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이나 위토를 두고 문중 안에서 다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내 몫이 얼마냐는 물음입니다. 그런데 등기부를 떼어 보면 이름 옆에 지분이 적혀 있지 않고, 소유자 자리에 종중이라는 이름만 하나 올라가 있습니다. 실수로 빠뜨린 것이 아니라 민법이 이런 소유 형태를 따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공유와도 합유와도 다른 세 번째 형태가 무엇이고, 그 위에서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물건을 여럿이 가지는 세 가지 방식
민법은 소유 형태를 셋으로 나눕니다.
공유는 각자에게 지분이 있고 그 지분을 팔 수도 있으며 분할도 청구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합유는 조합처럼 목적을 함께 가진 사람들의 소유로, 지분은 있으나 제273조 제2항에 따라 분할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총유입니다.
제275조 제1항은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 이를 총유로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집합체라는 말입니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쪼개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임 그 자체가 통째로 가진다는 뜻입니다.
| 구분 | 지분 | 처분에 필요한 것 | 분할 청구 |
|---|---|---|---|
| 공유 | 있음 | 전원의 동의 | 가능 |
| 합유 | 있음 | 전원의 동의 | 불가 |
| 총유 | 없음 | 사원총회의 결의 | 대상이 없음 |
종중은 법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이 되나
등기 실무가 이 물음을 풀어 줍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6조 제1항은 종중과 문중, 그 밖에 대표자나 관리인이 있는 법인 아닌 사단이나 재단에 속하는 부동산의 등기에 관하여 그 사단이나 재단을 등기권리자 또는 등기의무자로 한다고 적었습니다. 제2항은 그 등기를 사단의 명의로 대표자나 관리인이 신청하도록 했습니다.
법인 등기를 마치지 않은 모임이지만 부동산 등기부에서는 하나의 이름으로 다루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등기부에 개인 이름과 지분이 나오지 않습니다. 조문이 종중을 이름으로 명시한 드문 예이기도 합니다.
지분이 없다는 말의 실제 의미
재산이 아니라 자격의 문제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제277조는 총유물에 관한 사원의 권리의무가 사원의 지위를 취득하고 상실함으로써 함께 취득되고 상실된다고 정합니다. 종원이 되면 권리가 생기고 종원이 아니게 되면 권리가 사라집니다. 지분처럼 손에 쥐고 따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종원 자격만 따로 팔거나 담보로 내놓는 일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속의 대상이 되지도 않습니다. 물려받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그 모임에 속하는가라는 자격이고, 자격은 정관이나 관습이 정한 기준에 따라 붙습니다.
탈퇴하면서 그동안의 몫을 돈으로 정산해 달라는 요구도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총유
법인 아닌 사단의 구성원들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형태입니다. 관리와 처분의 권능은 모임에, 사용과 수익의 권능은 구성원에게 나누어 놓은 구조가 특징입니다. 민법은 총유에 관하여 정관이나 계약이 정한 바를 먼저 따르고, 그것이 없을 때 제276조와 제277조를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땅을 팔거나 담보로 내놓으려면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을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정합니다. 대표자 한 사람의 판단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분쟁이 가장 많이 터지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회장이 도장을 찍어 매매계약을 맺었는데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처분의 효력이 정면으로 다투어집니다. 등기가 이미 넘어간 뒤에 소송이 시작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총회를 열었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소집 통지가 종원 전원에게 제대로 갔는지, 의결 정족수가 정관이 정한 기준에 닿았는지, 안건이 사전에 특정되었는지가 차례로 검증됩니다. 회의록과 소집통지 자료를 원본으로 보관해 두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종원은 그 땅을 어떻게 쓰나
제276조 제2항이 별도로 답합니다. 각 사원은 정관 기타의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하고 수익할 수 있습니다.
