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로 산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등기부에 전세권이 올라 있는 집은 드뭅니다. 대부분은 전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목돈을 맡기고 월세 없이 사는 계약이고, 등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법이 말하는 전세권과 사람들이 말하는 전세는 서로 다른 것이 되는데, 이 틈을 메우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각각 준용 조문을 두었습니다. 등기가 없는 전세가 어느 법의 어느 조문으로 보호되는지, 등기한 전세권과 견주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모자라는지를 따져 봅니다.
전세라는 말과 전세권은 같은 것인가
다릅니다.
민법 제303조 제1항이 정한 전세권은 전세금을 내고 남의 부동산을 점유해 쓰면서 그 부동산 전부에서 뒤에 오는 권리자보다 앞서 전세금을 돌려받는 물권입니다. 물권이므로 제186조에 따라 등기해야 생깁니다.
일상에서 전세라고 부르는 계약의 대부분은 이 등기가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보증금이 큰 임대차에 가깝고, 흔히 채권적 전세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같아도 출발점이 다르므로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부터 갈라서 보아야 합니다.
미등기 전세
전세금을 내고 집이나 상가를 빌려 쓰되 전세권설정등기를 하지 않은 계약입니다. 민법상 전세권이 아니라 임대차로 다루어지고, 주택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상가건물이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준용됩니다.
등기하지 않은 전세는 어느 법이 맡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2조가 답합니다.
이 조문은 주택의 등기를 하지 아니한 전세계약에 관하여 이 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이 경우 전세금은 임대차의 보증금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계약서 제목이 전세계약서이고 돈의 이름이 전세금이어도, 등기가 없으면 그 돈은 보증금으로 읽고 임차인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7조도 같은 구조입니다. 목적건물을 등기하지 아니한 전세계약에 관하여 이 법을 준용하고 전세금을 보증금으로 봅니다. 두 법이 나란히 준용 조문을 둔 덕분에 등기의 유무가 보호의 유무로 이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새 집주인에게 맞서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집을 넘겨받고 주민등록을 마치는 것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등기가 없어도 집을 넘겨받고 주민등록까지 마친 임차인은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고, 전입신고가 곧 주민등록으로 취급됩니다. 미등기 전세라면 제12조를 거쳐 이 조문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이사한 날 전입신고를 마치는 것이 등기를 대신하는 셈입니다.
이 효력이 생긴 뒤에 집이 팔리면 제3조 제4항에 따라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이어받습니다.
전세금은 어떤 순서로 돌려받나
확정일자가 순위를 정합니다.
제3조의2 제2항에 따라 대항요건에 더해 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아 둔 임차인은 경매나 공매의 환가대금에서 뒤 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습니다. 미등기 전세의 전세금은 보증금으로 보므로 이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붙습니다. 집을 낙찰자에게 비워 주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제3항의 조건도 같습니다.
보증금이 작다면 제8조가 한 겹 더 보호합니다.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되, 경매신청의 등기 전에 대항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합니다.
| 구분 | 등기한 전세권 | 등기 없는 전세 |
|---|---|---|
| 근거 | 민법 제303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2조의 준용 |
| 제3자에 대한 효력 | 등기한 때 | 인도와 주민등록 다음 날 |
| 우선변제 | 등기 순위 | 대항요건과 확정일자 |
| 경매 신청 | 제318조로 직접 청구 | 판결 등 집행권원 필요 |
| 기간 | 10년 상한, 건물은 1년 하한 | 2년 미만은 2년으로 |
기간과 갱신은 어떻게 되나
임대차의 규칙을 따릅니다.
제4조 제1항은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를 2년으로 보되, 임차인은 짧은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제6조 제1항은 임대인이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거절이나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그때의 기간은 제2항에 따라 2년입니다. 기간이 끝나도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제4조 제2항에 따라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봅니다.
상가는 어디가 다른가
요건이 사업자등록으로 바뀝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건물의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을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해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주민등록 대신 사업자등록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제2항의 양수인 지위 승계도 주택과 같습니다.
다만 제2조 제1항 단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제2항은 차임이 있으면 이를 환산해 보증금에 더하도록 합니다. 전세금이 큰 상가라면 이 한도를 넘어 준용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제9조 제1항이 정한 기간의 하한도 주택과 달리 1년입니다.
주의
상가의 미등기 전세는 보증금 한도라는 문턱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전세금이 지역별 한도를 넘으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대항력 조문 일부만 적용되거나 아예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계약 전에 한도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전세권설정등기를 검토하십시오.
등기한 전세권과 견주어 무엇이 모자라나
경매를 직접 청구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등기한 전세권자는 전세금 반환이 미루어지면 민법 제318조를 근거로 곧바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지만, 등기 없는 전세에는 이 조문이 없습니다. 제3조의2 제1항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이나 집행권원을 전제로 하는 데서 드러나듯, 먼저 재판을 거쳐야 경매로 갈 수 있습니다.
- 양도와 전전세는 민법 제306조가 전세권자에게 허용하지만, 임차인은 제629조에 따라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 등기전세권은 등기부에 드러나므로 뒤에 오는 권리자가 알고 들어오지만, 미등기 전세는 현황조사로 확인해야 합니다.
- 임대차가 끝났는데 전세금을 못 받았다면 제3조의3의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이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전세금의 크기와 집주인의 사정에 따라 다릅니다. 큰돈을 맡기는 계약이라면 등기 없이 갈지 전세권을 설정할지를 변호사와 함께 미리 정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
등기하지 않은 전세는 민법의 전세권이 아니라 임대차로 다루어지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2조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7조가 각각 전세금을 보증금으로 보아 그 법을 준용합니다. 인도와 주민등록 또는 사업자등록으로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생기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우선변제권이 붙습니다.
기간은 주택 2년, 상가 1년의 하한이 적용되며 전세금을 받을 때까지 관계가 존속합니다. 등기전세권과 달리 경매를 바로 청구하지 못하고, 상가는 보증금 한도의 문턱이 있습니다. 전세로 들어가실 예정이라면 이사 당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부터 챙기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조의2, 제3조의3, 제4조, 제6조, 제8조, 제12조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3조, 제9조, 제17조 · 민법 제186조, 제303조, 제306조, 제318조, 제62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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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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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 제목이 전세계약서입니다. 전세권이 생긴 것 아닙니까?
전세권은 민법 제186조에 따라 등기해야 생깁니다. 등기가 없으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2조에 따라 전세금을 보증금으로 보는 임대차로 다루어지므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추셔야 합니다.
집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전세금은 누구에게 받습니까?
대항력이 생긴 뒤에 집이 넘어갔다면 제3조 제4항에 따라 새 주인이 임대인 지위를 이어받습니다. 그 전에 넘어갔다면 옛 주인에게 청구해야 하므로 날짜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상가를 전세금만 내고 빌렸는데 금액이 큽니다. 보호받습니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보증금 한도를 넘으면 이 법의 적용이 제한됩니다. 한도를 넘는다면 전세권설정등기나 별도의 담보를 계약 단계에서 검토하셔야 합니다.
만기가 지났는데 전세금을 안 줍니다. 바로 경매를 넣을 수 있습니까?
등기 없는 전세에는 민법 제318조의 경매청구권이 없습니다. 제3조의2 제1항이 전제하는 판결 같은 집행권원부터 확보해야 하고, 이사가 필요하면 제3조의3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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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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