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소 이름이 찍힌 우편물 한 통이 왔습니다. 석 달 전에 마친 전세권 등기가 등기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며, 정해진 기간 안에 이의를 진술하지 않으면 등기관이 직권으로 말소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등기를 마쳤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등기소 스스로 지우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런 통지는 흔하지 않지만, 받고 나서 기간을 흘려보내면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부동산등기법이 이 절차를 어떻게 짜 두었는지, 통지를 받은 사람이 어느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등기관이 왜 스스로 지우려 하나
마쳐진 등기에 처음부터 받아 주면 안 되는 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등기법 제58조 제1항은 등기관이 등기를 마친 후 그 등기가 제29조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된 것임을 발견한 때를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제1호는 사건이 그 등기소의 관할이 아닌 경우, 제2호는 사건이 등기할 것이 아닌 경우입니다. 다른 등기소 관할의 부동산에 등기를 해 버렸거나, 법이 등기 대상으로 삼지 않는 권리를 올린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제29조는 각하 사유를 열 가지 넘게 두고 있지만 직권 말소의 대상은 그중 앞의 둘뿐입니다. 첨부 서류가 빠졌다거나 세금을 덜 냈다는 사유로는 등기관이 마쳐진 등기를 지우지 못합니다. 그런 흠은 당사자가 다투어야 하는 영역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어떤 등기가 둘째 사유에 걸리나
등기할 것이 아닌 경우라는 문구는 넓어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몇 갈래로 모입니다.
- 농경지에 전세권을 설정한 등기처럼 민법이 그 목적물에 그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
- 건물의 일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처럼 등기할 수 있는 단위가 아닌 것을 대상으로 한 경우
- 이미 말소된 등기를 다시 말소하는 것처럼 등기의 대상 자체가 없는 경우
- 법령이 등기 사항으로 정하지 않은 약정을 등기한 경우
공통점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고칠 수 없는 흠이라는 점입니다. 서류를 보완하거나 돈을 더 낸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등기관이 직접 정리하도록 한 것입니다.
직권 말소
당사자의 신청 없이 등기관이 스스로 등기를 지우는 것입니다. 부동산등기법은 관할 위반과 등기할 것이 아닌 사건 두 가지에만 이를 허용하고, 지우기 전에 반드시 통지와 이의 기회를 거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통지에는 무엇이 적혀 있나
세 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어느 등기를 지우려 하는지, 왜 그런지, 언제까지 이의를 진술할 수 있는지입니다.
제58조 제1항은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 그리고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에게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기간에 이의를 진술하지 않으면 말소한다는 뜻을 통지하도록 정합니다. 기간은 한 달을 넘지 못하므로 통지서에 적힌 날짜가 곧 마감입니다.
주소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는 제2항에 따라 통지 대신 등기소 게시장에 같은 기간 동안 게시하거나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방법으로 공고합니다. 이사한 뒤 등기부의 주소를 바꾸지 않은 사람은 통지를 받지 못한 채 공고만으로 기간이 흐를 수 있습니다. 등기명의인 주소 변경을 미뤄 두었다면 이런 위험이 따릅니다.
이의를 진술하면 어떻게 되나
등기관이 그 이의에 대해 결정을 합니다.
제3항은 말소에 관하여 이의를 진술한 자가 있으면 등기관이 그 이의에 대한 결정을 하도록 정합니다. 이의가 받아들여지면 등기는 그대로 남습니다. 이의가 각하되거나 기간 안에 아무도 이의를 내지 않으면 제4항에 따라 등기관이 직권으로 말소합니다.
이의의 내용은 등기가 제29조 제1호나 제2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어야 합니다. 등기를 지우면 손해가 크다거나 상대방과 합의가 되어 있다는 사정은 결정을 바꾸지 못합니다. 농경지가 아니라 대지라는 점, 그 등기소 관할이 맞는다는 점처럼 사유 자체가 틀렸다는 주장이어야 합니다.
진술은 서면으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접수증을 받아 두어야 기간 안에 냈다는 사실이 남습니다.
등기관의 결정에 불복하려면
이의가 각하되었다면 다음 단계가 있습니다. 등기관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입니다.
제100조가 그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신청서는 관할 지방법원 앞으로 쓰되 결정을 한 등기관이 속한 등기소 창구에 냅니다. 등기관이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견을 붙여 법원으로 넘기는 구조입니다. 법원이 이유 있다고 보면 등기관에게 말소를 거두라고 명령합니다.