처분은 모임의 일이지만 사용과 수익은 구성원에게 열려 있다는 이원 구조입니다. 선산에 분묘를 설치하거나 위토에서 나오는 소출을 받는 일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다만 기준은 정관과 규약입니다. 오래된 종중일수록 성문 규약이 없거나 내용이 모호해, 관행이 규약을 대신해 온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특정 종원이 땅을 독점적으로 경작해 왔다면 이용 관계의 성격을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땅 아닌 권리에도 같은 규칙이 붙나
붙습니다. 제278조는 이 절의 규정을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준용하도록 했습니다.
종중 명의의 예금채권이나 임차권, 지상권에도 같은 구조가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도록 했습니다.
실무에서는 명의신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과거에 종중 재산을 개인 이름으로 올려 두었다가 그 개인이 사망하거나 재산을 처분하면서 분쟁이 시작됩니다. 이때는 그 땅이 처음부터 종중의 것이었는지를 증명하는 일이 앞섭니다.
분쟁이 시작되면 무엇을 챙기나
종이가 승부를 가릅니다. 기억이 아니라 남아 있는 서류로 다투게 됩니다.
- 종중의 정관 또는 규약과 그 제정, 개정 경과를 모읍니다.
- 종원 명부와 자격 기준이 적힌 자료를 정리합니다.
- 문제 된 총회의 소집통지서, 참석자 명단, 회의록을 확보합니다.
-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에서 소유 명의의 변동 이력을 뽑습니다.
- 세금 납부 내역과 관리 비용의 지출 주체를 확인합니다.
- 분묘나 경작 등 현재의 이용 상태를 사진과 함께 남깁니다.
대표자 자격 자체가 다투어지면 앞의 모든 절차가 흔들립니다. 대표자 선임 결의부터 점검하는 편이 순서에 맞습니다.
주의
총회 결의 없이 이루어진 처분이라는 주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당시 종원이었던 분들의 기억이 흐려지고 자료가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등기가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그 시점에 등기부와 매매 관련 서류부터 확보해 두십시오.
정리
종중 땅에 지분이 없는 것은 민법 제275조가 이 소유 형태를 총유로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제277조는 총유물에 관한 권리의무를 사원 지위에 붙여 두었으므로, 개인이 따로 떼어 팔거나 물려주거나 정산받을 몫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제276조가 권능을 둘로 나눕니다. 관리와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로, 사용과 수익은 정관과 규약에 따라 각 종원이 합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6조는 종중 이름으로 등기하도록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문중 재산을 두고 분쟁이 시작되었다면 정관과 총회 자료부터 챙기시고, 처분의 효력이 쟁점이라면 변호사와 함께 시간 순서를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73조, 제275조, 제276조, 제277조, 제278조 · 부동산등기법 제26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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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종중 땅을 팔아 종원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습니까?
매각 자체는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치면 가능하지만, 매각 대금을 어떻게 쓸지도 같은 결의로 정해야 합니다. 종원이 자기 몫이라며 개별적으로 분배를 청구할 근거는 민법에 없으므로, 정관과 총회 결의의 내용이 기준이 됩니다.
제가 종중에서 빠지면 그동안의 지분을 받을 수 있습니까?
제277조는 총유물에 관한 권리의무가 사원 지위의 득실과 함께 움직인다고 정합니다. 지위를 잃으면 권리도 함께 사라지는 구조여서 청산을 구할 지분이 남지 않습니다.
회장이 총회 없이 땅을 팔았다면 그 계약은 어떻게 됩니까?
제276조 제1항은 처분을 사원총회의 결의에 맡기고 있어 결의가 없었다면 효력이 정면으로 다투어집니다. 다만 결의가 실제로 있었는지, 하자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므로 소집통지와 회의록을 먼저 확인하십시오.
선산에 묘를 쓰려는데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제276조 제2항은 정관 기타의 규약에 좇아 사용하고 수익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규약에 절차가 있으면 그에 따르고, 규약이 없다면 그동안의 관행과 총회의 결정이 기준이 되므로 서면으로 확인을 받아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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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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