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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일조회 0

빌린 땅에 선 집의 전세와 땅 쓸 권리

땅은 다른 사람 것이고 그 위에 올린 건물만 자기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래된 상가나 시골집, 종중 땅에 지은 주택이 그렇습니다. 그런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해 큰돈을 넣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안합니다. 건물에 권리를 걸어 두었는데 정작 그 건물이 서 있는 땅에는 아무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땅 계약이 정리되면 건물은 헐리고 전세권도 함께 사라지는가. 민법이 이 물음에 답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땅과 집의 임자가 다른 구조

우리 법이 땅과 건물을 각각 하나의 부동산으로 세기 때문에 생기는 모습입니다.

건물 소유자는 남의 땅을 쓸 근거를 따로 마련해 둡니다. 제279조의 지상권을 설정받거나, 토지 임대차 계약을 맺어 차임을 내는 방식입니다. 이 근거가 사라지면 건물은 딛고 설 자리를 잃습니다.

제622조 제1항은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가 등기되지 않았더라도 임차인이 그 지상건물을 등기한 때에는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땅 주인이 바뀌어도 계약을 주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조문입니다.

그래도 건물에 돈을 넣는 사람에게는 빈틈이 남습니다. 땅을 쓸 근거는 건물 소유자와 땅 주인 사이의 일이어서, 전세권자가 끼어들 자리가 없어 보입니다.

전세권은 건물에만 걸린다

제303조 제1항은 전세권자가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그 용도에 좇아 사용하고 수익하며,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하여 후순위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전세금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동산은 전세권이 설정된 그 부동산입니다. 건물에 설정했으면 건물입니다. 땅은 별개의 물건이므로 건물 전세권의 등기가 토지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됩니다. 땅 주인이 건물 소유자와의 계약을 끝내면 건물은 철거 대상이 되고, 건물 위에 걸린 전세권은 물건이 사라지면서 함께 없어집니다. 전세금을 넣은 사람은 아무 손을 쓰지 못한 채 소멸을 지켜보게 됩니다.

왜 이런 조문이 필요했나
전세권은 등기까지 마치는 물권이어서 채권인 임차권보다 강합니다. 그런데 그 강한 권리가 남의 땅 위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아무도 그런 건물에 전세금을 넣지 않게 됩니다. 조문은 건물에 대한 권리를 땅으로 한 걸음 넓혀 그 구멍을 메웠습니다.

땅 쓸 권리까지 효력이 뻗는다

제304조 제1항이 그 확장을 규정합니다.

타인의 토지에 있는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때에는 전세권의 효력이 그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 또는 임차권에 미칩니다. 건물에 걸린 권리가 그 건물을 떠받치는 토지 이용권까지 덮는다는 뜻입니다.

조문이 말하는 대상은 넓지 않습니다.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과 임차권에 한정됩니다. 주차장으로 쓰려고 옆 땅을 빌린 계약이나 통행을 위한 약정은 여기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효력이 미친다는 말의 실제 의미는 다음 항에서 드러납니다.

집주인이 땅 계약을 접으려 할 때

혼자서는 접지 못합니다.

제304조 제2항은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의 동의 없이 지상권 또는 임차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건물 주인이 땅 주인과 합의해 지상권을 포기하거나 임대차를 중도에 해지하는 행위가 여기에 막힙니다.

포기와 합의해지가 대표적입니다. 땅 주인에게 돌려주겠다는 의사표시 하나로 건물의 기반을 없애는 일을 전세권자 모르게 할 수 없습니다.

동의 없이 이루어진 그런 행위는 전세권자에게 주장하지 못합니다. 땅 주인이 그 합의를 근거로 건물을 비우라고 해도, 전세권자는 자신이 동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들어 맞설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막지 못하는 것들

조문이 막는 것은 건물 주인이 스스로 하는 소멸행위입니다.

