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필지에 지하 주차장을 판다며 장비가 들어오고, 며칠 지나자 우리 집 벽에 실금이 생깁니다. 현장에 물으면 허가받은 대로 하고 있다는 답만 돌아옵니다. 민법은 자기 땅이라도 마음대로 파 내려갈 수 없도록 선을 그어 두었고, 우물이나 지하실처럼 종류가 정해진 공사에는 숫자로 된 거리까지 붙여 두었습니다. 그 선이 어디에 있고 이미 금이 간 뒤에는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짚었습니다.
내 땅인데 왜 깊이가 문제 되나
민법 제241조 본문이 그 답입니다. 옆 땅의 지반이 주저앉을 만큼 자기 땅을 파 내려가는 행위를 막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조문에 절대적인 깊이 수치가 없다는 점입니다. 몇 미터부터 위법이라는 식이 아니라, 옆 땅이 무너질 정도인지를 그때그때 따집니다. 같은 5미터라도 단단한 암반 위라면 문제가 없고 연약한 매립지라면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이 조문의 다툼은 언제나 지질과 기초의 문제로 내려갑니다. 우리 집이 어떤 기초 위에 서 있는지, 지하수위가 어디쯤인지, 옆 현장이 흙을 어떤 방식으로 잡아 두는지가 결론을 만듭니다.
허가증이 이 판단을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흙막이를 세웠다면 마음대로 파도 되나
같은 조 단서가 예외를 둡니다. 충분한 방어 공사가 되어 있으면 그 금지가 풀립니다.
문제는 충분하다는 말의 무게입니다. 도면상 흙막이가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그 구조가 계획대로 시공되어 옆 땅의 지반을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설계와 다른 간격으로 버팀대를 넣었거나 지하수를 막는 처리를 생략했다면 단서를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계측이 여기서 힘을 발휘합니다. 흙막이의 기울기, 지하수위, 인접 건물의 침하량을 재는 장비가 현장에 설치되어 있는지, 그 값이 관리 기준을 넘었을 때 공사를 멈추었는지가 기록으로 남습니다.
방어 공사
파낸 면이 무너지지 않게 붙들고 지하수가 빠져나가지 않게 막는 일체의 시설과 조치를 말합니다. 흙막이 벽체와 버팀대, 앵커, 차수 그라우팅, 계측 장비가 여기에 듭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시설의 존재가 아니라 옆 땅이 견디도록 만드는 결과입니다.
거리가 숫자로 정해진 공사도 있다
종류가 특정된 공사에는 민법 제244조가 따로 자를 댑니다. 제1항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앞 갈래는 우물, 그리고 물이나 하수와 오물을 받아 두는 지하시설입니다. 이런 시설은 경계에서 2미터 이상 떨어뜨려야 합니다. 뒤 갈래는 저수지와 도랑, 지하실 공사로, 경계에서 그 깊이의 절반 이상 떨어뜨리도록 합니다. 뒤 갈래는 파 내려가는 깊이에 따라 요구되는 거리가 달라지므로 현장마다 숫자가 바뀝니다.
제2항은 흙이 무너지거나 더러운 물이 이웃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알맞은 조치를 하라는 요구까지 덧붙입니다.
| 공사의 종류 | 경계에서 두어야 할 거리 | 깊이 8미터인 현장 |
|---|---|---|
| 우물 | 2미터 이상 | 2미터 |
| 오수와 오물을 받아 두는 지하시설 | 2미터 이상 | 2미터 |
| 지하실이나 저수지, 도랑 | 깊이의 절반 이상 | 4미터 |
| 그 밖의 굴착 | 숫자가 아니라 붕괴 위험으로 판단 | 방어 공사의 충분성으로 결정 |
금이 가기 전에 멈출 수 있나
멈출 수 있고, 그 근거는 민법 제214조 후단에 있습니다.
소유권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그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아직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았어도 나설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권리를 바탕으로 공사중지가처분을 냅니다.
다만 법원은 공사를 세우는 처분에 신중합니다. 지반 조사 보고서, 계측 자료, 우리 건물의 균열 사진처럼 위험이 구체적이라는 자료가 붙어야 합니다. 담보를 제공하라는 결정이 따라붙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할 구청 건축과에 현장이 도면대로 시공되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방법도 함께 씁니다.
이미 갈라졌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구하나
상대가 하나가 아닙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나 과실로 남에게 손해를 입힌 사람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므로 시공사가 첫 번째 상대가 됩니다. 건축주와 감리자가 위험을 알고도 공사를 이어 가게 했다면 민법 제760조 제1항에 따라 함께 책임을 집니다. 여럿이 나란히 책임지는 구조라 어느 한 곳이 자력을 잃어도 청구가 끊기지 않습니다.
