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반환 문제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을 넣고 첫 기일에 나갔더니, 집주인이 조정위원 한 사람과 서로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눕니다. 알고 보니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이였습니다. 위원이 공정하게 봐 주겠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냥 넘어가면 결과가 나온 뒤에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위원이 사건에서 빠져야 하는 경우와 당사자가 빼 달라고 신청하는 길을 한 조문에 담아 두었습니다. 그 조문을 어떻게 쓰면 되는지를 짚어 봅니다.
위원이 저절로 빠지는 경우가 있나
있습니다. 당사자가 말을 꺼내지 않아도 법이 먼저 선을 긋는 사유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0조 제1항은 네 가지 사정을 적어 두고 그에 해당하는 조정위원은 직무의 집행에서 제척된다고 정합니다. 위원 본인이나 그 배우자, 배우자였던 사람이 그 사건의 당사자인 경우, 위원이 당사자와 친족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경우, 위원이 그 사건에 관해 진술이나 감정, 법률자문을 한 경우, 위원이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관여했거나 관여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네 가지는 사건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법이 미리 못 박은 것입니다. 해당하면 위원회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제척 결정을 합니다. 그 결정은 확인에 가깝습니다. 위원이 빠지겠다고 하지 않아도 빠져야 합니다.
같은 교회 사람이면 제척인가
아닙니다. 네 가지 목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친족관계는 민법이 정한 범위의 혈족과 인척, 배우자를 뜻하므로 교회 지인이나 동창, 거래처 사장은 여기 들지 않습니다. 사건에 관해 자문을 한 적도 없고 대리인도 아니라면 제척 사유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법은 목록 바깥의 사정을 위한 두 번째 길을 같은 조문에 두었습니다. 그것이 기피입니다.
제척과 기피의 차이
제척은 법이 정한 네 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이고, 기피는 그 밖의 사정으로 공정한 직무집행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당사자가 신청해 위원회의 결정으로 배제하는 것입니다. 교회 지인, 오랜 친구, 사업상 거래 관계는 기피로 다룹니다.
기피는 어떻게 신청하나
제20조 제3항이 요건을 적었습니다. 당사자는 사건을 담당한 조정위원에게 공정한 직무집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조정위원회에 기피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신청의 상대는 위원 개인이 아니라 위원회입니다. 사무국에 서면으로 내는 것이 보통이고, 어떤 위원에 대해 어떤 사정이 있는지를 적습니다. 막연히 불안하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두 사람이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사실, 기일 전후에 따로 대화하는 장면을 보았다는 사실처럼 바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정을 적어야 합니다.
제4항은 기피신청에 관한 결정을 위원회가 하고, 해당 위원과 당사자 쌍방이 그 결정에 불복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받아들여지든 기각되든 한 번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처음 낼 때 사정을 충분히 적어야 합니다.
신청하면 절차는 어떻게 되나
멈춥니다.
제5항은 기피신청이 있으면 위원회가 그 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조정절차를 정지하도록 정합니다. 신청을 낸 뒤에 담당 위원이 그대로 기일을 열어 조정안을 만드는 일은 없습니다.
이 정지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조정위원회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조정을 마쳐야 하고 사정이 있으면 30일을 더 쓸 수 있는데, 기피 심사 기간이 그 안에서 소모됩니다. 기피가 기각되면 같은 위원이 다시 사건을 맡고, 그동안 흐른 시간만 남습니다.
그래서 기피는 사정을 알게 된 즉시 내는 것이 맞습니다. 두어 번 기일을 거친 뒤에 내면 결과가 불리하게 흘러서 내는 것으로 비치기 쉽습니다.
위원이 먼저 물러날 수도 있나
있습니다. 제6항이 회피라는 이름으로 열어 두었습니다. 조정위원은 제척 사유나 기피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위원회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그 사건의 직무집행에서 스스로 빠질 수 있습니다.
