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필지를 둘로 쪼개 앞쪽을 팔고 뒤쪽을 남겨 두었더니, 남은 땅이 큰길과 닿는 면을 잃어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상속으로 형제가 땅을 갈라 가질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뒤에 남은 사람은 앞 땅을 밟지 않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데, 앞 땅의 임자는 값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민법은 이런 사정을 예상하고 조문 하나를 따로 두었습니다. 쪼개는 행위 때문에 생긴 불편은 쪼갠 사람들끼리 감당하라는 취지입니다.
맹지는 어쩌다 생기나
땅이 큰길과 닿지 않아 밖으로 나설 통로가 없는 상태를 흔히 맹지라 부릅니다. 만들어지는 경로는 대체로 셋입니다.
첫째, 처음부터 안쪽에 놓여 있던 필지입니다. 둘째, 한 덩어리였던 땅을 여러 조각으로 갈라 그중 안쪽 조각이 갇힌 경우입니다. 셋째, 땅의 일부만 떼어 남에게 넘기면서 남은 쪽이 갇힌 경우입니다.
민법이 다르게 다루는 것은 뒤의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경우에는 갇히게 된 원인이 당사자들 스스로의 처분에 있기 때문입니다.
왜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되나
민법 제220조 제1항은 분할로 큰길과 통하지 못하는 땅이 생긴 때에 그 임자가 밖으로 드나들기 위하여 함께 갈라 가진 다른 사람의 땅을 지날 수 있다고 정하고, 이어서 보상의 의무가 없다고 못 박습니다.
돈을 받지 못한다는 결론이 가혹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정을 뒤집어 보면 균형이 맞습니다. 갈라 갖기 전에는 한 덩어리 안에서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었고, 조각을 나누며 그 사정을 서로 알고 있었으며, 나눌 때의 값에도 그 부담이 이미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통행권은 은혜가 아니라 땅을 나눈 결과에 따라오는 짐에 가깝습니다.
무상 통행권
땅을 갈라 갖거나 일부를 넘긴 탓에 큰길과 끊긴 필지의 임자가, 함께 나눈 상대의 땅을 대가 없이 지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민법 제220조에 근거를 두며 일반 규정인 제219조와 달리 값을 치르는 절차가 붙지 않습니다.
아무 땅이나 지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문을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대가 없이 지날 수 있는 대상은 함께 나눈 상대의 땅으로 한정됩니다.
옆에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계없는 제삼자의 땅을 무상으로 밟을 수는 없습니다. 그쪽을 지나야만 하는 사정이라면 일반 규정인 민법 제219조로 돌아가고, 그 조문 제2항은 지나는 사람이 그 땅 임자의 손해를 보상하도록 합니다. 같은 통행이라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값이 붙고 안 붙고가 갈립니다.
나눌 당시의 지적 경계와 필지 번호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분할 전후의 지적도와 등기 기록을 겹쳐 보면 누가 상대인지가 드러납니다.
상대를 잘못 고르면 청구 자체가 헛돕니다.
일부만 넘겼을 때도 같은가
같습니다. 제220조 제2항이 땅 임자가 그 땅의 일부를 남에게 넘긴 경우에도 앞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 거래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흔합니다. 도로에 접한 앞부분만 잘라 팔고 안쪽을 남기거나, 반대로 안쪽을 팔고 도로변을 쥐고 있는 경우가 모두 여기에 듭니다. 파는 쪽이 갇히든 사는 쪽이 갇히든 조문은 같이 작동합니다.
다만 계약서에 통로를 어떻게 하겠다는 약정을 적어 두었다면 그쪽이 먼저 움직입니다. 매매 단계에서 통로의 폭과 위치를 도면으로 확정해 두는 편이 나중의 다툼을 줄입니다.
| 구분 | 제219조 | 제220조 |
|---|---|---|
| 언제 생기나 | 원인을 묻지 않고 길이 없을 때 | 갈라 갖거나 일부를 넘긴 탓일 때 |
| 누구 땅을 지나나 | 둘러싼 이웃 땅 | 함께 나눈 상대의 땅 |
| 값을 치르나 | 치러야 한다 | 치르지 않는다 |
| 통로를 낼 수 있나 | 필요하면 낼 수 있다 | 지나는 것을 인정한다 |
그 땅이 다시 팔리면 어떻게 되나
여기서 결론이 갈립니다.
