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구 상가 2층에서 가죽 공방을 하던 분은 월요일 아침 출입문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도어락이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고, 작업대 위 공구와 가죽은 건물 창고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계약 만료를 두고 건물주와 몇 달째 말이 오가던 참이었습니다. 전화를 걸자 건물주는 「내 건물에 내가 자물쇠 단 게 무슨 문제냐」고 했습니다. 소유자라는 말은 강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법은 누가 주인인지와 누가 지금 그 공간을 쥐고 있는지를 따로 다룹니다. 그 구분이 이 분쟁을 푸는 열쇠입니다.
건물주라면 열쇠를 바꿀 권리가 있나
없습니다. 적어도 그 방식으로는요.
민법은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사람에게 점유권을 줍니다. 등기부상 소유자가 누구인지, 계약이 끝났는지 아닌지는 이 단계에서 묻지 않습니다. 공방 주인이 매일 문을 열고 작업하며 짐을 두던 곳이라면 그 공간을 사실상 지배하던 사람은 공방 주인입니다.
건물주가 계약 종료를 이유로 공간을 돌려받고 싶다면 판결을 받아 집행하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그 길을 건너뛰고 문을 잠그는 순간, 건물주는 권리를 행사한 사람이 아니라 점유를 침탈한 사람이 됩니다.
점유권과 본권
점유권은 물건을 실제로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권리입니다. 본권은 소유권, 임차권, 전세권처럼 그 물건을 가지거나 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말합니다. 점유 소송은 앞의 것만, 본권 소송은 뒤의 것을 다툽니다.
점유 소송에서 「내 건물이다」라는 항변은 왜 통하지 않나
조문이 막아 두었습니다. 민법은 점유권에 기인한 소는 본권에 관한 이유로 재판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공방 주인이 점유를 되찾겠다고 소송을 내면, 법원이 보는 것은 두 가지뿐입니다. 공방 주인이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점유를 건물주가 빼앗았는지입니다. 건물주가 등기부를 내밀며 소유자라고 하거나, 계약이 끝나서 임차인에게 쓸 권리가 없다고 주장해도 그 사정은 판단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처음 들으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주인이 이길 수 없다니요. 이 규정의 뜻은 주인이 지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먼저 해결하지 말라는 데 있습니다. 누구든 권리를 주장하려면 법원 절차를 거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유권 다툼이 있는 곳마다 자물쇠 바꾸기 경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건물주의 소유권은 어디서 다투나
다른 소송에서입니다.
민법은 점유권에 기인한 소와 본권에 기인한 소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건물주는 계약 종료를 이유로 공간을 비워 달라는 인도 소송을 따로 낼 수 있고, 공방 주인이 낸 소송 안에서 반소로 같은 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두 청구는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이런 결과도 가능합니다. 점유회수 청구에서는 공방 주인이 이겨 열쇠를 돌려받고, 인도 청구에서는 건물주가 이겨 결국 공방을 비워야 하는 경우입니다. 헛수고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공방 주인은 판결 없이 쫓겨나지 않을 지위, 그리고 보증금 반환 같은 쟁점을 정식 절차에서 다툴 기회를 지키게 됩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
당한 모습에 따라 청구가 달라집니다.
| 당한 일 | 청구할 수 있는 것 | 언제까지 |
|---|---|---|
| 도어락을 바꾸고 짐을 빼 완전히 내쫓음 | 점유물 반환과 손해배상 | 침탈당한 날부터 1년 안 |
| 출입은 되지만 단전·단수, 출입문 봉쇄 시도 | 방해 제거와 손해배상 | 방해가 끝난 날부터 1년 안 |
| 열쇠를 바꾸겠다는 통보, 철거 예고 | 방해 예방 또는 손해배상의 담보 | 방해 염려가 있는 동안 |
완전히 쫓겨났다면 점유회수입니다. 공간을 돌려 달라는 청구와 함께, 문을 닫은 기간의 영업 손실이나 옮기다 망가진 재료값 같은 손해배상도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기한은 짧습니다. 소송을 1년 넘게 미루면 이 청구권 자체를 쓸 수 없게 됩니다.
단전·단수처럼 들어갈 수는 있는데 쓰지 못하게 괴롭히는 경우는 방해 제거 청구로 갑니다. 이 역시 방해가 끝난 날부터 1년이 기한입니다.
직접 쓰지 않던 사람도 소송을 낼 수 있나
낼 수 있습니다. 공방 주인이 건물주 동의를 얻어 공간 일부를 다른 공예가에게 전대해 두었다고 해 봅시다. 실제로 매일 문을 연 사람은 전차인이고, 공방 주인은 그 사람을 통해 공간을 점유하는 간접점유자입니다.
민법은 간접점유자도 점유회수, 점유보유, 점유보전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점유를 빼앗긴 경우 간접점유자가 구할 수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직접 점유하던 사람에게 돌려주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돌려받을 수 없거나 원하지 않을 때에만 자기에게 돌려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차인이 겁을 먹고 소송을 망설이는 경우, 원래 임차인이 대신 나서 공간을 되찾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당장 무엇부터 하나
- 바뀐 도어락, 옮겨진 짐, 건물주의 문자나 통화 내용을 날짜가 보이게 남깁니다.
- 옮겨진 물건의 목록과 상태를 적고, 건물주에게 보관 장소와 반환 방법을 서면으로 묻습니다.
- 점유 반환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 영업이 멈춰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라면 소송과 함께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 출입을 먼저 확보하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며칠 지나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부동산을 빼앗긴 점유자가 스스로 되찾는 것은 침탈 직후에만 허용되고, 시간이 흐른 뒤의 실력 행사는 도리어 분쟁을 키웁니다.
건물주 쪽이라면
임차인이 버틴다고 자물쇠를 바꾸면 점유회수와 손해배상 청구를 불러옵니다. 계약 종료를 통지하고, 인도 소송과 강제집행 순서로 가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문제도 그 절차 안에서 함께 정리됩니다.
정리
소유자라도 판결 없이 임차인이 쓰던 공간의 열쇠를 바꾸면 점유 침탈이 됩니다. 점유 소송에서는 소유권이나 계약 종료 같은 본권의 사정으로 재판하지 않으므로, 「내 건물」이라는 항변은 그 소송의 답이 되지 못합니다.
소유권 다툼은 별도 소송이나 반소에서 따로 판단됩니다. 두 소송은 서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쫓겨났다면 1년 안에 반환과 배상을 청구하고, 급하면 가처분을 함께 검토하십시오.
참조 조문
민법 제192조, 제194조, 제204조, 제205조, 제206조, 제207조, 제208조, 제209조 · 민사집행법 제30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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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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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계약이 이미 끝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점유 소송에서 이길 수 있나요?
점유 소송은 계약이 끝났는지를 따지지 않고 점유와 침탈 여부만 봅니다. 다만 건물주가 따로 인도를 청구하면 그 소송에서는 계약 종료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건물주가 옮긴 짐 일부가 없어졌습니다. 어디에 청구하나요?
점유회수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 없어진 물건의 구입 영수증이나 사진을 모아 목록을 만들어 두십시오.
건물주가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습니다. 새 주인에게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나요?
침탈한 사람의 특별승계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청구하지 못하지만, 승계인이 침탈 사실을 알고 넘겨받았다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매 시점과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문을 열어 주나요?
누가 점유할 권리가 있는지는 민사 절차에서 가려질 문제라, 현장에서 곧바로 문을 열어 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출동 기록은 나중에 침탈 시점을 증명하는 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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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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