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을 빌려 창고나 주택을 올린 뒤 약정한 햇수가 다 차 가면 같은 질문이 돌아옵니다. 건물을 부수고 빈 땅으로 되돌려 놓아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민법은 땅 주인과 건물 주인 양쪽에 각각 카드를 쥐여 주었고, 그 카드가 어떤 순서로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철거로도 매매로도 갑니다. 기간을 정하는 규칙도 당사자 마음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짧게 적어 둔 계약서가 그대로 효력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문이 정한 기간과 청구권의 방향을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땅을 빌리는 방식이 둘로 갈린다
성격부터 다릅니다.
민법 제279조는 지상권자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를 가진다고 정합니다. 계약에서 나오는 권리가 아니라 등기로 공시되는 물권이라는 점이 핵심이어서, 땅 주인이 바뀌어도 새 주인에게 그대로 내세웁니다.
움직일 수 있는 폭도 넓습니다. 제282조는 지상권자가 타인에게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존속기간 안에서 그 토지를 임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임대차였다면 동의가 필요했을 일이 여기서는 동의 없이 가능합니다.
땅 주인이 설정에 신중해지는 이유입니다.
기간은 왜 30년부터 시작하나
바닥을 법이 깔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제280조 제1항은 계약으로 존속기간을 정할 때 세 가지 연한보다 짧게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석조나 석회조, 연와조 또는 이와 비슷한 견고한 건물이나 수목을 소유하려는 때에는 30년, 그 밖의 건물이라면 15년, 건물이 아닌 공작물이라면 5년입니다. 제2항은 이보다 짧게 정한 경우 그 기간까지 늘립니다. 10년으로 적었어도 견고한 건물이면 30년이 됩니다.
기간을 적지 않았다면 제281조가 메웁니다. 제1항은 그 기간을 앞의 최단존속기간으로 하고, 제2항은 설정 당시 공작물의 종류와 구조를 정하지 않았다면 제2호의 건물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봅니다.
| 무엇을 소유하려는가 | 줄일 수 없는 기간 | 기간을 적지 않았다면 |
|---|---|---|
| 견고한 건물 또는 수목 | 30년 | 30년 |
| 그 밖의 건물 | 15년 | 15년 |
| 건물이 아닌 공작물 | 5년 | 5년 |
| 종류와 구조를 정하지 않음 | 15년 | 15년 |
기간이 끝나면 헐어야 하나
원칙만 보면 그렇습니다. 민법 제285조 제1항은 지상권이 소멸한 때에 지상권자가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수거하여 토지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문장만 읽으면 30년을 쓴 건물도 철거 대상이 됩니다. 멀쩡한 건물을 부수는 일은 양쪽 다 손해입니다. 그래서 법은 이 의무 앞뒤에 청구권을 둘 배치했습니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쪽은 건물 주인이다
민법 제283조 제1항이 첫 카드입니다. 지상권이 소멸한 경우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이 현존한 때에는 지상권자가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건물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땅 주인이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제2항으로 넘어갑니다. 이때 지상권자는 상당한 가액으로 그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갱신이 막히면 철거가 아니라 매매로 길이 바뀝니다.
갱신이 이루어진 경우의 기간은 제284조가 정합니다. 갱신한 날로부터 제280조의 최단존속기간보다 짧게 하지 못하며, 당사자가 더 긴 기간을 정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건물이 이미 무너진 뒤라면 이 카드는 쓸 수 없습니다.
땅 주인이 사겠다고 하면
거울처럼 대칭되는 규정이 제285조 제2항입니다.
지상권설정자가 상당한 가액을 제공하여 그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한 때에는 지상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합니다. 값을 실제로 내놓아야 한다는 요건이 붙어 있어, 사겠다는 말만으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두 매수청구권은 요건과 방향이 다릅니다.
| 구분 | 제283조 제2항 | 제285조 제2항 |
|---|---|---|
| 청구하는 사람 | 건물을 가진 지상권자 | 땅을 가진 설정자 |
| 앞에 놓인 조건 | 갱신 청구가 거절될 것 | 상당한 가액을 제공할 것 |
| 상대의 지위 | 응할 의무가 생김 |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 못함 |
| 건물의 운명 | 땅 주인에게 넘어감 | 땅 주인에게 넘어감 |
지료를 밀리면 어떻게 되나
기간이 남아 있어도 끊길 수 있습니다. 제287조는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 설정자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 건물이나 지상권에 저당권이 걸려 있다면 절차가 한 겹 늘어납니다. 제288조는 그 청구를 저당권자에게 통지한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효력이 생기게 합니다. 담보를 잡은 사람에게 손쓸 시간을 주라는 취지입니다.