제220조는 땅을 나눈 그 당사자들 사이의 사정을 근거로 대가를 면제한 규정입니다. 그래서 나눈 뒤 어느 한쪽 필지가 사정을 모르는 제삼자에게 넘어가면, 새 임자에게까지 대가 없는 통행을 그대로 요구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이때는 두 가지 길이 남습니다. 하나는 제219조로 옮겨 가 손해를 보상하며 지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로 부분에 지역권을 설정해 등기해 두는 것입니다. 후자는 처음부터 해 두었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땅을 나누는 단계에서 통로를 등기로 남겨 두는 분이 드뭅니다.
확인할 것
· 분할 전 필지의 지번과 분할 시점, 분할 경위를 기록으로 확인했는지
· 갇힌 필지와 상대 필지의 소유자가 그때와 지금 같은 사람인지
· 나눌 때의 계약서나 협의분할서에 통로 약정이 있는지
· 실제로 밟고 다니는 부분이 현황측량으로 특정되는지
· 건축 인허가에 필요한 접도 요건을 이 통로가 채우는지
다툼이 붙으면 무엇을 하나
막힌 쪽이 먼저 할 일은 자료를 모으는 것입니다. 말로 시작하면 상대가 통행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시간이 흘러갑니다.
- 분할 전후의 지적도와 폐쇄된 등기 기록을 함께 발급받습니다.
- 현황측량으로 통로의 위치와 폭을 도면에 표시합니다.
- 차량이 필요한지, 사람만 드나들면 되는지 용도를 정리합니다.
- 상대에게 내용증명으로 근거 조문과 요구 범위를 알립니다.
- 협의가 되면 합의서를 쓰고 지역권 설정까지 마무리합니다.
- 막히면 통행권 확인과 방해 금지를 구하는 소를 냅니다.
통로의 폭이 다툼의 중심에 놓입니다. 사람이 걷는 데 필요한 정도인지, 소방차나 이삿짐 차가 들어올 정도인지에 따라 부담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주의
대가 없이 지날 권리가 있다고 해서 상대의 땅에 마음대로 포장을 하거나 구조물을 세울 수는 없습니다. 상대의 승낙 없이 공사를 하면 원상회복을 요구당하고 형사 문제로 번지기도 합니다. 시설이 필요하면 범위를 먼저 합의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민법 제220조는 땅을 갈라 갖거나 일부를 넘긴 탓에 큰길과 끊긴 필지가 생긴 경우, 그 임자가 함께 나눈 상대의 땅을 대가 없이 지날 수 있도록 하고 같은 규정을 일부 양도에도 준용합니다. 대신 대상은 그 상대의 땅으로 한정되며, 관계없는 이웃을 지나야 한다면 손해를 보상하는 제219조로 돌아갑니다.
가장 약한 고리는 승계입니다. 필지가 제삼자에게 넘어간 뒤에는 무상이라는 성질을 그대로 밀어붙이기 어려우므로, 나누는 단계에서 통로의 폭과 위치를 도면으로 확정하고 지역권을 등기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미 다툼이 생겼다면 분할 경위 자료를 챙긴 뒤 변호사와 함께 청구의 형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20조, 제219조, 제291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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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형제끼리 상속 재산을 나누다 제 땅이 갇혔습니다. 값을 내야 합니까?
협의분할로 필지가 갈라지면서 큰길과 끊긴 경우라면 민법 제220조가 적용되어 대가 없이 지날 수 있습니다. 다만 협의분할서에 통로에 관한 약정을 따로 두었다면 그 내용이 먼저 적용되므로 서류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앞 땅을 산 사람이 바뀌었는데 예전처럼 그냥 지나가도 되나요?
무상이라는 성질은 땅을 나눈 당사자 사이의 사정에서 나오므로 새 소유자에게 그대로 밀어붙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손해를 보상하며 지나는 형태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고, 분쟁을 줄이려면 통로 부분에 지역권을 설정해 등기하는 방법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통로를 얼마나 넓게 요구할 수 있습니까?
조문에 폭이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갇힌 땅의 용도와 지형, 상대가 입는 불이익을 견주어 필요한 한도로 정해지므로, 주거용인지 영업용인지와 차량 진입이 반드시 필요한지를 먼저 정리해 자료로 제시하셔야 합니다.
상대가 통로에 물건을 쌓아 막고 있습니다. 치워도 됩니까?
직접 치우면 별개의 분쟁을 만듭니다. 통행권 확인과 방해 금지를 구하는 소를 내면서 급한 사정이 있으면 가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순서가 안전하고, 그전에 방해 상태를 날짜가 남는 사진으로 기록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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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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