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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10월 2일조회 0

논 옆 도랑 폭을 혼자 넓히거나 돌려도 될까

장마가 지나갈 때마다 논 가장자리 도랑이 넘쳐 벼 포기가 흙탕물에 잠깁니다. 지적도를 떼어 보니 도랑 바닥 땅도 내 이름으로 되어 있습니다. 올가을 추수가 끝나면 굴착기를 불러 2미터 남짓한 도랑을 4미터로 넓히고, 굽은 곳은 곧게 펴 버리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도랑 건너편 논 주인이 그 말을 듣자마자 손대지 말라고 합니다. 내 땅을 파는 일인데 남의 허락이 왜 필요한지, 민법 상린관계 조문을 따라가 보면 답이 나옵니다.

도랑 바닥이 내 땅이면 마음대로 고쳐도 되나

건너편 땅이 남의 것이라면 안 됩니다.

민법 제229조 제1항은 구거 기타 수류지의 소유자가 대안의 토지가 타인의 소유인 때에는 그 수로나 수류의 폭을 변경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구거는 도랑, 수류지는 물이 흐르는 바닥 땅, 대안은 건너편 기슭을 가리킵니다. 옛 용어라 낯설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한쪽 기슭만 가진 사람은 물길을 혼자 바꾸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물이 경계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폭을 넓히면 건너편 둑이 깎이고, 물길을 틀면 건너편 논이 물을 대던 자리가 말라 버립니다. 내 땅에서 한 공사라도 결과는 이웃 논에 떨어집니다.

조문 속 옛 용어
구거는 농사용 물이 흐르는 좁은 도랑, 수류지는 그 물이 지나가는 바닥 땅입니다. 대안은 물을 사이에 둔 맞은편 기슭이고, 언은 물을 가두거나 끌어올리려고 가로질러 쌓는 보를 말합니다. 토지대장에 지목이 구거로 적힌 땅이 대개 여기에 해당합니다.

양쪽 기슭이 모두 내 땅이라면 달라지나

달라집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양쪽 기슭이 모두 수류지 소유자의 것이면 수로와 폭을 바꿀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하류는 자연의 수로와 일치하도록 해야 합니다. 내 땅 구간 안에서 물길을 구부리거나 넓히는 것은 괜찮지만, 내 땅을 벗어나는 지점에서는 원래 물이 흘러가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랫논 사람들을 위한 장치입니다. 위에서 물길을 틀어 엉뚱한 곳으로 빼 버리면 하류 농지는 물을 받지 못하거나, 반대로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물을 뒤집어씁니다.

실무에서 이 부분이 자주 어긋납니다. 내 구간 끝에서 물길을 이웃 땅 쪽으로 살짝 꺾어 놓았다가 몇 년 뒤 하류 둑이 무너져 손해배상 청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사 도면에 내 땅이 끝나는 지점의 물길 위치를 표시해 두시기 바랍니다.

도랑 주변 소유 관계폭·물길 변경붙는 조건
바닥 땅만 내 것, 건너편은 이웃 것혼자 못 함건너편 소유자와 합의가 필요
바닥과 양쪽 기슭 모두 내 것할 수 있음내 땅이 끝나는 곳에서 자연 물길과 맞춰야 함
마을에 오래된 물 관리 관습이 있음관습을 따름관습이 조문보다 앞섬
바닥 땅이 국가나 시·군 소유개인이 결정할 수 없음관리청과 먼저 협의

마을에서 오래 해 온 방식이 있다면

그 방식이 먼저입니다.

제229조 제3항은 앞의 두 항에 대해 다른 관습이 있으면 그 관습에 따르도록 했습니다. 물을 쓰는 일은 지역마다 오래된 약속이 쌓여 있는 영역이라, 법이 일부러 자리를 비켜 준 것입니다. 윗논과 아랫논이 물꼬를 트는 순서, 봄마다 공동으로 도랑을 치는 날, 둑이 무너지면 누가 흙을 대는지 같은 것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관습은 문서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장이나 수리계를 맡았던 분, 수십 년 농사를 지어 온 이웃의 말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됩니다. 다툼이 생길 것 같으면 그분들의 이야기를 날짜와 함께 기록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보를 쌓아 물을 가두려면 이웃 땅에 붙여도 되나

붙일 수는 있습니다. 대신 값을 치러야 합니다.