두 가지를 미리 알아 두셔야 합니다. 등기관 단계에서 진술하지 않았던 사실이나 자료를 법원에서 처음 꺼내는 것은 제102조가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의신청을 냈다고 말소가 저절로 멈추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법원에 제106조의 가등기나 부기등기 명령을 함께 구해 순위를 임시로 묶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단계 | 누가 | 기간·방법 |
|---|---|---|
| 말소 예고 통지 | 등기관 | 1개월 이내의 이의 기간을 정해 통지 또는 게시·공고 |
| 이의 진술 | 등기권리자·의무자·이해관계인 | 통지된 기간 안에 서면으로 |
| 이의에 대한 결정 | 등기관 | 인용 시 등기 유지, 각하 시 직권 말소 |
| 이의신청 | 결정에 불복하는 자 | 등기소 창구에 제출, 등기관을 거쳐 법원으로 |
| 법원 결정 | 관할 지방법원 | 이유 있으면 등기관에게 처분 명령 |
통지를 받은 날 바로 할 일
순서가 있습니다.
- 통지서에 적힌 이의 기간의 마지막 날을 달력에 표시합니다.
- 등기사항증명서를 새로 발급받아 문제된 등기의 접수번호와 목적, 범위를 확인합니다.
- 통지서가 든 사유가 관할 위반인지 등기할 것이 아닌 사건인지 가려내고, 그 사유가 실제로 맞는지 토지대장이나 건축물대장과 대조합니다.
- 사유가 틀렸다고 판단되면 그 근거 서류를 붙여 기간 안에 이의 진술서를 등기소에 접수합니다.
- 사유가 맞다면 말소 뒤에 다시 올바른 등기를 할 수 있는지, 그 사이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를 미리 계산해 둡니다.
사유가 맞는 경우라도 손 놓고 기다릴 일은 아닙니다. 말소된 등기의 자리를 다른 등기가 먼저 차지하기 전에 새 등기를 접수할 준비를 해 두어야 합니다.
주의
이의를 진술할 수 있는 사람에는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도 포함됩니다. 문제된 등기를 믿고 뒤에 담보를 잡은 금융기관이나 가압류 채권자가 그들입니다. 내 등기가 지워지면 그들의 권리도 흔들리므로, 통지를 받은 즉시 그들에게도 알려 함께 대응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등기관의 직권 말소는 관할 위반과 등기할 것이 아닌 사건, 이 두 가지 사유에만 허용되고 반드시 한 달 이내의 이의 기간을 둔 통지를 거칩니다. 통지서의 마감일이 모든 것을 정합니다. 그 안에 서면으로 이의를 내야 합니다.
이의는 사유 자체가 틀렸다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기간이 짧고 한 번 놓치면 되돌리기 어려운 절차입니다. 통지를 받으셨다면 서류를 챙겨 바로 변호사와 함께 이의 진술서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29조, 제58조, 제100조, 제102조, 제106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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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통지서를 받지 못했는데 등기가 지워져 있습니다.
주소를 알 수 없어 게시나 공고로 통지를 갈음한 경우일 수 있습니다. 등기부의 주소가 현재 주소와 달랐는지 확인하고, 말소 사유가 틀렸다면 말소등기의 회복을 검토하셔야 합니다.
이의 기간이 지난 뒤에 사유가 틀렸다는 자료를 찾았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등기관은 직권으로 말소합니다. 그 뒤에는 말소 처분 자체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회복 절차를 따져야 하는데, 새로운 증거를 이유로 한 이의신청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방법을 신중히 골라야 합니다.
서류가 빠졌다는 이유로 직권 말소 통지를 받았습니다.
첨부정보 누락은 제29조 제9호 사유이지 직권 말소의 근거인 제1호나 제2호가 아닙니다. 통지서에 적힌 사유를 그대로 옮겨 이의 진술서에 그 점을 지적하십시오.
말소된 뒤 같은 내용으로 다시 등기할 수 있나요?
등기할 것이 아닌 사건이었다면 같은 내용으로는 다시 할 수 없습니다. 관할 위반이었다면 관할 등기소에 새로 신청할 수 있지만 순위는 새 접수 시점으로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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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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