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쓰던 발전기나 비계 자재를 중고로 들여왔는데 몇 달 뒤 엉뚱한 사람이 찾아와 자기 물건이라고 말하는 일이 있습니다. 판 사람은 연락이 끊겼고 돈은 이미 건네졌습니다. 이럴 때 물건을 내주어야 하는지를 정한 조문이 민법에 있습니다. 판 사람에게 권한이 없었더라도 산 사람이 일정한 조건을 채웠다면 소유권이 넘어간다는 규정입니다. 다만 그 조건이 넉넉하지 않고, 물건이 도둑맞은 것이었다면 결론이 또 달라집니다.
권한 없는 사람에게 샀는데 왜 내 것이 되나
거래를 믿고 한 쪽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민법 제249조는 동산을 평온하고 공연하게 넘겨받은 사람이 권한 없는 상대라는 사실을 모른 채 부주의 없이 그것을 점유하게 되었다면, 판 쪽이 정당한 임자가 아니었더라도 그 자리에서 소유권을 얻는다고 정합니다. 조문에 붙은 이름이 선의취득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없는 권리는 넘어가지 않습니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 판 물건은 사도 남의 것으로 남아야 맞습니다. 그런데 동산은 등기부처럼 권리를 적어 둔 장부가 없어 가지고 있는 모습만 보고 거래하게 됩니다. 그 모습을 믿은 쪽을 매번 뒤집으면 거래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이 진짜 주인의 권리를 잘라 내는 쪽을 택했습니다. 원래 주인은 물건 대신 판 사람을 상대로 돈을 물어내라고 다투게 됩니다.
두 겹의 요건
앞의 요건은 사정을 알지 못했다는 상태를 가리키고, 뒤의 요건은 그렇게 알지 못한 데에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는 평가를 가리킵니다. 결이 다릅니다. 값이 터무니없이 낮거나 서류 한 장 내놓지 못하는 상대였다면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어떤 물건에 이 조문이 붙나
동산에만 붙습니다.
제249조의 첫 단어가 동산입니다. 땅과 건물에는 이 조문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제186조가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효력이 생긴다고 못 박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등기부를 믿고 산 사람이라도 그 등기가 원인 없이 만들어진 것이었다면 소유권을 얻지 못합니다.
그 차이가 실무에서 크게 벌어집니다. 건설 현장의 굴착기와 발전기, 거푸집, 강관은 동산이라 이 조문의 무대 위에 있습니다. 반면 토지와 건물은 아무리 등기부를 꼼꼼히 봤어도 등기의 원인이 무효라면 되돌아갑니다.
등록이 필요한 건설기계나 자동차는 또 다릅니다. 이름이 적히는 공적 장부가 따로 있어 그 장부의 명의로 권리를 따지게 됩니다. 중고 장비를 들여올 때 등록원부가 있는 물건인지부터 갈라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넘겨받는 방식이 왜 갈림길이 되나
점유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188조 제1항은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미 그 동산을 점유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생긴다고 덧붙입니다.
제189조는 판 사람이 계속 물건을 쥐고 있기로 한 경우에도 산 사람이 인도받은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점유개정이라고 부릅니다. 제190조는 제삼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면 반환청구권을 넘기는 것으로 인도를 갈음하게 합니다.
네 가지 모두 인도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선의취득의 자리에서는 무게가 같지 않습니다. 물건이 여전히 판 사람의 창고에 있는 상태라면 산 사람이 새로 점유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판단입니다. 현장으로 실제 옮겨 오고 인수증에 날짜를 남겨 두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내가 몰랐다는 것을 누가 증명하나
절반은 법이 대신해 줍니다. 나머지 절반은 직접 해야 합니다.
제197조 제1항은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네 가지가 추정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무과실은 그 목록에 없습니다.
제200조는 점유자가 점유물에 대하여 행사하는 권리를 적법하게 보유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추정도 무과실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부주의가 없었다는 점은 산 사람이 자료로 보여야 합니다. 시세를 확인한 기록, 상대의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 사본, 세금계산서, 계좌이체 내역, 물건을 실은 날의 사진이 그 자료가 됩니다. 현금으로 건네고 영수증 한 장 없는 거래가 가장 위험합니다.
