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적은 월세는 그 시점의 사정을 담은 숫자입니다. 몇 해가 지나 재산세가 오르고 상권이 바뀌면 그 숫자만 제자리에 남습니다. 민법과 두 임대차 특별법은 이 어긋남을 메우는 장치를 각각 두고 있습니다. 조건이 맞으면 임대인은 올려 달라고, 임차인은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 때나 되는 것은 아니고, 올리는 쪽에는 상한과 간격이 따로 붙습니다.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조문은 어떤 상황을 겨냥하나
민법 제628조가 기본 조항입니다. 임대물에 붙는 공과부담이 늘거나 줄고 경제사정이 달라져 계약서의 숫자가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 앞으로의 차임을 두고 올리거나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요건이 둘로 나뉩니다. 앞은 원인이고 뒤는 결과입니다. 세금이나 공과금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모자라고, 그 변화 때문에 지금의 차임이 어긋나 버렸다는 평가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다툼은 대개 폭의 문제로 옮겨 갑니다. 얼마나 달라져야 상당하지 않다고 볼 것인가입니다. 조문은 기준을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차임증감청구권
계약 당시 정한 차임이 그 뒤의 사정 변동으로 적절하지 않게 되었을 때 상대방에게 그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요구가 상대에게 닿으면 그때부터 조정된 금액이 정해지는 것으로 다루어지므로, 상대의 동의를 따로 받아야 성립하는 합의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장래에 대하여라는 말의 무게
지나간 몫은 건드리지 못합니다.
조문이 장래에 대한 증감이라고 못 박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세금이 올랐으니 그 3년치를 소급해 더 달라는 요구는 이 조문으로 설 자리가 없습니다. 임차인이 그동안 비싸게 냈으니 돌려 달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요구를 언제 했는지가 금액을 좌우합니다. 미루는 동안의 차액은 회수되지 않습니다. 내용증명으로 날짜를 남겨 두는 실익이 여기에 있습니다.
주택은 상한이 정해져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가 별도의 틀을 겹쳐 놓습니다.
제1항은 세금과 공과금이 달라지거나 경제사정이 바뀌어 차임과 보증금이 적절하지 않게 되었을 때 앞으로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합니다. 다만 올려 달라는 요구만큼은 직전 인상으로부터 1년이 지나야 꺼낼 수 있게 막아 두었습니다.
제2항은 금액의 뚜껑입니다. 올릴 수 있는 폭은 기존 금액의 20분의 1까지입니다. 다만 특별시와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가 관할 구역의 임대차 시장 여건을 고려해 그 범위에서 상한을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두 제약은 올리는 쪽에만 붙습니다. 내려 달라는 요구에는 간격도 상한도 없습니다.
상가는 무엇이 다른가
구조는 닮았고 숫자의 출처가 다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 제1항은 조세와 공과금의 증감이나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차임 또는 보증금이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에 증감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증액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하게 합니다. 주택처럼 법률에 숫자가 박혀 있지 않습니다.
제2항도 직전 인상으로부터 1년이 지나기 전에는 올려 달라고 하지 못하게 합니다. 간격은 주택과 같습니다.
제3항에 특례가 하나 있습니다. 제1급감염병에 따른 경제사정 변동으로 차임이 감액된 뒤 임대인이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증액된 차임이 감액 전 금액에 이를 때까지 1년 제한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내려 준 만큼은 간격 없이 되돌릴 수 있게 한 장치입니다.
| 구분 | 민법 제628조 | 주택 제7조 | 상가 제11조 |
|---|---|---|---|
| 증액 상한 | 없음 | 20분의 1 | 대통령령의 비율 |
| 증액 간격 | 없음 | 1년 | 1년 |
| 감액 제한 | 없음 | 없음 | 없음 |
| 대상 | 차임 | 차임과 보증금 | 차임과 보증금 |
| 지역 조정 | 없음 | 조례로 가능 | 규정 없음 |
내려 달라는 요구가 더 넓게 열려 있는 이유
제약 조항이 증액만 겨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은 제7조 제1항 후단과 제2항이 모두 증액청구를 주어로 삼았고, 상가도 제11조 제1항 단서와 제2항이 증액의 경우라고 적었습니다. 감액에는 간격도 뚜껑도 붙지 않습니다.