기간이 다 차서 끝나는 것은 막지 못합니다. 토지 임대차의 약정 기간이 만료되면 그대로 종료됩니다. 지상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무를 지키지 않아 생기는 결과도 남습니다. 제287조는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 설정자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토지 임대차라면 차임 연체를 이유로 한 해지가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이때의 소멸은 땅 주인이 행사하는 권리여서 제304조 제2항의 통제 밖입니다.

전세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건물 주인이 지료나 차임을 밀리고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대신 내서라도 기반을 지키는 선택입니다.

땅과 집이 한 사람 것이었다면

제305조가 다른 길을 냅니다.

대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한 상태에서 건물에만 전세권을 설정했다면, 그 뒤 대지 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은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봅니다. 땅만 남에게 팔려 나가도 건물은 법이 만들어 준 지상권 위에 남습니다.

지료는 저절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당사자의 청구가 있어야 법원이 액수를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 경우 대지소유자가 타인에게 그 대지를 임대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뒤에 들어온 사람과 건물 소유자가 부딪히는 상황을 미리 차단한 것입니다.

전세권을 설정하기 전에 볼 곳

건물 등기부만 보고 결정하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 토지 등기사항증명서를 따로 떼어 소유자가 건물 소유자와 같은지 확인합니다.
  • 다르다면 건물 주인이 어떤 근거로 땅을 쓰고 있는지 서류로 확인합니다.
  • 지상권이라면 토지 등기부 을구의 존속기간과 지료 약정을 읽습니다.
  • 임대차라면 계약서 원본과 최근 차임 납부 내역을 확인합니다.
  • 그 기간이 전세권 존속기간보다 짧지 않은지 날짜로 맞춰 봅니다.

땅을 쓸 권리의 남은 기간이 전세 기간보다 짧다면 그 차이만큼이 위험으로 남습니다. 계약서에 갱신 의무와 통지 의무를 적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확인할 것
·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같은지
· 건물 소유자의 토지 이용 근거와 남은 기간
· 지료 또는 차임의 연체 여부
· 토지 등기부에 담보가 걸려 있는지
· 건물이 등기되어 있는지와 그 접수 날짜

정리

남의 땅에 선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하면 그 효력은 건물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제304조 제1항이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과 임차권까지 덮어 줍니다.

덕분에 건물 주인이 전세권자 몰래 땅 쓸 권리를 놓아 버리는 일이 막힙니다. 다만 기간 만료와 지료 연체처럼 땅 주인 쪽에서 오는 종료는 그대로 남습니다. 지료를 2년어치 밀리면 그 문이 열린다는 점을 기억해 두십시오.

큰돈이 들어가는 결정입니다. 토지 등기부와 이용 근거 서류를 함께 놓고 남은 기간과 연체 여부를 변호사와 함께 짚어 본 뒤에 설정 여부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279조, 제287조, 제303조, 제304조, 제305조, 제622조

관련 안내: 부산 부동산변호사 · 부동산·주택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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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건물 주인이 땅 임대차를 해지했다고 통보받았습니다.

전세권자의 동의 없이 한 소멸행위는 전세권자에게 주장하지 못합니다. 해지의 경위와 시점을 확인해 동의한 적이 없다는 점을 서면으로 밝혀 두시기 바랍니다.

건물 주인이 땅 차임을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연체를 이유로 한 종료는 땅 주인이 행사하는 것이라 막기 어렵습니다. 연체액과 기간을 확인해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해 대응 순서를 상담으로 잡아 보십시오.

땅 주인이 바뀌었는데 계약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건물이 등기되어 있다면 토지 임대차를 새 소유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건물 등기의 접수 날짜와 토지 소유권 이전일을 먼저 대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땅과 건물이 같은 사람 것인데 건물에만 전세권을 걸어도 되나요?

가능하고, 나중에 땅만 넘어가더라도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보아 건물이 보호됩니다. 다만 지료가 법원에서 정해질 수 있으므로 설정 단계에서 부담 주체를 정리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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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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