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을 빌려 그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면은 땅 주인이 바뀌는 순간입니다. 새 주인은 나와 계약한 적이 없으니 나가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임대차는 원래 계약한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어서 그 걱정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민법 제622조는 이 걱정을 덜어 주는 조문입니다. 토지임대차 자체를 등기하지 않았어도 임차인이 그 위의 건물을 자기 이름으로 등기해 두면 제3자에게 임대차의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집의 등기가 땅의 권리를 지켜 주는 구조인데, 그 구조가 어디까지 미치고 어디서 끊기는지를 읽어 보겠습니다.
임대차는 왜 새 주인에게 통하지 않나
채권이기 때문입니다.
제618조가 정한 임대차는 한쪽이 상대에게 목적물을 쓰게 하고 상대가 차임을 내기로 하는 약속입니다. 약속은 그 두 사람을 묶을 뿐이고, 땅을 사들인 제3자는 그 약속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원칙대로라면 새 소유자는 임차인에게 땅을 비우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이 마련한 첫 번째 해법은 제621조입니다. 제1항은 부동산임차인이 반대 약정이 없으면 임대인에게 임대차등기 절차에 협력할 것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제2항은 등기한 때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임대인이 협력하지 않으면 등기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소를 내서 협력을 강제하는 사이에 땅이 팔릴 수도 있습니다.
제622조는 무엇을 대신해 주나
임대인의 협력 없이 대항력을 얻는 길입니다.
제622조 제1항은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는 이를 등기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그 지상건물을 등기한 때에는 제3자에 대하여 임대차의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건물 등기는 건물 소유자인 임차인이 혼자 할 수 있습니다. 땅 주인의 도장이 필요 없습니다.
이렇게 정해 둔 이유는 공시에 있습니다. 등기부에 그 땅 위 건물의 소유자가 임차인으로 적혀 있으면, 땅을 사려는 사람은 누군가 그 땅을 빌려 건물을 지어 두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알 수 있었던 사람에게는 그 임대차를 받아들이라고 해도 부당하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임대차의 목적이 건물의 소유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주차장이나 야적장으로 쓰려고 빌린 땅에 임시 가건물을 세운 경우라면 이 조문의 출발점에 서지 못합니다.
건물등기 있는 차지권
건물을 소유할 목적으로 토지를 빌린 임차인이 그 건물을 자기 명의로 등기하면, 토지임대차 등기가 없어도 새 토지 소유자 등 제3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게 하는 민법 제622조의 장치입니다.
등기는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어야 하나
임차인 본인입니다.
조문은 임차인이 그 지상건물을 등기한 때라고 적었습니다. 땅을 빌린 사람과 건물 등기 명의자가 같아야 합니다. 아버지 이름으로 땅을 빌리고 아들 이름으로 건물을 등기했다면 두 이름이 어긋나 이 조문으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제186조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 변동은 등기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건물을 다 지었어도 소유권보존등기를 미루어 두었다면 그 건물은 등기부에 없고, 제622조가 요구하는 등기도 없는 상태입니다. 준공 뒤 보존등기를 미루는 일이 실제로 흔한데, 그 기간 동안 땅이 넘어가면 보호가 비어 있게 됩니다.
건물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나
보호도 사라집니다.
제622조 제2항은 건물이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멸실 또는 후폐한 때에는 전항의 효력을 잃는다고 정합니다. 화재로 건물이 사라지거나 무너져 쓸 수 없게 되면 등기부에 건물 등기가 남아 있어도 대항력은 그것으로 끝납니다. 공시의 근거였던 건물이 없어졌으니 그 근거에 기댄 효력도 함께 거두어들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임대차 자체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의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는 계약이 그대로 살아 있고, 다시 지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새로 지어 등기하기 전까지는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없는 상태로 돌아갑니다. 후폐의 경계는 흐릿하므로 건물이 오래되었다면 수리 기록을 남겨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기간이 끝나면 건물은 어떻게 되나
여기서 제622조는 손을 놓고 제643조가 이어받습니다.