물론 요건 자체는 같습니다. 사정이 변동되어 현재의 차임이 상당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을 주장하는 쪽이 설명해야 합니다. 상권이 무너졌다거나 건물의 상태가 크게 나빠졌다는 사정을 자료로 보여 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건물의 일부를 못 쓰게 된 경우
다른 조문이 맡습니다.
민법 제627조 제1항은 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 없이 멸실되거나 그 밖의 사유로 사용하고 수익할 수 없게 된 때에 그 부분의 비율에 의한 차임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시세가 아니라 못 쓰게 된 면적이 기준입니다.
제2항은 한 걸음 더 갑니다. 남은 부분으로는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누수나 화재로 창고 한 칸을 쓰지 못하게 된 경우라면 제628조가 아니라 이쪽을 먼저 보셔야 합니다. 요건과 계산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합의가 안 되면 어디로 가나
요구를 거절당해도 절차는 남습니다.
- 내용증명으로 조정을 요구하고 그 근거가 되는 자료를 함께 보냅니다. 도달 날짜가 기산점이 됩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설치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합니다.
- 조정이 서지 않으면 차임 증액 또는 감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합니다.
- 다투는 동안에는 기존 금액을 계속 주고받으면서, 차액은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임차인이 임의로 깎아서 내기 시작하면 그 차액은 연체가 됩니다. 두 번의 지급기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면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의 빌미가 되므로, 감액을 주장하더라도 기존 금액은 그대로 내면서 다투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주의
계약서에 기간 중 차임을 올리지 않기로 적어 두었다면 임대인의 증액 요구는 그 약정에 막힙니다. 반대로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감액을 포기하도록 적은 조항은 특별법의 강행 규정에 걸려 효력을 잃을 여지가 있습니다. 조항 하나로 결론이 갈리므로 계약서부터 다시 읽어 보십시오.
정리
차임은 한 번 정하면 끝나는 숫자가 아닙니다. 민법 제628조가 조정의 문을 열고, 주택과 상가의 특별법이 그 위에 간격과 상한을 덧붙이는 구조입니다.
세 가지를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어느 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인지, 요구하는 방향이 증액인지 감액인지, 마지막 조정으로부터 1년이 지났는지입니다. 못 쓰게 된 면적이 문제라면 제627조로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요구서를 보내기 전에 근거 자료와 계약서의 특약을 변호사와 함께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627조, 제628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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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재산세가 올랐다는 이유로 월세를 20퍼센트 올려 달라고 합니다.
주택이라면 증액청구는 약정 금액의 20분의 1을 넘지 못하므로 그 요구는 상한을 벗어납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조례로 달리 정해진 경우가 있으니 해당 시도의 조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상권이 죽어서 월세를 내려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감액청구에는 간격 제한이나 상한이 붙지 않으므로 언제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정이 변동되었다는 점은 요구하는 쪽이 보여 주어야 하니, 인근 시세와 매출 자료를 정리해 내용증명에 함께 담으십시오.
올려 달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무시하면 어떻게 되나요?
답하지 않는다고 요구가 사라지지는 않으며, 임대인이 조정이나 소송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조정된 금액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기존 금액을 내는 것이 원칙이므로, 임의로 더 내거나 덜 내지 마시고 근거부터 따져 보십시오.
작년에 올렸는데 올해 또 올려 달라고 합니다.
직전에 올린 때로부터 1년이 지나기 전에는 다시 올려 달라고 하지 못합니다. 지난번 인상에 합의한 날짜가 언제인지가 기준이 되므로, 그때 주고받은 문자나 변경 계약서의 날짜를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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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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