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 공사를 맡은 업체 대표가 공사대금 일부를 현금 대신 완공될 오피스텔 한 호실로 받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그 약속을 무엇으로 붙잡아 두느냐입니다. 건축주는 자기 명의의 다른 땅에 저당권을 설정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등기 신청서의 채권액 칸 앞에서 손이 멈춥니다. 받을 것은 돈이 아니라 호실 하나의 소유권인데, 거기에 무슨 숫자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부동산등기법은 바로 이 경우를 위해 평가액이라는 칸을 따로 마련해 두었습니다.
저당권은 돈 빌린 데에만 쓰이나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356조는 저당권자가 채무자나 제삼자가 점유를 옮기지 않고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정합니다. 조문은 채무라고만 적었고 금전채무로 좁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넘겨주기로 한 약속,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로 한 약속, 일정한 일을 해 주기로 한 약속도 저당권으로 담보할 수 있습니다. 대물변제 약정, 분양 호실 이전 약정, 농산물 납품 계약 같은 거래에서 이런 형태를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등기부는 숫자로 말하고, 그 숫자를 어떻게 적느냐가 이 글의 중심입니다.
등기부에는 어떤 숫자가 들어가나
부동산등기법 제75조 제1항은 저당권설정 등기를 할 때 채권액을 기록하도록 합니다. 금전채권이라면 빌려준 돈이 곧 채권액입니다. 근저당이라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채권의 최고액을 적습니다.
금액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채권은 그 자체에 액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77조가 등기관에게 그 채권의 평가액을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 담보하는 채권 | 등기부에 적는 숫자 | 근거 |
|---|---|---|
| 빌려준 돈 | 채권액 | 부동산등기법 제75조 제1항 |
| 장래에 생겼다 줄었다 하는 거래 채무 | 채권최고액 | 같은 조 제2항, 민법 제357조 |
| 호실 이전, 물건 인도 같은 금전 아닌 약속 | 채권의 평가액 | 부동산등기법 제77조 |
평가액이 비어 있으면 그 땅을 담보로 나중에 돈을 빌려주려는 은행도, 그 땅을 사려는 사람도 앞선 부담이 얼마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칸은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한 표시이기도 합니다.
평가액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
당사자가 정해 신청합니다.
조문은 등기관이 평가액을 기록한다고만 했지 등기관이 직접 값을 매긴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설정 계약서에 평가액을 적고 그 계약서를 원인으로 신청하는 방식이 됩니다. 오피스텔 호실이라면 분양가, 인근 거래가, 감정평가액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는지 계약서에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너무 낮게 적으면 약속이 깨졌을 때 담보가 모자랄 수 있습니다. 너무 높게 적으면 건축주가 그 땅으로 다른 자금을 끌어오기 어려워져 협상이 막힙니다. 숫자 하나에 양쪽 이해가 엇갈립니다.
감정평가를 한 번 받아 두고 그 수치에 약간의 여유를 얹는 식으로 타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감정평가서는 등기 서류와 함께 보관해 두십시오. 나중에 손해액을 다툴 때 설정 당시 양쪽이 어떤 값을 전제로 했는지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약속이 깨지면 저당권은 무엇을 잡고 있나
돈으로 바뀐 청구권입니다.
오피스텔 호실을 끝내 넘겨주지 못하게 되면 업체가 가진 권리는 호실 이전 청구에서 손해배상 청구로 바뀝니다. 민법 제360조는 저당권이 원본, 이자, 위약금과 함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실행비용을 담보한다고 정합니다. 바뀐 청구권도 저당권의 그늘 안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은 일반 저당권과 같습니다. 제363조 제1항에 따라 저당 잡은 땅의 경매를 청구하고, 매각대금에서 순위대로 받습니다. 경매 신청서에는 손해액을 계산한 근거를 붙여야 하므로 분양가 자료와 계약 위반 경위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주의
평가액은 등기부에 공시된 숫자입니다. 실제 손해가 그보다 크더라도 뒤 순위 채권자나 땅을 산 사람에게까지 평가액을 넘는 금액을 먼저 받겠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정할 때 평가액을 넉넉하고 근거 있게 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땅을 사들인 사람은 어떻게 벗어나나
평가액이 그 사람의 계산서가 됩니다.
민법 제364조는 저당 잡힌 부동산의 소유권, 지상권, 전세권을 취득한 제삼자가 저당권자에게 그 부동산으로 담보된 채권을 변제하고 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담보된 채권이 오피스텔 호실을 넘겨주는 약속이라면, 땅을 산 사람이 그 약속을 대신 이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업체와 협의해 돈으로 정리하고 말소에 동의를 받는 길이 열립니다. 이때 등기부의 평가액이 협상의 출발점이 됩니다. 평가액이 근거 없이 부풀려져 있으면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아예 나타나지 않습니다. 건축주가 평가액을 적정하게 잡자고 버티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설정 계약서에 무엇을 넣어 두나
- 담보하는 약속의 내용을 특정합니다. 어느 건물 몇 층 몇 호를 언제까지 이전하는지 적습니다.
- 평가액과 그 산정 근거를 함께 적습니다.
- 약속이 깨졌을 때의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예정액을 정합니다.
- 이행기를 등기원인에 넣어 제75조 제1항의 변제기 기록이 되도록 합니다.
- 건축주가 저당 잡힌 땅에 다른 건물을 짓거나 형질을 바꿀 때 알리도록 합니다.
세 번째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손해배상 예정액을 정해 두면 손해액을 놓고 감정을 다시 할 일이 줄고, 경매에서 청구할 금액도 분명해집니다. 다섯 번째 항목은 담보 가치를 지키는 장치입니다. 저당 잡힌 땅 위에 건물이 올라가면 땅값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정리
저당권은 돈 아닌 약속도 담보할 수 있습니다. 그때 등기부에는 채권액 대신 그 채권의 평가액이 오릅니다. 약속이 깨지면 손해배상 청구로 바뀌어 같은 저당권으로 경매를 청구합니다.
결국 평가액이 담보의 실제 크기를 정합니다.
대물변제나 분양 호실 약정을 저당권으로 묶으려 한다면 평가액 산정과 위약금 조항을 변호사와 함께 설계해 두시는 편이 뒤탈이 적습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56조, 제357조, 제360조, 제361조, 제363조, 제364조 · 부동산등기법 제75조, 제7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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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평가액을 나중에 올릴 수 있나요?
저당권 변경 등기로 바꿀 수 있지만 그사이 뒤 순위 권리가 들어왔다면 그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립니다. 변경이 필요해 보이면 등기부의 후순위 권리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호실 이전 약속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저당권도 따라가나요?
민법 제361조는 저당권을 담보한 채권과 분리해 양도하지 못하게 합니다. 약속 자체를 넘길 때 저당권도 함께 이전하는 등기를 해야 하므로 양도 계약서에 그 내용을 함께 담으십시오.
근저당으로 설정하면 평가액을 안 적어도 되나요?
근저당은 채권최고액을 적는 형태입니다. 금전 아닌 약속을 근저당 방식으로 담보할 수 있는지와 최고액을 어떻게 잡을지는 약정 내용에 따라 달라지므로 등기 신청 전에 문안을 검토받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건축주가 이미 호실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습니다.
이행이 불가능해졌다면 손해배상 청구로 바뀌고 저당권 실행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매매 시점과 분양 계약서, 평가액 산정 근거를 모아 손해액을 계산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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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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