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철골 공사를 맡아 근린생활시설 한 동을 올렸는데 잔금 일부를 받지 못해 준공 뒤로 여섯 달째 건물을 지키며 점유하고 있습니다. 건축주가 자기 명의로 된 다른 상가에 근저당을 설정해 줄 테니 건물을 비워 달라고 합니다. 받을 돈은 그대로인데 그 말만 믿고 열쇠를 넘겨도 되는 것인지, 거절하면 제가 불리해지는지 궁금합니다.
본인 사안은 붙잡아 둘 권리가 어떤 사유로 없어지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가 충분한 담보를 실제로 내놓고 소멸을 청구하면 그 권리는 사라지므로 무조건 버틸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말만 오간 단계에서 먼저 손을 놓으면 안 됩니다.
■ 조문이 상대방에게 그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민법 제327조는 채무자가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고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문장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공사대금을 받을 때까지 건물을 붙잡고 있을 권리는 제320조가 주는 것인데, 그 권리가 영원히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붙잡고 있는 목적은 돈을 받는 데 있지 건물을 쓰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 목적이 다른 방법으로 채워진다면 소유자에게 건물을 돌려주는 편이 서로에게 낫다고 본 것입니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건물을 팔거나 담보로 넣어 자금을 돌릴 수 있게 됩니다.
■ 상당한 담보란 무엇을 가리킵니까
두 가지를 함께 봅니다. 하나는 액수이고 다른 하나는 확실성입니다. 받지 못한 돈에 지연손해금까지 더한 금액을 덮을 수 있어야 하고, 나중에 실제로 집행해서 회수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① 현금 공탁 ②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서 ③ 보증보험증권 ④ 다른 부동산에 설정하는 근저당권이 주로 쓰입니다. 앞의 세 가지는 회수가 빠르지만 네 번째는 그 부동산의 시세와 선순위 채무를 빼고 남는 값이 얼마인지를 직접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감정평가서 없이 소유자가 부르는 값만 믿으면 담보가 껍데기일 수 있습니다.
■ 제안을 들었다고 권리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조문은 담보를 제공하고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제공이 앞에 있고 청구가 뒤에 있습니다. 근저당을 설정해 주겠다는 말이나 보증서를 끊어 오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등기가 완료되어 등기사항증명서에 순위번호가 찍히거나, 보증서 원본이 손에 들어와야 제공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담보가 충분한지를 두고 다툼이 생기면 결국 법원에서 판단합니다. 그러므로 제안을 받았을 때 하실 일은 거절이나 수락이 아니라, 어떤 담보를 어떤 절차로 언제까지 갖추어 줄 것인지를 서면으로 받아 두는 일입니다.
■ 점유를 먼저 놓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제328조는 유치권이 점유의 상실로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담보를 받기로 하고 열쇠를 먼저 넘겼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권리는 이미 사라지고 남는 것은 공사대금 청구권뿐입니다. 순서를 바꾸지 마십시오. 제324조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하거나 빌려주거나 담보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제3항은 이를 어기면 채무자가 소멸을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보존에 필요한 범위의 사용은 예외이지만, 현장 사무실로 쓰거나 남에게 세를 놓는 행위는 그 예외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 지금 해 두실 순서
다섯 가지를 차례로 밟으시기 바랍니다. ① 받지 못한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날짜별로 계산해 총액을 확정합니다. ② 상대가 제시한 담보 목적물의 등기사항증명서를 직접 발급받아 선순위 채권최고액을 모두 더해 봅니다. ③ 남는 담보가치가 총액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한 이유를 적어 보완을 요구합니다. ④ 담보 설정과 건물 인도를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맞바꾸는 방식으로 합의서를 씁니다. ⑤ 인도 전까지는 출입 통제와 시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현장 사진을 날짜가 남게 보관합니다. 한편 경매가 이미 진행 중인 건물이라면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에 따라 매수인이 유치권으로 담보된 채권을 변제할 책임을 지므로, 협상의 지렛대가 달라집니다. 합의서 문구 하나로 권리가 사라질 수 있는 국면이니 서명 전에 변호사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320조, 제324조, 제327조, 제328조 · 민사집행법 제9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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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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