도둑맞은 물건이면 어떻게 되나
결론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제250조 본문은 그 물건이 도둑맞았거나 흘린 것이었다면, 잃은 쪽이 그날로부터 2년 안에 되찾아 갈 길을 열어 둡니다. 앞의 요건을 모두 채운 사람이라도 이 기간에는 내놓으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세는 시작점은 산 날이 아니라 잃어버린 날입니다. 같은 조 단서가 돈은 그 대상에서 빼 두었습니다.
제251조가 한 겹을 더 얹습니다. 경매나 공개된 시장에서, 또는 그런 물건을 늘 취급하는 상인에게서 사정을 모르고 사 온 경우라면, 되찾으려는 쪽이 치른 값을 물어 주어야 합니다. 중고 장비 상가나 공매로 들여왔다면 돈을 돌려받고 내주는 구조가 됩니다.
| 구분 | 근거 | 결과 |
|---|---|---|
| 보통의 동산 | 제249조 | 요건을 채우면 즉시 소유권 취득 |
| 도품 또는 유실물 | 제250조 본문 | 잃은 날부터 2년 안에 되찾을 수 있음 |
| 도품인데 돈인 경우 | 제250조 단서 | 되찾는 길이 막힘 |
| 경매·공개시장·동종 상인 | 제251조 | 치른 값을 물어 주어야 함 |
| 토지·건물 | 제186조 | 선의취득이 적용되지 않음 |
중고 장비를 들일 때 무엇을 남겨야 하나
거래한 날의 기록이 나중의 증거가 됩니다.
- 상대의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을 받아 계약서의 이름, 계좌 명의와 맞춰 봅니다.
- 기계 번호나 제조번호를 사진으로 찍어 계약서에 그대로 적습니다.
- 같은 사양의 중고 시세를 두세 곳에서 확인하고 화면을 저장해 둡니다.
- 대금은 계좌로 보내고 세금계산서를 받습니다.
- 물건을 실어 온 날짜와 장소를 인수증에 적고 양쪽이 서명합니다.
등록원부가 있는 건설기계라면 순서가 하나 더 붙습니다. 이전 등록을 마치기 전에는 대금을 전부 치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주의
물건을 판 사람이 창고에 그대로 두겠다고 하면 인도를 받은 모습이 남지 않습니다. 보관을 맡길 사정이 있더라도 일단 옮겨 두고 별도의 보관 계약을 쓰는 쪽이 낫습니다. 임차한 장비를 빌린 사람이 몰래 되파는 사례가 이 지점에서 문제됩니다.
정리
동산은 가지고 있는 모습을 믿고 거래하게 되어 있어, 판 사람에게 권한이 없었더라도 산 쪽이 보호받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그 길의 이름이 제249조의 선의취득입니다.
다만 문이 좁습니다. 부주의가 없었다는 점은 추정되지 않아 스스로 보여야 하고, 물건을 실제로 넘겨받았는지도 따져집니다. 도둑맞은 물건이면 2년이라는 창이 열려 있습니다.
이미 반환을 요구받은 상태라면 계약서와 이체 내역, 물건을 받은 날의 자료부터 모으십시오. 어느 요건에서 다툼이 갈리는지는 사안마다 달라 변호사와 함께 짚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86조, 제188조, 제189조, 제190조, 제197조, 제200조, 제249조, 제250조, 제25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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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시세보다 많이 싸게 샀는데 문제가 되나요?
가격이 낮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지만, 부주의가 없었다는 점을 판단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왜 그 가격이었는지를 설명할 자료가 있는지부터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빌려준 장비를 빌린 쪽이 팔아 버렸습니다.
스스로 맡긴 물건이 넘어간 경우는 도둑맞은 물건과 다르게 다루어집니다. 산 쪽이 요건을 갖추었다면 되찾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빌려 간 사람을 상대로 한 배상과 형사 절차를 함께 검토하셔야 합니다.
돌려 달라는 말을 들었는데 2년이 지났습니다.
도둑맞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을 수 있는 기간은 잃은 날을 기준으로 셉니다. 그 날짜를 상대가 밝혀야 하므로 도난 신고 접수일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해 보십시오.
중고 장비 상가에서 샀는데도 내주어야 하나요?
그런 물건을 늘 취급하는 상인에게서 사정을 모르고 사 오셨다면 상대가 치른 값을 물어 주어야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매수 대금을 증명할 자료를 먼저 갖춰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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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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