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시골에 상속받은 밭이 있는데 그 위로 고압 송전선이 지나갑니다. 아버지 때 무슨 돈을 받았다는 얘기를 어렴풋이 들었는데 서류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등기부에 뭔가 적혀 있다는 말도 들었는데 어디를 봐야 하는지, 지금이라도 값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본인 사안은 땅 위의 빈 공간을 따로 떼어 쓰는 권리가 설정되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공간에 구분지상권이 등기되어 있다면 설정할 때 정한 대가를, 등기도 협의도 없이 선로가 지나고 있다면 사용한 기간에 대한 대가를 따로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
■ 땅 위의 빈 공간만 떼어 파는 권리가 있습니다
민법 제289조의2 제1항이 근거입니다. 지하나 지상의 공간은 위아래 범위를 정해 건물이나 그 밖의 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한 지상권의 목적으로 삼을 수 있고, 설정할 때 토지 사용을 어느 정도 제한한다는 약정도 함께 넣을 수 있습니다. 송전탑과 전선이 지나는 구간에 쓰이는 방식이 바로 이것입니다. 땅 자체는 그대로 내 것이고, 지표에서 일정 높이 위의 층만 상대가 쓰는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 등기부에서 무엇을 확인하나
먼저 등기사항증명서를 떼어 을구를 보십시오. ① 구분지상권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지 ② 그 범위가 어떤 높이부터 어떤 높이까지로 특정되어 있는지 ③ 존속기간이 몇 년으로 되어 있는지 ④ 지료, 즉 해마다 받기로 한 대가가 적혀 있는지를 차례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1통에 1,000원으로 발급되고 열람은 700원입니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도 함께 떼어 송전선로 관련 구역으로 지정된 부분이 있는지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 기간과 대가는 어떻게 정해지나
민법 제290조 제2항이 지상권에 관한 조문들을 구분지상권에도 준용합니다. 그래서 건물이 아닌 공작물을 두기 위한 것이라면 제280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존속기간을 5년보다 짧게 정하지 못합니다. 대가가 한번 정해졌다고 영원히 묶이는 것도 아닙니다. 제286조는 조세나 그 밖의 부담이 늘거나 땅값이 움직여 정해 둔 지료가 더는 맞지 않게 된 때에 당사자가 증감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오래전에 설정된 구간이라면 이 조문을 먼저 살펴보실 만합니다.
■ 빌려 쓰는 사람이 이미 있어도 설정되나
됩니다. 민법 제289조의2 제2항은 제삼자가 그 토지를 쓰고 수익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그 권리자와 그 권리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를 가진 사람 전원이 승낙하면 설정할 수 있게 합니다. 대신 승낙한 제삼자는 그 뒤에 구분지상권의 행사를 방해하지 못합니다. 농지를 빌려 농사짓는 분이 있거나 근저당이 잡혀 있는 땅이라면, 그 사람들의 승낙이 빠진 채 등기가 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 등기도 협의도 없이 지나가고 있다면
이때는 성격이 달라집니다. 아무 권원 없이 남의 땅 위 공간을 계속 쓰고 있는 상태이므로, 민법 제741조를 근거로 그동안 얻은 이익을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땅값이 떨어지거나 이용이 막힌 손해가 따로 있으면 제750조로 배상을 구합니다. 철탑이나 선로 자체를 치워 달라는 청구도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거쳐 사용료와 보상액을 정하는 협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 시행자가 전기사업법이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절차를 밟았는지도 함께 확인하셔야 합니다.
■ 지금 순서대로 하실 일
① 등기사항증명서와 토지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한꺼번에 발급받습니다. ② 을구에 구분지상권이 있으면 설정 연도와 지료, 범위를 적어 둡니다. ③ 한국전력공사 관할 지사에 선로 설치 연도와 보상 이력을 문의해 서면으로 받습니다. ④ 상속으로 받은 땅이라면 앞선 소유자가 받은 보상금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⑤ 선로가 지나는 부분과 그 아래 땅의 현황을 사진과 측량으로 남깁니다. 설정 연도가 오래됐거나 등기 자체가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청구의 종류가 달라지므로, 자료를 갖춘 뒤 변호사와 함께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89조의2, 제290조, 제280조, 제286조, 제741조, 제7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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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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