제643조는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의 기간이 만료한 경우에 건물이 현존한 때에는 제283조를 준용합니다. 제283조 제1항에 따라 임차인은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제2항에 따라 임대인이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상당한 가액으로 건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먼저 갱신을 청구하고, 거절당한 뒤에 매수를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제652조는 제643조에 위반하는 약정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을 무효로 하므로, 기간이 끝나면 건물을 철거하고 나간다는 계약서 문구가 있어도 매수청구권은 살아 있습니다.
제622조는 계약 도중을, 제643조는 계약 종료 뒤를 맡는 서로 다른 국면입니다.
대항력이 있어도 끝날 수 있는 경우
등기가 있다고 모든 해지를 막지는 못합니다. 새 소유자는 임대인의 지위를 이어받으므로, 원래 임대인이 할 수 있었던 해지는 그대로 할 수 있습니다.
- 제641조는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에 제640조를 준용하므로, 차임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면 해지할 수 있습니다.
- 제629조 제1항에 따라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하면 제2항에 따라 해지 사유가 됩니다.
- 기간을 정하지 않은 토지임대차라면 제635조에 따라 통고 뒤 6월이 지나 종료될 수 있습니다.
건물을 팔 때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건물을 사는 사람은 땅을 빌린 권리도 함께 넘겨받아야 하는데, 이는 임차권 양도이므로 제629조에 따라 땅 주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 없이 건물만 팔면 새 건물주는 땅에 대한 권리가 없고, 원래 임차인은 해지 사유를 만든 셈이 됩니다.
확인할 것
· 토지임대차 계약서에 건물 소유 목적이 명시되어 있는지
· 건물 소유권보존등기가 임차인 본인 명의로 되어 있는지
· 차임 입금 기록이 빠짐없이 남아 있는지
· 건물을 양도할 계획이 있다면 땅 주인의 동의서
· 계약 만료일과 갱신 청구 시점
정리
민법 제622조 제1항은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땅을 빌린 임차인이 그 건물을 자기 명의로 등기하면 토지임대차 등기 없이도 제3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게 합니다. 임대인의 협력이 필요한 제621조의 빈틈을 메우는 장치입니다.
다만 제2항에 따라 건물이 멸실되거나 후폐하면 효력이 사라지고, 차임 연체나 무단 양도 같은 해지 사유는 새 소유자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기간이 끝난 뒤의 건물값은 제643조와 제283조가 맡습니다. 보존등기를 미루고 계시다면 지금 마치시고, 건물 양도나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계시다면 순서를 변호사와 미리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186조, 제283조, 제618조, 제621조, 제622조, 제629조, 제635조, 제640조, 제641조, 제643조, 제652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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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땅이 팔렸는데 새 주인이 나가라고 합니다. 건물은 제 이름으로 등기했습니다.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라면 제622조 제1항에 따라 새 소유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와 건물 등기부를 함께 준비하시고, 차임은 새 소유자에게 계속 지급하십시오.
건물을 다 지었는데 보존등기를 아직 안 했습니다.
제622조는 건물을 등기한 때를 요건으로 하므로 그 전에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땅이 넘어가기 전에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는 것이 먼저입니다.
화재로 건물이 전소했습니다. 임대차는 어떻게 됩니까?
제622조 제2항에 따라 제3자에 대한 효력은 잃지만 원래 임대인과의 계약은 남습니다. 다시 지어 등기하기 전까지는 땅이 팔리면 보호가 없으므로 재건축 여부를 서둘러 정하셔야 합니다.
계약이 끝나면 건물을 철거하기로 계약서에 적었습니다.
제652조는 제643조에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을 무효로 합니다. 기간 만료 시 건물이 남아 있다면 갱신을 청구하고, 거절되면 제283조 제2항에 따라 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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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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