흙막이나 가설 구조물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민법 제758조 제1항이 더해집니다. 설치나 보존에 하자가 있어 손해가 생기면 그 점유자가 먼저 배상합니다. 점유자가 손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주의를 다했다면 소유자가 책임집니다.
제3항은 그렇게 배상한 점유자나 소유자가 진짜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구상할 수 있게 합니다.
확인할 것
· 착공 전에 우리 건물 상태를 조사한 자료가 있는지
· 현장에 계측기가 설치되어 있고 값이 공개되는지
· 굴착 깊이와 경계까지의 실제 거리를 측량으로 확인했는지
· 시공사, 건축주, 감리자의 이름과 보험 가입 여부
· 균열이 생긴 날짜와 폭을 기록한 자료가 있는지
손해를 숫자로 만들려면
배상액은 결국 감정으로 정해지므로 그 감정이 기댈 자료를 미리 만들어 두셔야 합니다.
- 착공 전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균열이 있던 자리는 날짜를 적어 표시합니다.
- 균열 게이지를 붙여 폭이 넓어지는 속도를 주 단위로 기록합니다.
- 바닥의 기울기와 문틀의 틀어짐을 수평계로 재어 수치로 남깁니다.
- 현장에 사전현황조사 결과와 계측 자료의 열람을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 안전진단 업체에 구조 검토를 의뢰해 원인과 보수 방법을 받습니다.
- 보수 견적을 둘 이상 받아 금액의 폭을 확인합니다.
이 자료가 없으면 원래부터 있던 금이라는 반박에 막힙니다. 장비가 들어온 날이 기록을 시작할 날입니다.
주의
현장에서 내미는 확인서에 서명하기 전에 내용을 읽어 보셔야 합니다. 소액의 보수비를 받으면서 앞으로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지반 침하는 공사가 끝난 뒤에도 진행되므로 그 시점에 드러난 피해만 보고 서명하면 뒤가 막힙니다.
정리
민법 제241조는 옆 땅이 주저앉을 만큼 파 내려가는 행위를 막으면서, 방어 공사가 넉넉하면 그 금지를 풀어 줍니다. 그래서 다툼은 흙막이와 계측이 실제로 제 역할을 했는지로 좁혀집니다. 제244조는 우물과 오수 시설에 2미터, 지하실과 저수지에 깊이의 절반이라는 거리를 붙이고 흙과 오수가 넘어오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까지 얹습니다.
아직 피해가 없어도 제214조 후단으로 예방과 담보를 구할 수 있고, 금이 간 뒤에는 시공사와 건축주, 감리자에게 제750조와 제760조로, 가설 구조물의 하자에는 제758조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결국 착공 전후의 기록이 배상액을 만듭니다. 장비가 들어오는 것을 보신 날 사진부터 찍어 두시고, 벽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변호사와 함께 신청할 처분의 종류를 정하십시오.
참조 조문
민법 제241조, 제244조, 제214조, 제750조, 제758조, 제76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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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옆 현장이 허가를 다 받았다는데 그래도 문제 삼을 수 있습니까?
허가는 행정 절차에서 건축주에게 내준 것일 뿐이고, 민법 제241조는 이웃끼리 곧바로 작동하는 규정입니다. 도면대로 시공하고 있더라도 우리 땅이 주저앉을 위험이 생겼다면 따로 다툴 수 있습니다.
아직 벽에 금만 살짝 갔는데 공사를 멈추라고 할 수 있나요?
민법 제214조 후단은 방해할 염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 예방이나 담보를 구할 길을 엽니다. 다만 법원은 지반 조사와 계측 자료 같은 구체적인 위험 자료를 요구하므로, 신청 전에 안전진단 결과를 받아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시공사가 영세해서 배상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다른 상대는 없습니까?
건축주와 감리자가 위험을 알고도 공사를 진행하게 했다면 민법 제760조 제1항에 따라 함께 책임을 집니다. 가설 구조물의 하자가 원인이라면 제758조로 그 점유자나 소유자에게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상대를 넓게 잡고 검토하십시오.
공사가 끝난 뒤에 침하가 더 진행되면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까?
보수비를 받으면서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는 취지의 서면을 써 주었다면 다투기가 어려워집니다. 침하는 공사 종료 후에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합의서에 추가 피해에 관한 유보 조항을 넣어 두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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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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