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유행으로 손님을 받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가게는 버티지 못합니다. 그런데 계약 기간은 남아 있고, 중도에 나가겠다고 하면 위약금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자리를 겨냥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조문 하나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방역 조치를 일정 기간 이상 받아 문을 닫게 된 임차인에게 계약을 끊을 권한을 준 규정입니다. 다만 요건이 촘촘하고, 통고한 날 바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조문의 문언을 따라가며 어디까지가 이 권리의 범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조문은 어떤 상황을 겨냥했나
방역 조치로 영업이 끊긴 임차인입니다.
제11조의2 제1항은 임차인이 집합 제한 또는 금지 조치를 총 3개월 이상 받음으로써 발생한 경제사정의 중대한 변동으로 폐업한 경우에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2022년 1월에 신설된 조문입니다.
원래 임차인에게는 계약을 도중에 끊을 일반적인 권한이 없습니다. 기간을 정했으면 그 기간을 채우는 것이 원칙이고, 사정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이 조문은 그 원칙에 난 좁은 구멍입니다.
조치의 종류와 기간, 폐업이라는 결과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해지와 해제
해지는 그때까지의 관계는 그대로 두고 앞으로의 계약을 끊는 것이고, 해제는 계약을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이 조문이 준 것은 해지권입니다. 이미 낸 차임을 돌려받는 제도가 아니라 남은 기간의 의무에서 벗어나는 제도입니다.
어떤 조치를 몇 달이나 받아야 하나
조문이 종류와 기간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조치의 종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집합 제한 또는 금지 조치입니다. 괄호 안에 운영시간을 제한한 조치를 포함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문을 아예 닫으라는 명령만이 아니라 영업시간을 줄이라는 명령도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기간은 총 3개월 이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낱말이 총이라는 글자입니다. 연속해서 석 달을 받아야 한다고 적혀 있지 않습니다. 몇 차례에 나누어 받은 기간을 합쳐 석 달에 이르면 됩니다.
그러니 조치가 내려졌다 풀렸다를 반복한 기간을 달력에 그려 보셔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고시와 공고에 시작일과 종료일이 남아 있습니다.
폐업을 해야만 쓸 수 있나
그렇습니다.
조문은 조치를 받음으로써 발생한 경제사정의 중대한 변동으로 폐업한 경우라고 적었습니다. 매출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조문에 닿지 않습니다. 영업을 그만두었다는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순서도 문제됩니다. 조치가 먼저 있었고 그로 인해 사정이 나빠졌으며 그 결과로 문을 닫았다는 연결이 필요하며, 다른 이유로 이미 접기로 결정해 둔 상태였다면 인과의 고리가 끊깁니다.
폐업 사실은 서류로 남습니다. 관할 세무서에 폐업신고를 하면 폐업사실증명원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인허가 업종이라면 구청의 영업폐업 신고 서류도 함께 갖추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통고하면 그날로 끝나나
석 달이 더 걸립니다.
제11조의2 제2항은 해지가 임대인이 계약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합니다. 기산점이 보낸 날이 아니라 임대인이 받은 날입니다.
그 석 달 동안 계약은 살아 있습니다. 차임을 계속 내야 하고, 보증금 반환도 그 뒤에 이야기됩니다.
그래서 통고를 미룰수록 부담이 늘어납니다. 폐업을 결정하셨다면 서류를 갖추는 일과 통고를 보내는 일을 같은 주에 처리하시는 쪽이 낫습니다. 도달한 날짜를 다투게 되는 일이 많아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배달 결과를 저장해 두셔야 합니다.
| 구분 | 제11조의2 해지권 | 제11조 감액청구 |
|---|---|---|
| 겨냥하는 결과 | 계약을 끊는 것 | 차임을 낮추는 것 |
| 요건 | 조치 총 3개월 이상과 폐업 | 제1급감염병 등으로 인한 경제사정 변동 |
| 폐업이 필요한가 | 필요함 | 필요 없음 |
| 효력 발생 | 도달일부터 3개월 뒤 | 장래의 차임에 대하여 |
| 이후 증액 제한 | 해당 없음 | 감액 전 금액까지는 상한 미적용 |
보증금이 큰 가게도 이 조문을 쓰나
씁니다.
