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시골에 있는 창고 건물을 5년 계약으로 빌려 작업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을 맺은 분이 소유자 본인이 아니라 법원에서 정해 준 재산관리인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소유자가 나타나면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건지 걱정됩니다.
본인 사안은 계약을 맺어 준 사람에게 처분할 능력이나 권한이 있었는지를 먼저 가려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권한이 없는 사람과 맺은 임대차는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민법이 정한 기간까지만 효력이 인정되고, 건물이라면 그 상한이 3년입니다.
■ 왜 기간에만 제한을 두었나
민법 제619조는 처분의 능력 또는 권한 없는 자가 임대차를 하는 경우 그 임대차가 정해진 기간을 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계약 자체를 없애 버리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재산을 그냥 놀리는 것보다 빌려주어 수익을 내는 편이 주인에게도 이익이고, 그것이 보존하거나 이용하는 행위의 범위 안에 든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십수 년짜리 계약을 묶어 두면 사실상 처분한 것과 다를 바 없어지므로, 기간에 천장을 씌우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은 것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계약이 무효냐 아니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살 수 있느냐로 다투게 됩니다.
■ 목적물에 따라 네 가지로 갈립니다
제619조는 각 호로 상한을 나누어 두었습니다. ① 식목, 채염 또는 석조, 석회조, 연와조 및 이와 유사한 건축을 목적으로 한 토지의 임대차는 10년 ② 그 밖의 토지 임대차는 5년 ③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차는 3년 ④ 동산의 임대차는 6개월입니다. 나무를 심거나 벽돌조 건물을 올리려는 토지에 가장 긴 10년을 준 까닭은 회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용도이기 때문입니다. 본인 사안이 상가나 주택처럼 건물이라면 세 번째 칸에 들어가 3년이 상한이 됩니다. 계약서에 5년이라고 적혀 있어도 그 초과 부분은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 기간이 지나면 다시 정할 수 있습니다
제620조는 전조의 기간을 갱신할 수 있다고 열어 두었습니다. 다만 아무 때나 되는 것이 아니라 기간이 끝나기 전 일정한 시점 안에 해야 합니다. 토지는 만료 전 1년, 건물 기타 공작물은 만료 전 3개월, 동산은 만료 전 1개월 안에 갱신하여야 합니다. 건물이라면 계약 종료 3개월을 앞둔 시점부터가 갱신할 수 있는 창구인 셈이므로, 달력에 만료일과 그 3개월 전을 함께 표시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갱신 주장이 막히고 새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 어떤 사람이 권한 없는 자에 해당하나
대표적인 경우가 법원이 선임한 부재자 재산관리인입니다. 민법 제25조는 그 관리인이 제118조에 규정한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제118조는 권한을 정하지 아니한 대리인이 할 수 있는 행위를 보존행위와 성질을 변하지 아니하는 범위의 이용 또는 개량행위로 한정합니다. 권한이 특정되지 않은 대리인, 후견 사무를 맡았으나 처분 권한까지는 받지 못한 사람도 같은 자리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소유자 본인이나 처분 권한을 명시적으로 받은 대리인과 맺은 계약이라면 제619조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계약 상대가 어떤 자격으로 서명했는지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 지금 확인해 볼 순서
서류로 확인하는 것이 빠릅니다. ① 계약서 당사자란에 소유자 본인인지 관리인이나 대리인인지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봅니다. ② 대리인이라면 위임장의 권한 범위와 인감증명서를 확인합니다. ③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라면 선임 결정문과 권한초과행위 허가 결정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④ 등기사항증명서로 소유자와 계약 명의자가 일치하는지 대조합니다. ⑤ 임대차 기간이 제619조의 상한을 넘는지 계산합니다. ⑥ 넘는다면 언제까지 거주가 보장되는지와 갱신 시기를 따로 적어 둡니다.
■ 알아 두면 좋은 두 가지
먼저 주택이나 상가라면 특별법이 함께 작동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대항력과 최단 존속기간을 따로 정하고 있으므로, 제619조의 상한과 나란히 놓고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따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제621조는 부동산임차인이 반대약정이 없으면 임대인에게 임대차등기 절차에 협력할 것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등기를 하면 그때부터 제삼자에게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기간이 짧게 제한되는 계약일수록 등기나 대항요건으로 지위를 굳혀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 기간이 상한을 넘어 이미 다툼이 생겼다면 명도 요구를 받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남은 기간을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5조, 제118조, 제619조, 제620조, 제62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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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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