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집을 큰아들 명의로 넘기면서, 당신이 돌아가실 때까지 그 집에 사실 수 있도록 전세권을 설정해 두었습니다. 등기부 을구에는 전세권 옆에 전세권자 사망 시 소멸한다는 약정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올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큰아들은 집을 팔려고 등기부를 정리하려 합니다. 그런데 전세권 말소는 전세권자와 함께 신청해야 하는데 그분이 안 계십니다. 동생들에게 도장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혼자 할 수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부동산등기법은 바로 이 장면을 위한 조문을 두 개 두었습니다.
소멸 약정은 왜 등기해 두는가
나중에 혼자 지우기 위해서입니다.
부동산등기법 제54조는 등기원인에 권리의 소멸에 관한 약정이 있을 경우 신청인이 그 약정에 관한 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전세권이든 지상권이든 설정 계약서에 어떤 사유가 생기면 권리가 없어진다는 조항을 넣고, 그 조항을 등기부에 함께 올려 두는 것입니다.
등기해 두지 않으면 그 약정은 계약 당사자끼리만 아는 사정으로 남습니다. 등기부를 본 제삼자는 전세권이 살아 있는 것으로 믿고 거래하고, 말소하려면 다시 공동신청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약정의 내용은 다양합니다. 특정한 날이 오면, 어떤 조건이 이루어지면, 또는 사람이 죽거나 법인이 해산하면 소멸한다는 식입니다. 그중 마지막 유형에만 특별한 말소 절차가 붙습니다.
혼자 말소할 수 있는 근거
제55조가 답입니다. 등기명의인인 사람의 사망 또는 법인의 해산으로 권리가 소멸한다는 약정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 실제로 그 사람이 사망하거나 법인이 해산해 권리가 소멸하였을 때에는 등기권리자가 그 사실을 증명하여 단독으로 말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말소등기도 양쪽이 함께 냅니다. 지워지는 권리의 명의인이 등기의무자가 되어 소유자와 나란히 신청서에 서명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으니 함께 신청할 수 없고, 상속인들을 모두 찾아 도장을 받자면 시간이 걸립니다. 제55조는 그 수고를 덜어 줍니다.
조건이 둘입니다. 약정이 이미 등기되어 있을 것, 그리고 사망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것. 둘 다 갖추면 집 소유자인 큰아들이 혼자 신청합니다.
단독신청이 되는 범위
제55조는 사람의 사망과 법인의 해산 두 가지 사유만 적었습니다. 특정 날짜의 도래나 다른 조건의 성취로 소멸한다는 약정은 제54조로 등기할 수는 있지만, 그 사유가 생겼을 때의 말소에는 제55조의 단독신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 경우는 권리자와 함께 신청하거나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무엇으로 사망을 증명하나
기본은 사망 사실이 기재된 가족관계 서류입니다.
- 전세권자의 기본증명서 또는 사망 사실이 적힌 가족관계증명서
- 등기부상 전세권자와 사망자가 같은 사람임을 보여 주는 주민등록 관련 서류 (주소나 이름 표기가 바뀐 경우)
- 등기권리자인 소유자의 신분 서류와 등기필정보
-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정보로 소멸 약정이 기재된 등기사항증명서
등기부에 적힌 전세권자의 주소와 사망 당시 주소가 다르면 동일인임을 잇는 서류가 하나 더 필요합니다. 오래전에 설정한 등기일수록 이 대목에서 막히는 일이 많으니 미리 확인해 두십시오.
약정이 등기되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되나
제55조를 쓸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는 사망 시 소멸한다고 적었는데 등기할 때 그 약정을 빠뜨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등기부에 약정이 없으면 등기관은 전세권이 소멸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때는 전세권자의 상속인 전원이 등기의무자가 되어 소유자와 공동으로 말소를 신청해야 합니다.
