 집에서 정당한 채권을 근거로 인도를 미루는 것은 원칙적으로 형사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문을 바꾸거나 물리력을 쓰는 등의 행동은 피하고, 채권 내용과 근거를 서면으로 정리해 보여 줄 수 있게 준비하십시오.

계약서에 소모품과 경미한 수선은 세입자 부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보일러 배관 교체처럼 큰 수리가 경미한 수선에 해당하는지는 다툼의 대상입니다. 특약의 범위를 넘는 수리라면 필요비 상환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공사 규모와 금액을 보여 주는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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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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