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넉 달 전, 세입자가 문자로 계약갱신을 요구하자 집주인이 찾아왔습니다. 집을 팔려고 하니 이번에는 나가 달라며, 이사비 300만 원과 새 집 중개보수를 대 주겠다고 합니다. 세입자는 고민 끝에 합의서에 서명하고 이사를 나갔습니다. 반년 뒤 지나가다 보니 그 집에는 다른 세입자가 더 높은 보증금으로 살고 있습니다. 집은 팔리지 않았습니다. 속은 것 같아 손해배상을 묻지만, 이 합의가 어떤 조항에 기대고 있었는지에 따라 답이 갈립니다.
합의와 보상, 두 가지가 다 있어야 한다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집주인이 물리칠 수 있는 경우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단서에 아홉 가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셋째가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입니다.
문언을 나누어 읽으면 요건이 둘입니다. 하나는 합의, 다른 하나는 상당한 보상의 제공입니다. 집주인 혼자 돈을 주겠다고 통보한 것만으로는 합의가 아니고, 말로만 합의하고 돈은 나중에 주겠다고 한 상태라면 제공이 있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보상이 실제로 건네졌는지가 중요합니다. 합의서에 금액만 적고 지급이 끝나지 않았다면 세입자는 아직 거절 사유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상당한 보상은 얼마인가
조문은 숫자를 주지 않습니다.
상당하다는 말은 세입자가 갱신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을 포기하는 대가로 걸맞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사 비용, 새 집 중개보수, 짧은 기간 안에 집을 구하느라 더 내게 되는 보증금이나 월세, 아이 전학 같은 생활 비용이 그 계산의 재료입니다.
참고할 만한 잣대는 같은 조 제6항에 있습니다. 실거주 거절 뒤 남에게 집을 내준 집주인이 물어낼 금액을, 다른 약정이 없으면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 새 세입자에게 받은 환산월차임과 종전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 실제 손해액 가운데 큰 금액으로 정한 것입니다. 제3호에 그대로 적용되는 숫자는 아니지만, 법이 갱신을 잃은 세입자의 손해를 어느 정도로 보는지 보여 주는 기준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습니다.
보상이 지나치게 적으면 상당성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세입자가 금액을 알고 서명했다면 뒤집기 쉽지 않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합의 뒤에는 무엇이 끝나나
요건을 갖춘 합의가 성립하면 집주인은 이번 갱신 요구를 적법하게 거절한 것이 됩니다. 계약은 원래 만기에 끝나고,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으며 집을 비워야 합니다.
합의를 나중에 무르기도 어렵습니다. 민법 제109조의 착오나 제110조의 사기·강박처럼 의사표시를 취소할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집을 팔겠다는 말이 처음부터 거짓이었다는 점을 세입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안 됩니다.
강행규정인 제10조가 걸리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옵니다. 그러나 제3호는 법이 스스로 인정한 거절 사유이므로, 요건을 갖춘 합의를 두고 세입자에게 불리한 약정이라 무효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나중에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면 배상받나
여기가 사례의 핵심입니다.
제6조의3 제5항의 손해배상은 제8호의 실거주 사유로 거절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들어와 살겠다고 해 놓고는, 계약이 이어졌을 2년 사이에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남에게 집을 빌려준 경우를 겨냥한 조항입니다. 제3호의 합의·보상으로 거절한 경우에는 이 배상 규정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사례의 합의가 집을 팔겠다는 사정과 이사비를 맞바꾼 것이라면 제3호에 가깝습니다. 팔리지 않아 다시 세를 놓았다는 사실만으로 제5항의 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대화 내용이 내가 들어가 살겠다는 것이었고 보상은 덤이었다면, 실제 거절 사유가 제8호였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 비교 항목 | 제3호 합의·보상 | 제8호 실거주 |
|---|---|---|
| 거절의 출발점 | 양쪽의 합의 | 집주인 쪽 사정 |
| 세입자가 받는 것 | 합의한 보상 | 원칙적으로 없음 |
|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으면 | 이 조문에 따로 정한 배상 규정 없음 | 제5항·제6항의 손해배상 |
| 세입자에게 필요한 대비 | 합의서에 사유와 위약 약정을 적음 | 갱신될 기간 동안 그 집의 임대 여부 확인 |
합의서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나
결국 세입자를 지키는 것은 합의서의 문구입니다. 서명하기 전에 다음을 확인하십시오.
- 집주인이 내세운 거절 사유가 무엇인지, 몇 호에 해당하는지
- 보상 항목별 금액과 지급일, 늦어도 이사 전이나 보증금 반환과 같은 날 지급
- 보증금 반환일과 퇴거일, 원상복구 범위
- 매도나 실거주 같은 사유가 이루어지지 않고 일정 기간 안에 제3자에게 임대하면 추가로 배상한다는 약정
넷째 항목이 사례의 세입자에게 없던 것입니다. 법이 정해 주지 않은 보호는 계약으로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집주인이 이 문구를 거부한다면 그 자체가 사유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신호가 됩니다.
주의
보상을 받기 전에 먼저 이사를 나가거나 전출하면 대항력을 잃어 보증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보상과 보증금은 열쇠를 넘기는 날 함께 받는 순서로 정하십시오.
정리
합의와 상당한 보상이 함께 있으면 집주인은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세입자는 만기에 집을 비워야 합니다. 보상은 말이 아니라 실제로 건네져야 합니다. 액수는 법이 정하지 않았으므로 제6항의 배상 기준을 협상 잣대로 삼아 볼 만합니다.
합의로 나간 뒤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를 들여도 실거주 거절에 붙는 배상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 위험은 합의서의 위약 약정으로만 막을 수 있으니, 서명 전에 문구를 변호사와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0조 · 민법 제109조, 제11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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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합의서 없이 말로만 이사비를 받기로 했습니다.
구두 합의도 합의이지만 금액과 사유를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문자로 합의 내용을 정리해 상대의 확인 답장을 받아 두고, 가능하면 서면으로 다시 작성하십시오.
이사비를 받았는데 금액이 너무 적었던 것 같습니다.
상당성을 다툴 수는 있지만 금액을 알고 서명했다면 쉽지 않습니다. 합의 당시 집주인이 사유를 거짓으로 말했는지 같은 사정이 있어야 다툼의 실익이 커집니다.
보상을 받기로 하고 서명했는데 집주인이 돈을 주지 않습니다.
보상이 제공되지 않았다면 거절 사유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갱신 요구 기간이 남아 있다면 갱신을 다시 요구하는 뜻을 함께 남겨 두십시오.
집주인이 실거주라고 했는데 합의서에는 이사비 얘기만 있습니다.
거절의 실제 사유가 무엇이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실거주를 말한 문자나 녹음이 있다면 보관해 두고, 제3자에게 임대되었는지 확정일자 정보 등을 통해 확인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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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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