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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9월 18일조회 6

오래 다닌 길이 권리로 굳어지는 조건

안쪽 집에서 수십 년 같은 골목으로 드나들었는데 옆 필지의 임자가 바뀌면서 담이 섰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으니 이제 와서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이 많습니다. 우리 민법에는 오래 쓴 길을 권리로 바꿔 주는 통로가 실제로 열려 있습니다. 다만 문턱이 낮지 않아서, 조문이 요구하는 성질을 갖춘 이용만 그 문을 지납니다. 무엇이 그 성질이고 기간을 어디서부터 세는지, 땅이 여러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차례로 짚었습니다.

세월만 쌓이면 권리가 되나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291조는 지역권자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자기 토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권리를 가진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편익을 얻는 쪽 땅이 요역지, 부담을 지는 쪽 땅이 승역지입니다. 뒤쪽 집이 요역지이고 골목이 난 앞 필지가 승역지입니다.

문제는 이 권리가 원래 계약과 등기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민법 제294조가 예외를 하나 열어, 시간의 경과만으로도 같은 권리가 생길 수 있게 했습니다.

계속되고 표현된 것이란 무슨 뜻인가

제294조는 계속되고 표현된 지역권에 한하여 부동산 취득시효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두 낱말이 각각 다른 것을 봅니다.

앞의 낱말은 이용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사람이 드나드는 행위 자체는 띄엄띄엄일 수밖에 없지만, 길이라는 시설이 그 자리에 남아 있으면 끊긴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뒤쪽 집이 스스로 노면을 깔고 손질해 왔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남이 내놓은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이라면 이 요건에서 걸립니다.

뒤의 낱말은 밖에서 알아볼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포장면, 축대, 계단, 배수구가 모두 흔적입니다.

요건무엇으로 증명하나
이용이 이어졌는가노면 포장과 보수 내역, 공사비 영수증
밖에서 보이는가현황측량도, 대문과 계단의 위치
누가 만들었는가시공 계약서, 인접 주민의 진술
언제부터인가건축물대장 사용승인일, 전입 기록

기간이 차면 바로 내 권리가 되나

여기서 많이 어긋납니다. 제294조가 끌어다 쓰는 민법 제245조는 두 갈래로 되어 있습니다.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가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적습니다. 제2항은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선의이며 과실 없이 점유한 경우를 따로 둡니다. 지역권에서는 앞쪽 갈래가 주로 문제 됩니다.

즉 20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골목을 지날 권리가 손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그 시점에 생기는 것은 승역지 임자를 상대로 등기 절차를 밟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지위입니다. 등기가 끝나야 비로소 물권이 됩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기간만 세다가 땅이 다시 팔려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요역지와 승역지
편익을 받는 땅이 요역지, 그 편익을 위해 부담을 지는 땅이 승역지입니다. 민법 제292조는 이 권리가 요역지 소유권에 붙어 함께 옮겨 가며, 요역지와 떼어 따로 팔거나 다른 권리의 목적으로 삼지 못하도록 못 박아 두었습니다.

땅이 여러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으면

공유가 끼면 셈이 달라집니다. 민법 제295조 제1항은 공유자 가운데 한 사람이 지역권을 취득하면 나머지 공유자도 함께 취득한다고 정합니다.

제2항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기간의 진행을 끊으려면 그 권리를 행사하는 공유자 전원에게 사유가 미쳐야 하고, 한 사람만 붙잡아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상대가 여럿일수록 막기가 까다로워진다는 뜻입니다.

이미 성립한 권리를 소멸시효로 지우려 할 때도 비슷한 장치가 있습니다. 민법 제296조는 요역지가 여러 사람의 공유인 경우 그중 한 사람이 한 중단이나 정지가 나머지 공유자를 위해서도 효력을 갖는다고 적습니다. 어느 쪽이든 공유자 전체가 하나로 묶입니다.

막으려는 쪽은 무엇을 해야 하나

승역지를 새로 산 분이라면 시간이 편이 아닙니다.

가장 흔한 대응은 통행을 사용대차나 임대차로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남의 호의로 지나간다는 점을 서면으로 확인해 두면 뒤에 시효를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사용료를 받기로 했다면 액수가 크지 않아도 계좌 기록을 남기십시오.