지료를 다시 정하는 길도 있습니다. 제286조는 조세나 그 밖의 부담이 변하거나 땅값이 움직여 지료가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확인할 것
· 등기부에 지상권의 목적과 존속기간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 건물의 구조가 견고한 건물에 드는지 그 밖의 건물인지
· 지료의 액수와 지급일, 밀린 기간이 2년에 닿는지
· 건물이나 지상권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지
· 만료가 다가올 때 갱신 청구를 보낼 방법과 시점
불리하게 적은 약정은 살아 있나
살아남지 못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제289조는 제280조부터 제287조까지의 규정에 위반되는 계약으로서 지상권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합니다.
기간이 끝나면 건물을 무상으로 넘기기로 한다거나 매수청구를 하지 않기로 한다는 문구가 있어도, 조문이 준 권리를 깎는 내용이라면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더 유리한 약정은 막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순서로 준비합니다.
- 등기사항증명서로 지상권의 내용과 남은 기간을 확인합니다.
- 건물의 구조와 준공 시점을 건축물대장으로 대조합니다.
- 만료 전에 갱신을 청구하는 서면을 도달이 남는 방법으로 보냅니다.
- 거절 회신을 받으면 건물 시가를 감정이나 견적으로 확인합니다.
- 매수청구의 의사와 금액을 적어 다시 통지합니다.
주의
땅을 빌린 관계가 지상권인지 임대차인지부터 갈라야 합니다. 등기 없이 계약서만 쓰고 건물을 올렸다면 임대차로 다루어져 적용될 조문이 달라집니다. 계약서 제목이 무엇이든 등기부 을구를 먼저 보시고, 다툼이 시작되었다면 변호사와 함께 어느 조문으로 갈지 정하십시오.
정리
민법 제285조 제1항은 지상권이 끝나면 건물을 치우고 땅을 원래대로 돌려 놓으라고 하지만, 그 의무가 곧바로 철거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제283조는 건물이 남아 있는 한 지상권자에게 갱신 청구와 매수 청구를 차례로 주고, 제285조 제2항은 설정자에게도 값을 내놓고 사겠다고 할 자리를 만들어 둡니다.
기간은 제280조가 30년과 15년, 5년으로 바닥을 깔고 제281조가 빈칸을 메우며, 제289조는 이 규칙들을 깎는 약정을 무효로 만듭니다. 만료가 눈앞이라면 갱신을 청구했다는 기록부터 남기십시오. 값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 감정과 협상의 순서를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79조, 제280조, 제281조, 제282조, 제283조, 제284조, 제285조, 제286조, 제287조, 제288조, 제289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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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에 기간이 끝나면 건물을 무상으로 넘긴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대로 해야 합니까?
민법 제289조는 제280조부터 제287조까지의 규정에 위반되면서 지상권자에게 불리한 약정의 효력을 부정합니다. 매수청구권을 없애는 취지라면 그대로 통하기 어렵습니다.
건물이 오래되어 거의 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갱신을 청구할 수 있습니까?
제283조 제1항은 건물이나 공작물, 수목이 현존할 것을 조건으로 합니다. 형체가 남아 있다면 청구는 가능하지만 매수 단계에서 값이 낮게 매겨질 수 있으니 감정 자료를 먼저 확보하십시오.
지료를 1년 반 정도 밀렸는데 바로 소멸을 청구당할 수 있습니까?
제287조는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를 요건으로 합니다. 다만 밀린 기간은 이어서 계산되므로 남은 기간에 여유가 있을 때 정산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땅 주인이 사겠다고 말만 하고 값을 주지 않습니다. 건물을 넘겨야 합니까?
제285조 제2항은 상당한 가액을 제공하여 매수를 청구할 것을 요건으로 적고 있습니다. 값을 실제로 내놓지 않은 단계라면 넘길 의무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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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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