제2조 제1항 단서가 시행령이 잡아 둔 보증금 규모를 넘는 임대차를 이 법의 바깥에 세워 둡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이 그 바깥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조항들을 따로 적어 두었고, 거기에 제11조의2가 들어 있습니다.
대항력을 정한 제3조, 갱신요구권을 담은 제10조와 그 뒤에 붙은 조항들, 표준계약서를 다룬 제19조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환산보증금 기준을 넘는 가게라도 대항력과 갱신요구권, 이 해지권은 그대로 누립니다.
반대로 목록에 없는 조항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차임 증감을 다룬 제11조가 그렇습니다. 보증금 규모에 따라 쓸 수 있는 무기가 달라지므로 본인 가게가 어느 쪽인지부터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임대인이 먼저 끊겠다고 하면
근거가 다른 조문입니다.
밀린 차임이 세 번의 지급기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면 임대인 쪽에서 계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제10조의8이 그 기준선을 그어 두었습니다.
여기에 완충 장치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제10조의9는 2020년 개정법이 시행된 날부터 여섯 달 사이에 밀린 몫을 연체액에서 빼 줍니다. 갱신 거절과 해지의 사유를 셈할 때 그 기간의 미납은 없는 것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다만 같은 조 후단은 그 차임에 대한 임대인의 그 밖의 권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안 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해지 사유에서만 빠진다는 말입니다.
무엇을 모아 두어야 하나
요건마다 대응하는 서류가 있습니다.
- 영업장 소재지 지방자치단체의 집합 제한 및 운영시간 제한 고시문을 기간별로 내려받습니다.
- 그 기간을 달력에 표시해 합계가 석 달을 넘는지 계산하고 계산표를 남깁니다.
- 매출 자료와 카드 결제 내역, 부가가치세 신고서로 영업 상황의 변화를 보여 둡니다.
- 세무서에서 폐업사실증명원을 발급받고 인허가 관청의 폐업 서류도 챙깁니다.
- 해지 통고서에 근거 조문과 폐업일을 적어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배달 결과를 저장합니다.
임대인은 폐업의 원인을 두고 방역 조치가 아닌 다른 사정을 들고 나오는 일이 잦습니다.
주의
가게를 비우고 열쇠를 넘긴 날이 계약이 끝난 날은 아닙니다. 효력은 통고가 도달한 뒤 석 달이 지나야 생기므로, 그 사이의 차임을 내지 않으면 연체가 쌓여 보증금에서 공제됩니다. 짐을 먼저 빼더라도 통고 도달일과 석 달 뒤의 날짜를 계약서에 적어 두고 정산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이 해지권은 방역 조치를 총 3개월 이상 받고 그로 인해 폐업에 이른 임차인에게만 열립니다. 세 가지 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일반 원칙으로 돌아가 남은 기간을 채워야 합니다.
통고를 보내도 석 달이 더 걸립니다. 그동안의 차임은 임차인이 계속 부담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환산보증금을 넘는 가게에도 적용된다는 점은 유리하게 쓸 수 있는 지점입니다. 고시문과 폐업 서류, 매출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두십시오. 그다음에 통고문의 문구를 변호사와 함께 다듬어 보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10조의8, 제10조의9, 제11조, 제11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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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운영시간만 줄이라는 명령이었는데도 기간에 넣나요?
조문 괄호 안에 운영시간을 제한한 조치를 포함한다고 적혀 있어 기간 계산에 넣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기간의 고시문을 날짜별로 모아 합계가 석 달을 넘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폐업신고는 안 했는데 통고부터 보내도 되나요?
조문이 폐업한 경우를 요건으로 삼고 있어 순서가 뒤바뀌면 다툼의 소지가 생깁니다. 폐업 서류를 먼저 갖춘 뒤 그 사실을 통고서에 적어 보내시는 쪽이 안전합니다.
임대인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법이 준 해지권을 행사한 경우라면 중도 해지를 이유로 한 위약 약정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계약서의 해당 조항 문구와 이번 해지의 근거를 함께 놓고 검토해 보십시오.
보증금이 커서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보증금액 기준을 넘는 임대차에도 적용되는 조항 목록이 따로 있고 이 해지권은 그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환산 금액을 계산해 두고 어떤 조항까지 쓸 수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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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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