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5년 된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데 주방 싱크대의 발로 누르는 수전 전원이 고장 났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와서 시간이 지나면 생기는 잔고장이라며 수동으로 쓰도록 해 주었고, 수리비는 12만 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관리사무소와 부동산 모두 소모품이니 세입자가 고쳐야 한다고 합니다. 제 잘못 없이 원래 설치된 설비를 쓰다 고장 난 것인데 제가 내는 것이 맞나요?
본인 사안은 고장 난 발판 수전 전원장치가 세입자가 갈아 끼우는 소모품인지, 아니면 집에 딸린 설비의 고장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본인 과실 없이 노후로 고장 난 설비라면 원칙적으로 집주인이 고칠 몫이고, 금액이 크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세입자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 소모품과 설비 고장은 어떻게 나누나
민법 제623조는 집주인이 집을 쓸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도록 정하지만, 판례는 세입자가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것까지 집주인 몫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형광등, 건전지, 샤워기 헤드처럼 쓰면서 닳아 세입자가 직접 사서 바꾸는 것이 소모품입니다. 반면 싱크대에 매립된 발판 수전의 전원부나 밸브처럼 기술자가 와야 고칠 수 있는 부품은 설비 자체의 고장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건전지만 갈면 되는 구조인지부터 확인해 보십시오.
■ 관리사무소의 말이 오히려 근거가 됩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시간이 지나면 생기는 잔고장이라고 설명한 것은 사용자 과실보다 노후에 따른 고장이라는 뜻이어서 세입자에게 유리한 자료입니다. 직원에게 점검 날짜와 고장 원인을 적은 점검 기록이나 문자를 부탁하십시오. 제조사 서비스센터 기사가 방문하면 견적서에 부품 노후인지 외부 충격인지 원인을 적어 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관리사무소나 부동산은 수리비 부담을 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 계약서 특약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전세 계약서에 일정 금액 이하의 소규모 수리는 세입자가 부담한다는 특약이 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특약이 없거나 도배, 장판처럼 범위를 따로 적어 둔 것이라면 이번 수전은 집주인 부담으로 보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입주 때 받은 체크리스트나 사진에 수전이 정상 작동하는 모습이 있다면 함께 보관해 두십시오.
■ 집주인에게 요청하는 순서
① 고장 내용과 점검 결과, 수리 견적 12만 원을 문자로 보내고 수리를 요청합니다. ② 답이 없거나 거절하면 집주인이 고치지 않으면 직접 수리한 뒤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다시 알립니다. ③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직접 고치고 영수증을 보관합니다. 민법 제626조에 따라 집을 쓰는 데 필요한 수리비는 집주인에게 바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돌려받지 못하면 계약 만료 때 보증금 정산에서 정리하거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참조 조문
민법 제623조, 제62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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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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