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에 이름이 둘 이상 올라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혼자 정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듭니다. 세를 놓는 일, 지붕을 고치는 일, 아예 파는 일이 모두 같은 절차를 밟지는 않습니다. 민법은 공유물을 두고 하는 행위를 처분과 변경, 관리, 보존으로 갈라 두었고 칸마다 필요한 동의의 크기를 다르게 정했습니다. 어느 칸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전원이 모여야 하기도 하고 지분 과반이면 되기도 합니다. 그 경계선을 조문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내 지분만큼은 내 마음대로 되나
지분 자체를 두고 보면 그렇습니다.
민법 제263조는 두 가지를 나란히 적었습니다. 지분은 스스로 처분할 수 있고, 공유물은 그 비율만큼 쓰고 거두어들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앞쪽이 지분 처분의 자유에 해당합니다. 절반을 가진 사람이 그 절반을 팔거나 담보로 넣는 일에는 다른 공유자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뒤쪽입니다. 지분의 비율로 사용하고 수익한다고만 했을 뿐, 건물의 어느 칸을 쓰라는 말은 조문 어디에도 없습니다. 절반 지분이 곧 절반의 공간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누가 어느 부분을 쓸지는 아래에서 볼 관리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제262조 제2항은 지분을 균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등기부에 비율이 드러나지 않거나 다툼이 생겼을 때의 출발점입니다. 추정이므로 실제로 돈을 낸 비율을 증명하면 뒤집을 수 있습니다.
지분과 부분
지분은 소유권의 몫을 비율로 나눈 관념적인 크기이고, 부분은 물건의 물리적인 자리입니다. 2분의 1 지분을 가졌다고 해서 건물의 왼쪽 절반이 자기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둘을 섞어 생각하면 공유 관계의 분쟁이 대부분 여기서 시작됩니다.
과반수는 사람 수인가 지분인가
지분입니다.
제265조 본문은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공유자의 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한다고 정했습니다. 머릿수를 세지 않습니다. 형제 셋 가운데 한 사람이 6할을 쥐고 있다면 나머지 두 사람이 반대하더라도 관리에 관한 결정은 그 한 사람 쪽으로 기웁니다.
반대로 셋이 똑같이 3분의 1씩 나누어 가졌다면 두 사람이 뜻을 모아야 과반이 됩니다. 정확히 절반씩인 두 사람만 있는 공유라면 어느 쪽도 과반을 만들지 못합니다. 이 교착이 2분의 1 공유에서 분쟁이 길어지는 구조적인 이유입니다.
어디까지가 관리이고 어디부터가 처분인가
제264조가 반대편 칸을 정해 두었습니다.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하지 못한다는 문장입니다. 여기에는 과반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전원의 동의를 뜻합니다.
그래서 실무의 다툼은 어떤 행위가 관리인지 처분이나 변경인지를 가르는 데 몰립니다. 물건을 그대로 두고 쓰는 방법을 정하는 쪽이면 앞의 칸에 가깝고, 물건의 소유를 넘기거나 본래의 모습을 바꾸는 쪽이면 뒤의 칸에 가깝습니다.
| 행위 | 들어가는 칸 | 필요한 동의 |
|---|---|---|
| 공유물 전체를 매도 | 처분 | 공유자 전원 |
| 건물을 헐거나 구조를 바꿈 | 변경 | 공유자 전원 |
| 임대차 계약을 맺고 차임을 정함 | 관리 | 지분 과반수 |
| 누가 어느 부분을 쓸지 정함 | 관리 | 지분 과반수 |
| 무너질 곳을 급히 수리 | 보존 | 각자 단독 |
| 자기 지분만 매도하거나 담보 제공 | 지분 처분 | 단독 |
표의 마지막 줄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지분 처분은 공유물 처분과 다른 칸입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보존행위
제265조 단서가 열어 둔 통로입니다. 보존행위는 각자 할 수 있다고만 짧게 적혀 있습니다.
보존은 물건의 현상을 유지하고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누수가 시작된 옥상에 방수를 하는 일, 무단으로 들어와 있는 사람에게 나가라고 요구하는 일, 잘못된 등기를 지우라고 다투는 일이 여기에 가깝습니다. 지분이 1할뿐인 공유자도 단독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
다만 보존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모두 보존이 되지는 않습니다. 임차인을 새로 들이면서 보증금을 받는 행위를 건물을 비워 두지 않기 위한 보존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하는 일의 성격으로 판단합니다.
