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삼촌이 지주에게 빌린 땅을 저에게 다시 빌려주셔서 그 위에 창고를 지어 5년째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촌과 지주 사이 계약, 삼촌과 저 사이 계약이 둘 다 올해 말 같은 날 끝납니다. 지주가 계약을 더 안 하겠다고 하면 제가 지은 창고는 그냥 헐어야 하나요?
본인 사안은 전차인이 토지 소유자에게 직접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먼저 같은 조건으로 임대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소유자가 원하지 않으면 건물을 상당한 가액에 사 가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헐고 나가는 것이 유일한 길은 아닙니다.
■ 이 조문이 겨냥한 상황
민법 제644조 제1항은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 또는 식목, 채염, 목축을 목적으로 한 토지임차인이 적법하게 그 토지를 전대한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여기에 두 가지가 겹쳐야 합니다. 임대차와 전대차의 기간이 동시에 만료될 것, 그리고 건물이나 수목 기타 지상시설이 현존할 것입니다. 이 두 요건이 갖추어지면 전차인은 토지 소유자인 임대인에게 전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상황이 바로 이 조문의 자리입니다.
■ 적법한 전대여야 합니다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제629조 제1항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이를 어기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동의 없는 전대라면 제644조의 청구권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전대 동의 조항이 있는지, 별도의 동의서를 받아 두었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동의를 얻은 전대라면 제630조 제1항에 따라 전차인은 직접 임대인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하는 관계에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 먼저 임대해 달라고 청구합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매수청구가 먼저가 아니라 임대청구가 먼저입니다. 전전대차와 동일한 조건이라는 문언이 붙어 있으므로 차임과 기간을 새로 흥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존 조건을 그대로 이어 달라는 요구입니다. 임대인이 이를 받아들이면 전차인은 토지 소유자와 직접 임대차 관계를 맺게 되고 건물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청구는 기간 만료를 전후해 늦지 않게 하셔야 하고, 내용증명으로 날짜를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거절하면 사 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644조 제2항은 임대인이 임대할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때에 제283조 제2항을 준용하도록 합니다. 제283조 제2항은 상당한 가액으로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 조문입니다. 따라서 임대 청구가 거절되면 전차인은 건물을 상당한 가액에 매수하라고 청구하게 됩니다. 이 청구는 상대의 승낙을 기다리지 않는 성질을 가지며, 다툼이 생기면 결국 감정을 거쳐 가액을 정하게 됩니다.
■ 임차인 본인에게도 같은 길이 있습니다
중간에 있는 임차인 쪽도 빈손은 아닙니다. 제643조는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 등을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의 기간이 만료한 경우에 지상시설이 현존하면 제283조를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제283조 제1항의 갱신청구를 먼저 하고, 임대인이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제2항의 매수청구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제645조는 지상권자가 그 토지를 임대한 경우에도 제644조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지금 챙겨 두실 것
서류가 결론을 가릅니다. ① 토지 임대차계약서와 전대차계약서에서 기간 만료일이 실제로 같은 날인지 확인합니다. ② 전대에 대한 임대인의 동의서나 동의 사실을 보여 주는 문자를 모읍니다. ③ 건축물대장과 등기사항증명서로 건물이 누구 명의로 현존하는지 봅니다. ④ 무허가 건물이라면 재산세 과세대장이나 항공사진으로 존재와 시기를 남깁니다. ⑤ 건물 신축과 증축에 들인 비용 자료를 정리해 매수 가액을 다툴 준비를 합니다. ⑥ 임대 청구와 매수 청구를 각각 언제 어떤 문구로 보낼지 미리 정해 둡니다. 기간 만료가 가까워졌다면 청구 순서를 잘못 밟아 권리를 잃는 일이 없도록 변호사와 문안을 맞춰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83조, 제629조, 제630조, 제643조, 제644조, 제64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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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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