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해변 길에서 9년간 횟집을 한 사장님이 은퇴를 앞두고 가게를 넘길 사람을 구했습니다. 권리금 1억 원에 합의한 후배 요리사를 건물주에게 소개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짧았습니다. 건물을 1년 반 동안 비워 둘 생각이라 누구와도 새로 계약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장님은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열 달 뒤 그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간판이 올라갔습니다. 이 거절은 정당했을까요.
비워 두겠다는 말은 왜 거절의 근거가 되나
법이 그것을 정당한 사유로 의제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는 건물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세입자가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권리금 회수 방해로 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경우를 넷 적었고, 그 셋째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입니다.
취지는 이해할 만합니다. 건물주가 그 점포에서 아무 수익도 거두지 않는다면, 세입자가 쌓은 영업 가치를 건물주가 가로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권리금 보호는 결국 그 가치를 다른 누군가가 공짜로 가져가는 것을 막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말한 계획인가, 실제로 비운 기간인가
이 조문의 쟁점은 시제에 있습니다.
문언은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거절은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 이루어지고, 1년 6개월은 그 뒤에 흘러갑니다. 거절하는 순간에는 아직 비워 둔 기간이 하루도 없습니다. 그러니 거절 당시 건물주가 품은 계획만으로 정당한 사유가 성립하는지, 아니면 실제로 그 기간을 비워 두어야 하는지가 문제 됩니다.
계획만으로 충분하다고 보면 이 조항은 빈 말 한마디로 쓸 수 있는 방패가 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거절 당시 비워 둘 의사가 있었는지와 함께, 그 뒤 실제로 영리목적 사용이 없었는지를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례처럼 열 달 만에 새 임차인이 들어왔다면 정당한 사유는 사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짧게 말하면, 약속은 지켜야 방패가 됩니다.
어디까지가 영리목적 사용인가
법은 정의를 두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점포에서 수익이 생겼는지를 기준으로 사안마다 판단하게 됩니다.
| 점포가 비어 있는 동안 생긴 일 | 영리목적 사용으로 볼 여지 | 따져 볼 점 |
|---|---|---|
| 새 세입자에게 다시 임대 | 큼 | 임대 시점이 종료 후 몇 개월째인지 |
| 건물주 본인이 가게를 차림 | 큼 | 사업자등록 소재지와 개업일 |
| 건물주 회사의 창고·사무실로 사용 | 다툼 있음 | 그 사용이 사업에 직접 쓰였는지 |
| 가족이 무상으로 살림집처럼 사용 | 작은 편 | 차임이나 대가가 오갔는지 |
| 리모델링 공사만 진행 | 작은 편 | 공사 뒤 곧바로 임대할 계획이었는지 |
다툼이 가장 많은 곳은 가운데 줄들입니다. 건물주가 운영하는 회사의 자재 창고로 썼다면 직접 수익은 없어도 사업에 쓰인 것이어서 영리목적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족이 대가 없이 쓴 경우에는 영리성이 약합니다. 사안마다 다르니 무엇에, 누가, 대가를 받고 썼는지를 구체적으로 모아야 합니다.
세입자는 언제 움직여야 하나
시간 계산이 중요합니다.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제10조의4 제4항에 따라 임대차가 끝난 날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건물주가 1년 6개월을 다 채우는지 지켜본 뒤에도 1년 6개월이 남는 구조입니다. 기다릴 여유는 있지만, 마지막까지 미루면 증거가 흩어집니다.
- 종료 직후: 거절 통지와 신규임차인 주선 기록을 정리합니다.
- 종료 후 매달: 점포 외관 사진을 날짜가 보이게 찍습니다.
- 임대 광고가 보이면: 화면을 저장하고 게시 날짜를 남깁니다.
- 새 영업이 시작되면: 간판, 개업일, 영업자 정보를 확인합니다.
- 1년 6개월이 지나기 전이라도 영리 사용이 확인되면 청구를 준비합니다.
배상액은 같은 조 제3항의 상한, 즉 신규임차인이 주기로 한 권리금과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는 점도 함께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주의
건물주가 비워 두겠다고 말했다는 사실 자체를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거절 이유가 바뀔 수 있습니다. 신규임차인 자력 부족 같은 다른 사유를 사후에 내세우는 일도 있으니, 거절 이유는 문자나 녹음으로 받아 두십시오.
건물주 쪽에서 본 위험은 무엇인가
이 조항을 쓰려는 건물주도 계산이 필요합니다.
공실 1년 6개월은 차임 수입 18개월을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중간에 좋은 임차인이 나타나 계약하면 거절의 근거가 흔들리고 배상 책임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재건축이나 대수선처럼 다른 계획이 있다면 오히려 제10조 제1항 제7호가 정한 철거·재건축 요건을 갖추는 편이 명확할 수 있습니다.
거절 사유를 고를 때는 그 사유를 끝까지 지킬 수 있는지부터 따져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정리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쓰지 않는 경우는 법이 정한 정당한 거절 사유입니다. 다만 그 사유는 말로 끝나지 않고 실제 공실 기간으로 뒷받침되어야 힘을 가집니다. 중간에 임대하거나 직접 영업을 시작하면 거절은 권리금 회수 방해로 바뀔 수 있습니다.
세입자는 종료일부터 3년이라는 기한 안에서 공실 여부를 기록하고, 영리 사용이 확인되면 배상 청구를 준비하십시오. 사용 형태가 애매하다면 수집한 자료를 들고 변호사와 함께 영리성 판단부터 검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참조 조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0조의4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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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건물주가 1년 6개월을 채우고 나서 임대했습니다.
기간을 실제로 지켰다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그 사이 다른 형태로 수익을 올린 사정이 있었는지는 따로 확인해 볼 만합니다.
건물주가 건물을 팔았고 새 주인이 바로 임대했습니다.
거절한 사람과 임대한 사람이 다르면 판단이 복잡해집니다. 매각이 거절 당시 이미 예정되어 있었는지, 공실 계획이 진지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공실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날짜가 나오는 외관 사진, 임대 광고 화면, 간판 변화가 기본 자료입니다. 새 영업이 시작되었다면 개업일과 영업자 정보를 확인해 두십시오.
권리금 계약서를 쓰기 전에 거절당했습니다.
금액 합의를 보여 주는 문자나 가계약금 이체 기록이 있으면 신규임차인을 주선한 사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료가 약할수록 배상액 산정에서 불리해지니 지금 정리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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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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