제230조는 수류지 소유자가 보를 세울 필요가 있으면 그 보를 건너편 기슭에 닿게 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도록 정합니다. 건너편 땅 주인이 허락하지 않아도 보의 끝을 그 기슭에 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폭을 바꾸는 경우와 다릅니다. 보는 물길을 바꾸지 않고 물을 모아 쓰는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건너편 소유자도 바닥 땅 일부를 갖고 있다면 그 보를 함께 쓸 수 있습니다. 이때는 이익을 받는 비율대로 보를 쌓고 유지하는 비용을 나누어 냅니다. 물을 대는 면적이 6대 4라면 보수비도 6대 4로 나누는 식입니다.

보상 액수는 기슭에 닿은 면적, 둑이 상한 정도, 그 땅의 농사 손실을 보고 정합니다. 공사 전에 기슭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 두면 나중에 말이 줄어듭니다.

도랑 땅이 내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나

지목이 구거로 된 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인 경우가 많습니다. 농업용 수로라면 시·군이나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도랑은 개인끼리 합의해도 손댈 수 없고, 관리청 협의가 먼저입니다.

공사를 못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남아 있습니다. 민법은 토지소유자가 이웃 땅에서 자연히 흘러오는 물을 막지 못하게 하면서, 이웃이 설치한 배수나 인수 시설이 부서지거나 막혀 내 땅에 손해가 생기거나 생길 염려가 있으면 그 보수와 소통,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도랑이 넘치는 원인이 윗논의 무너진 둑이나 막힌 관에 있다면 그쪽에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 있는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비가 온 다음 날 물이 어디서 막히는지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십시오.

굴착기를 부르기 전에 무엇을 확인하나

  1. 토지대장과 지적도로 도랑 바닥 땅의 지목과 소유자를 확인합니다.
  2. 건너편 기슭과 하류 쪽 필지의 소유자를 등기사항증명서로 확인합니다.
  3. 마을에 물 관리에 관한 관습이나 수리계 규약이 있는지 이장에게 묻습니다.
  4. 건너편 소유자와 합의가 되면 공사 범위, 비용 분담, 사후 보수 책임을 적은 합의서를 씁니다.
  5. 공사 전후의 도랑 모습과 양쪽 둑을 같은 위치에서 사진으로 찍어 둡니다.

합의서에는 도면을 한 장 꼭 붙이십시오. 말로만 넓이를 정해 두면 공사가 끝난 뒤 30센티미터, 50센티미터를 두고 다시 다투게 됩니다.

정리

도랑 바닥이 내 땅이어도 건너편 기슭이 남의 것이면 폭과 물길을 혼자 바꿀 수 없다는 점이 출발점입니다. 양쪽이 모두 내 땅이면 바꿀 수 있지만 하류에서는 원래 물길로 되돌려야 합니다.

보를 쌓아 건너편 기슭에 닿게 하는 것은 허락 없이도 가능하지만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마을의 오래된 관습이 있으면 그것이 먼저입니다.

이미 이웃과 말이 오가며 감정이 상했다면 공사부터 밀어붙이지 마십시오. 지적도와 사진, 관습에 관한 진술을 정리해 변호사와 함께 합의안이나 청구 방향을 잡아 보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21조, 제223조, 제229조, 제23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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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건너편 논 주인이 동의했는데 하류 사람은 반대합니다.

양쪽 기슭 소유자가 합의했더라도 하류의 물길을 바꾸면 하류 농지에 손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공사 범위를 내 구간 안으로 한정하고 하류로 나가는 지점은 원래 물길대로 두는 설계를 먼저 검토하십시오.

이웃이 허락 없이 도랑을 넓혀 제 쪽 둑이 깎였습니다.

건너편 기슭이 선생님 땅이라면 이웃은 혼자 폭을 바꿀 수 없는 자리였습니다. 공사 전후 사진과 깎인 면적을 기록하고,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함께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를 같이 쓰는데 이웃이 보수비를 안 냅니다.

보를 함께 쓰는 사람은 이익을 받는 비율대로 비용을 나누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자 물을 대는 면적이나 사용 시기 같은 근거를 정리해 분담 비율을 제시하고, 영수증을 모아 청구하시면 됩니다.

지목이 구거인 땅을 논으로 메워 써도 되나요?

지목이 구거인 땅을 메우는 것은 물길을 없애는 일이라 이웃과의 관계뿐 아니라 행정 허가 문제도 생깁니다. 소유자가 누구인지와 관리청이 어디인지를 먼저 확인한 뒤 움직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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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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