관리비와 재산세는 어떻게 나누나
제266조 제1항이 기준을 정합니다.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는 각자가 가진 몫의 비율만큼 나누어 집니다.
혼자 쓰고 있는 공유자가 있어도 부담의 기준은 지분입니다. 다만 혼자 점유하면서 다른 공유자의 몫까지 사용해 온 경우라면, 그 초과분에 대해 별도의 정산 문제가 따로 생깁니다. 비용 부담과 사용 이익의 정산은 성격이 다른 계산입니다.
같은 조 제2항에는 강한 장치가 붙어 있습니다. 한 사람이 1년 넘게 이 의무를 미루면, 나머지 사람이 상당한 값을 치르고 그 몫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과반수 결정에 밀린 공유자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세 갈래가 남습니다.
- 결정된 내용이 관리가 아니라 처분이나 변경에 해당한다고 다툽니다. 칸이 바뀌면 전원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효력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 과반수 지분권자가 얻은 수익 가운데 자기 지분에 해당하는 몫을 정산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 제268조 제1항에 따라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합니다. 관계를 끝내는 쪽입니다.
세 번째가 가장 확실합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가 예외를 둡니다. 최장 5년까지는 나누지 말자고 미리 정해 둘 수 있고, 제2항은 그런 약속을 다시 맺더라도 그 기간이 또 5년을 넘지 못하게 막습니다. 등기부의 갑구에 분할금지 약정이 기록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확인할 것
· 등기사항증명서에 적힌 각자의 지분 비율과 분할금지 약정의 유무
· 문제된 행위가 관리인지 처분인지, 원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지
· 임대차 계약서에 임대인으로 서명한 공유자의 지분 합계가 과반인지
· 관리비와 재산세를 누가 얼마나 냈는지 보여 주는 납부 내역
· 한 사람이 단독으로 점유한 기간과 그동안 받은 차임
포기한 지분은 누구에게 붙나
국가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제267조가 답을 줍니다. 몫을 포기했거나 상속인 없이 세상을 떠난 경우, 그 몫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비율대로 나뉘어 붙습니다.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구조입니다. 공유 관계를 정리하려고 지분을 포기한다면 그 부담이 누구에게 옮겨 가는지를 먼저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포기의 의사만으로 등기가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등기를 옮기는 절차가 따로 필요합니다.
정리
민법은 공유물에 관한 행위를 세 칸으로 나누어 두었고, 칸마다 문턱이 다릅니다. 처분과 변경은 전원, 관리는 지분 과반, 보존은 각자입니다.
다툼은 대개 문턱의 높이가 아니라 어느 칸에 넣을지에서 벌어집니다. 세를 놓는 일처럼 흔한 행위도 계약 내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된 행위가 어느 칸에 들어가는지, 서명한 공유자들의 지분 합계가 과반을 넘는지를 등기사항증명서와 계약서를 놓고 먼저 맞춰 보시고, 되돌릴 수 있는 시기가 남았는지를 변호사와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62조, 제263조, 제264조, 제265조, 제266조, 제267조, 제268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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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저와 상의도 없이 형이 1층을 가게에 세놓았습니다.
형의 지분이 과반이라면 관리에 관한 결정으로 유효할 여지가 큽니다. 다만 차임 가운데 본인 지분에 해당하는 몫은 정산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계약서와 입금 내역부터 확보해 두십시오.
절반씩 가진 형제가 반대해서 아무것도 못 합니다.
정확히 절반씩이면 어느 쪽도 과반을 만들지 못해 관리 결정 자체가 서지 않습니다. 이런 교착에서는 분할청구가 사실상 유일한 출구이므로, 등기부에 분할금지 약정이 있는지부터 보시기 바랍니다.
제 지분만 먼저 팔아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지분의 처분은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새로운 공유자가 되어 같은 관계가 이어지므로, 매매 대금이 시세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재산세를 몇 해째 저 혼자 내고 있습니다.
부담의 기준은 지분 비율이므로 초과분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1년 넘게 이행을 미룬 경우라면 상당한 값을 치르고 그 몫을 사들이는 길도 열려 있으니 납부 내역을 연도별로 정리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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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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