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가 코앞인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입을 열지 않은 채 날짜가 넘어가는 일이 흔합니다. 그렇게 지나가면 계약이 끝나지 않고 되살아난다는 정도는 대개 알고 계십니다. 정작 답답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되살아난 계약이 몇 해짜리인지, 그 기간을 끝까지 버텨야 하는지,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얼마까지 쌓이는지가 잘 정리되지 않습니다. 살 수 있는 기간의 총량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관련 조문을 꿰어 보았습니다.
말을 아끼면 몇 해가 붙나
붙는 기간은 2년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2항이 그 숫자를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처음 맺은 계약이 1년짜리였더라도 조용히 넘어간 뒤에는 2년이 되므로, 짧게 약정했다는 사정은 이 국면에서 힘을 잃습니다.
출발선도 같은 법이 손봅니다.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기간을 아예 정하지 않았거나 2년에 못 미치게 정한 계약을 2년짜리로 보되, 세입자는 짧게 정한 기간이 유효하다고 내세울 수 있게 했습니다. 세입자 쪽에만 선택지를 얹어 둔 구조입니다.
| 처음 맺은 기간 | 조용히 넘어간 뒤 | 세입자가 앞당겨 끝낼 때 |
|---|---|---|
| 1년 | 2년이 새로 붙습니다 | 통고가 닿고 석 달 뒤 |
| 2년 | 2년이 새로 붙습니다 | 통고가 닿고 석 달 뒤 |
| 기간을 안 정함 | 처음부터 2년으로 봅니다 | 짧은 기간 주장 여부에 따라 다름 |
그 2년을 끝까지 버텨야 하나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나가려는 쪽이 누구냐에 따라 답이 갈립니다.
같은 법 제6조의2 제1항은 세입자가 시기를 가리지 않고 끝내겠다는 뜻을 알릴 수 있게 하고, 제2항은 그 뜻이 집주인에게 닿은 날로부터 석 달이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보낸 날이 아니라 닿은 날을 셉니다. 4월 10일에 도달했다면 7월 10일이 지나야 관계가 끊어집니다.
거꾸로 집주인에게는 같은 통로가 없습니다.
조문 어디에도 집주인이 중간에 끝낼 수 있다는 문장이 없어서, 조용히 넘어간 계약은 세입자에게는 최장 2년, 집주인에게는 꼬박 2년이라는 비대칭 구조가 됩니다. 말을 아낀 대가를 집주인 쪽이 더 크게 치르는 셈입니다.
되풀이되면 얼마까지 쌓이나
제6조에는 횟수를 제한하는 문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기마다 양쪽이 말을 아끼면 2년이 계속 얹힙니다. 2년짜리로 들어가 두 번을 조용히 넘기면 여섯 해, 세 번이면 여덟 해가 됩니다. 집주인 쪽에 만기 관리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어느 해든 집주인이 정해진 시기 안에 갱신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리면 그해에 누적이 멈춥니다.
두 가지 갱신을 구별하는 법
하나는 아무도 말하지 않아서 법이 계약을 이어 주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세입자가 나서서 연장을 요구해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앞의 것은 횟수를 세지 않고, 뒤의 것은 평생 한 번만 쓸 수 있습니다. 붙는 기간이 둘 다 2년이라 섞이기 쉽습니다.
세입자가 먼저 나서면 순서가 바뀝니다.
같은 법 제6조의3 제1항은 제6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말로 시작해, 세입자가 정해진 시기 안에 연장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물리치지 못하게 합니다. 요구가 먼저 들어오면 침묵을 다툴 일이 없습니다.
그 요구로 늘어난 2년이 다시 만기를 맞았을 때가 문제입니다. 요구권은 이미 써 버렸지만 제6조는 그대로 살아 있으므로, 그때 양쪽이 조용하면 또 2년이 붙습니다. 요구권을 한 번 썼다고 해서 이 집에서의 시간이 거기서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말을 아껴도 소용없는 세입자
예외가 있습니다. 제6조 제3항은 차임을 두 기(期)분에 이르도록 밀렸거나 세입자로서의 의무를 크게 저버린 사람에게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제6조 제3항은 지금 밀려 있는 상태를 그리는 문장인데, 제6조의3 제1항 제1호는 차임을 밀린 사실이 있는 경우라고 적어 과거의 이력을 봅니다.