상속인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협조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상대로 말소등기 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냅니다. 이기면 그 판결문이 상속인의 도장을 대신하므로 소유자가 혼자 말소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가 남아 있다면 그 소송에서 약정의 존재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상속인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라면 제56조에 따라 민사소송법의 공시최고를 신청하고 제권판결을 받아 단독으로 말소하는 길이 있습니다. 시간은 더 걸립니다.
| 상황 | 말소 신청 방법 | 근거 |
|---|---|---|
| 사망 시 소멸 약정이 등기되어 있고 권리자가 사망 | 소유자 단독 신청, 사망 증명 첨부 | 제55조 |
| 약정은 계약서에만 있고 등기는 안 됨 | 상속인 전원과 공동 신청 | 제23조 제1항 |
| 상속인이 협조를 거부 | 말소등기 이행 판결로 단독 신청 | 제23조 제4항 |
| 상속인의 소재를 알 수 없음 | 공시최고 뒤 제권판결로 단독 신청 | 제56조 |
| 특정 날짜 도래로 소멸하는 약정 | 권리자와 공동 신청 | 제55조 적용 없음 |
전세권에 다른 권리가 붙어 있다면
한 가지 더 살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전세권 위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전세권이 가압류된 경우입니다.
제57조 제1항은 등기의 말소를 신청하는 경우 그 말소에 대해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있을 때에는 제3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전세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사람은 전세권이 지워지면 담보를 잃으므로 이해관계인입니다. 그 승낙서나 그에 대항할 수 있는 재판의 등본이 없으면 단독신청이라도 받아 주지 않습니다.
승낙을 받아 말소하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그 제3자 명의의 등기는 등기관이 직권으로 지웁니다. 다만 사망으로 소멸한다는 약정이 등기되어 있었던 전세권이라면, 그 위에 담보를 잡은 사람도 그 약정을 알고 잡은 것이므로 승낙을 거부할 명분이 약합니다. 협의가 어렵다면 그 점을 들어 소송에서 다투게 됩니다.
확인할 것
· 등기부 을구에 사망 시 소멸한다는 약정이 실제로 기록되어 있는지
· 전세권자의 등기부상 이름·주소와 사망 서류의 기재가 일치하는지
· 전세권 위에 근저당권·가압류 같은 제3자의 등기가 있는지
· 등기필정보를 보관하고 있는지, 없다면 대체 절차를 준비했는지
· 전세금 반환 문제가 남아 있다면 상속인들과 정산이 끝났는지
정리
사람의 사망으로 권리가 소멸한다는 약정이 등기되어 있다면,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등기권리자가 사망 사실을 증명해 혼자서 말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들의 도장은 필요 없습니다.
약정이 계약서에만 있고 등기되지 않았다면 상속인 전원과 함께 신청하거나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전세권 위에 다른 권리가 붙어 있으면 그 권리자의 승낙도 챙겨야 합니다.
등기부의 약정 기록 여부와 서류의 동일인 표시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막히는 지점이 보이면 소송과 공시최고 가운데 어느 길이 빠른지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54조, 제55조, 제56조, 제57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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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전세금 반환은 어떻게 되나요?
전세권이 소멸해도 전세금을 돌려줄 의무는 남습니다. 돌려받을 권리는 전세권자의 상속인에게 상속되므로 말소등기와는 별개로 상속인들과 정산을 마쳐야 합니다.
지상권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되나요?
제55조는 권리의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지상권자 사망 시 소멸한다는 약정이 등기되어 있다면 토지 소유자가 사망을 증명해 단독으로 말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약정을 지금이라도 등기에 추가할 수 있나요?
권리자가 살아 있다면 권리자와 공동으로 변경등기를 신청해 약정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사망한 뒤에는 상속인들과 함께 해야 하므로 그 단계에서는 바로 말소를 공동신청하는 편이 빠릅니다.
법인이 해산한 경우에는 무엇을 첨부하나요?
법인등기사항증명서로 해산 사실을 증명합니다.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라도 약정이 해산을 소멸 사유로 적고 있다면 해산 등기만으로 신청할 수 있는지 등기소에 미리 확인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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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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