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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지식인2026년 9월 20일조회 8

공사비를 못 받아 붙잡고 있는 건물, 세를 놓아도 괜찮을까요?

Q. 질문 내용

건물 신축 공사를 맡았는데 잔금 2억원 정도를 못 받아 준공 뒤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1층 상가 자리가 비어 있어 월세를 놓으면 그 돈으로 직원 인건비라도 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건축주 동의를 받지 않고 세를 놓아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본인 사안은 유치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그 건물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채무자의 승낙 없이 세를 놓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그렇게 하면 붙잡고 있을 권리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 붙잡고 있는 사람에게 붙는 의무

민법 제324조가 이 물음에 정면으로 답합니다. 제1항은 유치권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내 물건처럼 아무렇게나 두는 것이 아니라 남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수준의 조심성을 요구한다는 뜻입니다. 제2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세를 놓는 행위는 여기서 말하는 대여에 곧바로 들어갑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가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예외로 두었으므로, 모든 출입과 사용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어디까지인가

기준은 그 행위가 건물의 값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 이익을 위한 것인지입니다. 겨울에 동파를 막으려고 난방을 돌리는 일, 누수를 잡으려고 들어가 보수하는 일, 창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손보는 일, 주기적으로 순찰하며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보존 쪽으로 읽힙니다. 반대로 내 회사 사무실로 쓰거나 자재 창고로 돌리는 일, 차임을 받고 다른 사람을 들이는 일은 사용과 대여에 해당해 승낙이 없으면 위반이 됩니다. 사람을 상주시켜 현장을 지키는 정도는 점유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다루어지지만, 그 사람이 거주하며 생활하는 형태가 되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 어기면 무엇을 잃나

잃는 것이 돈이 아니라 권리입니다. 제324조 제3항은 유치권자가 앞의 두 항을 위반한 때에 채무자가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소멸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건물을 내주어야 하고, 공사대금은 담보 없는 일반 채권으로 남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328조는 유치권이 점유의 상실로 소멸한다고 정하므로, 세입자에게 열쇠를 넘기고 현장에서 손을 떼는 모양이 되면 그 조문으로도 위험해집니다. 실제 분쟁에서 상대방은 임대차계약서, 전입 기록, 관리비 납부자 명의 같은 자료를 모아 이 두 조문을 함께 걸고 들어옵니다.

■ 승낙을 받으면 달라집니다

승낙이 있으면 임대 자체가 막히지 않고, 받은 차임을 채권에 붙일 길도 열립니다. 민법 제323조는 유치물에서 생긴 과실을 거두어 다른 채권에 앞서 자기 채권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게 하고, 과실이 금전이 아닌 때에는 경매하도록 합니다. 충당 순서도 정해져 있어 이자에 먼저 넣고 남는 것이 있으면 원본으로 갑니다. 건물을 지키며 들인 돈도 그냥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325조 제1항은 필요비를 지출한 경우 소유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제2항은 유익비에 관하여 가액의 증가가 남아 있는 한 소유자의 선택에 따라 지출액이나 증가액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 지금 정리해 두실 것

순서대로 손보시면 위험이 줄어듭니다. ① 세를 놓기 전에 채무자에게 서면으로 승낙을 요청하고 회신을 보관합니다. ② 이미 들인 사람이 있다면 계약의 성격을 점검하고 정리 방안을 검토합니다. ③ 현장에 사람을 두더라도 거주가 아니라 경비와 관리라는 점이 드러나게 근무일지와 출입기록을 남깁니다. ④ 난방비, 보험료, 보수비 영수증을 날짜순으로 모아 필요비 청구에 대비합니다. ⑤ 채무자는 제327조에 따라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고 소멸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런 제안이 오면 담보의 내용을 따져 봅니다. 현금화 방법과 임대 허용 여부를 함께 정해야 하는 국면이라면 변호사와 상의해 순서를 잡으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24조, 제323조, 제325조, 제327조, 제32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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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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