문장이 다르면 결론도 달라집니다. 예전에 두 달치가 밀렸다가 다 채워 넣은 세입자라면 요구권 쪽에서는 거절 사유가 남지만, 침묵으로 이어지는 쪽에서는 사정이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밀린 차임을 언제 어떻게 정리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가게라면 셈이 어떻게 달라지나
상가는 숫자가 다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은 집주인이 정해진 시기 안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되 그 기간을 1년으로 잡습니다. 주택의 절반입니다. 제5항은 그 경우에도 임차인이 언제든 끝내겠다고 통고할 수 있게 하고 석 달이 지나면 효력이 생기도록 합니다.
총량을 재는 자도 따로 있습니다. 같은 법 제10조 제2항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초 기간을 포함한 전체 기간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보증금이 큰 계약은 또 다릅니다. 제2조 제3항은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을 넘는 임대차에도 제10조 제1항부터 제3항 본문까지를 적용한다고 하면서 제4항을 그 목록에서 뺐습니다. 갱신을 요구할 길은 남고 침묵으로 이어지는 길은 닫힙니다.
이 법이 닿지 않는 계약은
민법 제639조 제1항은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임차인이 계속 쓰고 있는데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여기까지는 비슷합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그다음입니다. 이렇게 이어진 관계에는 기간이 붙지 않아 양쪽 모두 언제든 끝내겠다고 통고할 수 있고, 민법 제635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임대인이 통고하면 여섯 달, 임차인이 통고하면 한 달이 지나야 효력이 생깁니다. 몇 해가 더 붙느냐는 물음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확인할 것
· 지금 살고 있는 기간이 침묵으로 이어진 것인지 요구로 이어진 것인지
· 요구권을 이미 썼다면 언제 어떤 방법으로 행사했는지
· 차임이 밀렸던 적이 있다면 정리한 날짜와 입금 기록
남은 기간을 계산하는 순서
- 계약서에서 최초 개시일과 만기일을 확인하고 갱신 이력을 시간순으로 적습니다.
- 각 갱신이 침묵으로 된 것인지 요구로 된 것인지 문자와 통화 기록으로 갈라 둡니다.
- 요구권이 남았다면 행사할 수 있는 시기를 달력에 표시합니다.
- 중도에 나갈 계획이 있으면 통고가 닿을 날을 기준으로 석 달을 더해 이사 날짜를 잡습니다.
정리
조용히 넘어간 주택 임대차에는 2년이 붙고, 세입자는 그 안에서 언제든 끝내겠다고 알릴 수 있으며 그 뜻이 닿고 석 달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 횟수 제한이 없어 만기마다 되풀이되면 기간이 계속 쌓이고, 요구권을 한 번 썼더라도 그 뒤에 다시 조용해지면 또 붙습니다.
상가는 1년이 붙고 요구권의 총량이 10년으로 묶이며, 고액 임대차에서는 침묵으로 이어지는 길이 닫혀 있습니다. 특별법을 벗어난 계약은 기간 없는 관계가 되어 통고와 유예기간으로 정리됩니다. 지금 살고 있는 기간이 어느 경로로 생긴 것인지부터 확인하시고, 계산이 엇갈린다면 만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날짜를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6조의2, 제6조의3, 제4조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2조 · 민법 제639조, 제635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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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1년으로 계약했는데 아무도 말을 안 하고 만기가 지났습니다. 1년이 더 붙는 겁니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2항은 그렇게 이어진 임대차의 기간을 2년으로 정합니다. 처음 약정이 1년이었다는 사정은 여기서 힘을 쓰지 못합니다.
조용히 넘어간 뒤에 집주인이 갑자기 나가라고 합니다. 나가야 합니까?
중간에 끝낼 수 있는 쪽은 임차인뿐입니다. 임대인에게는 같은 통로가 없으므로, 새로 붙은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갱신요구권을 이미 한 번 썼습니다. 그 2년이 끝나면 정말 나가야 하나요?
요구권은 다시 쓸 수 없지만 제6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만기 무렵에 양쪽이 정해진 시기 안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2년이 또 붙으므로, 그때 집주인이 통지를 했는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가게를 하는데 만기가 조용히 지났습니다. 주택처럼 2년이 붙습니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은 그 기간을 1년으로 잡습니다. 다만 보증금이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을 넘으면 이 항이 적용되지 않으니 환산보증금부터 확인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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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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