확인할 것
· 노면을 누가 언제 어떤 비용으로 깔았는지
· 지나다니는 집이 한 곳인지 여러 곳인지, 각 필지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 사용 승낙서나 사용료 영수증이 남아 있는지
· 등기부 을구에 이미 설정된 지역권이 있는지
· 현황측량으로 실제 노폭과 지적선의 차이를 확인했는지

권리가 붙은 뒤에는 어떻게 되나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관계가 길어집니다. 민법 제298조는 승역지 임자가 계약으로 공작물의 설치나 수선 의무를 떠안은 경우 그 땅을 물려받은 특별승계인도 같은 의무를 진다고 정합니다.

승역지 쪽에도 숨통은 있습니다. 민법 제299조는 지역권에 필요한 부분의 소유권을 넘겨주고 그 부담을 면할 길을 열어 두었고, 제300조는 행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 땅 임자도 설치된 공작물을 쓰되 수익 정도의 비율로 설치와 보존 비용을 나누어 내도록 합니다.

누가 막아설 때 쓰는 무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민법 제301조가 소유물방해제거 규정을 그대로 끌어다 쓰도록 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다툼이 붙으면 무엇부터 준비하나

  1. 등기사항증명서로 두 필지의 소유자 변동 시점을 모두 뽑습니다.
  2. 현황측량을 받아 실제로 밟고 다니는 부분을 도면 위에 특정합니다.
  3. 연도별 항공사진과 오래된 사진으로 길의 존재 시점을 앞으로 당깁니다.
  4. 노면 공사와 보수에 들어간 비용의 증빙을 모읍니다.
  5. 승낙서나 사용료 지급 기록이 있는지 양쪽에서 확인합니다.

자료가 갖춰지면 청구의 모양을 정합니다. 등기절차 이행을 구할지, 방해하지 말라는 청구를 먼저 낼지, 담을 이미 세웠다면 철거까지 구할지가 갈립니다. 다급하면 가처분을 함께 냅니다.

주의
담이 섰다고 장비를 불러 스스로 걷어 내면 재물손괴 문제가 따라붙습니다. 길이 막혀 생활이 곤란하더라도 가처분 같은 절차 안에서 풀어야 하고, 반대로 승역지 임자가 통행하는 사람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것도 같은 위험을 안습니다.

정리

민법 제294조는 계속되고 표현된 지역권에 한하여 취득시효 규정을 준용하므로, 길이라는 시설이 남아 있고 그 시설을 쓰는 쪽이 스스로 만들고 지켜 왔다는 사정이 있어야 문이 열립니다. 20년이 지나도 등기를 마쳐야 물권이 되고 그전에는 등기를 구할 지위에 그칩니다. 공유가 얽히면 제295조와 제296조가 공유자 전원을 한 덩어리로 묶어 취득은 쉽게, 차단은 어렵게 만듭니다.

양쪽 모두에게 자료 싸움입니다. 노면을 만든 경위와 시점을 보여 주는 서류가 결론을 좌우하므로, 담이 서기 전에 측량과 사진부터 챙겨 두시고 변호사와 함께 청구의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91조, 제292조, 제294조, 제295조, 제296조, 제245조, 제298조, 제299조, 제300조, 제30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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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20년 넘게 다녔으니 이제 제 길이라고 주장해도 됩니까?

기간이 찼다는 사실만으로 물권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계속되고 표현된 이용이었는지를 먼저 따지고,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승역지 소유자를 상대로 등기 절차를 구해야 합니다.

길을 낸 사람이 저희가 아니라 원래 마을에서 낸 것인데 괜찮습니까?

가장 자주 걸리는 지점입니다. 노면을 스스로 개설하고 유지했는지가 판단의 축이 되므로, 남이 만든 길을 이용만 해 온 경우에는 인정이 어렵습니다. 보수 비용을 분담한 기록이라도 남았는지 살펴보십시오.

제 땅을 지나는 이웃이 여러 집인데 한 집만 막으면 되나요?

민법 제295조 제2항은 기간의 진행을 끊는 사유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공유자 전원에게 미쳐야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요역지가 공유이거나 이용자가 여럿이라면 일부만 상대해서는 의미가 없으므로, 관계된 필지 전부를 놓고 대응 방법을 정하셔야 합니다.

통행료를 받기로 하면 상대의 주장을 막을 수 있습니까?

사용료를 주고받은 사실은 남의 땅을 계약으로 쓰고 있다는 근거가 되어 시효 주장의 기초를 흔듭니다. 액수보다 기록이 중요하니 계좌 이체로 남기고 확인서를 받아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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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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