지인이 당사자인 사건을 맡게 된 위원이라면 대개 이 길을 먼저 씁니다. 당사자가 기피를 낼 필요도 없이 정리됩니다. 첫 기일에 그런 사정을 알게 되었다면 기피신청서를 내기 전에 사무국에 사정을 알리고 위원이 회피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편이 빠릅니다.
조정위원회의 위원은 제16조에 따라 판사나 검사, 변호사로 6년 이상 재직한 사람이 5분의 2 이상 포함되고, 제19조는 위원이 어떠한 지시에도 구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한다고 정합니다. 독립성을 지키는 제도가 있는 만큼, 공정성에 의심이 생기는 사건에서 물러나는 것도 그 제도의 일부입니다.
| 구분 | 사유 | 누가 움직이나 | 불복 |
|---|---|---|---|
| 제척 | 당사자 본인·배우자, 친족, 자문·감정, 대리인 관여 | 위원회 직권 또는 당사자 신청 | 결정으로 확인 |
| 기피 | 공정한 직무집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그 밖의 사정 | 당사자가 위원회에 신청 | 위원·당사자 모두 불복 불가 |
| 회피 | 제척·기피 사유가 있을 때 | 위원 스스로, 위원회 허가 불요 | 해당 없음 |
기피 사정을 어떻게 남겨 두나
기피신청서에 적을 사정은 그날 바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 기일에서 오간 인사나 대화의 내용과 시각을 그 자리에서 메모해 둡니다.
- 같은 교회나 모임에 속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공개 자료가 있으면 출력해 둡니다.
- 기일 밖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보았다면 날짜와 장소를 적어 둡니다.
- 위원이 한쪽 말만 듣고 결론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면 그 문장을 가능한 한 그대로 적습니다.
- 사무국에 구두로 사정을 알린 일시와 담당자 이름을 남겨 둡니다.
위원과 사무국 직원은 제28조에 따라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는 비밀유지의무를 집니다. 그 의무가 있다는 점만으로 지인 관계의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상대방이 조정 내용을 밖에서 들었다는 정황이 있다면 그것 역시 기피 사정으로 함께 적을 수 있습니다.
정리
조정위원이 상대방의 지인이라는 사정은 법이 정한 제척 사유에는 들지 않지만, 공정한 직무집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기피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신청하면 결정이 날 때까지 절차가 멈추고, 그 결정에는 누구도 불복하지 못합니다.
기피는 사정을 안 즉시 내는 것이 맞고, 그 전에 위원이 스스로 회피할 의사가 있는지 사무국을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빠릅니다.
기일에서 본 장면을 그날 메모해 두는 것이 신청서의 설득력을 좌우합니다. 사정이 복잡하다면 신청서 문안을 변호사와 함께 다듬어 한 번에 받아들여지도록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6조, 제19조, 제20조, 제23조, 제28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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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기피가 기각되면 소송으로 가야 하나요?
기각 결정에는 불복할 수 없으므로 같은 위원이 사건을 이어 맡습니다. 조정안이 오면 14일 안에 수락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러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그때 소송이나 법원 조정으로 옮기면 됩니다.
상대방이 위원의 사무실에서 법률자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위원이 그 사건에 관해 법률자문을 한 경우는 제척 사유에 해당합니다. 자문 사실을 보여 줄 자료가 있으면 기피가 아니라 제척 결정을 신청하십시오.
조정부 3명 가운데 한 명만 문제인데 전부 바꿔야 하나요?
기피는 사건을 담당한 위원 개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문제가 되는 위원 한 사람만 특정해 신청하면 되고, 나머지 위원은 그대로 사건을 맡습니다.
이미 조정이 성립한 뒤에 지인 관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조정안을 양쪽이 수락한 뒤에는 기피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합의 과정에 착오나 기망이 있었는지를 따로 따져야 하므로 조정서와 당시 자료를 가지고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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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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